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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우발적 상황이 가장 우려... 태도 바꿔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등록|2024.06.14 09:14 수정|2024.06.14 09:14

▲ (인천=연합뉴스) 9일 오전 7시 46분께 북한이 대남 풍선에 담아 날린 폐지가 인천시 서구 경서동 일대에 흩어져 있다. 앞서 북한은 국내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배포를 빌미로 지난달 28∼29일과 이달 1∼2일 등 2차례 대남 오물 풍선을 날렸고, 총 1천개가량이 전국에서 발견됐다. 2024.6.9 [인천소방본부 제공] ⓒ 연합뉴스


다시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다시 북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북한은 5월 27일 군사 정찰 위성 발사한 데 이어 오물 풍선을 대량으로 보냈다. 지난 2일 북한 공산당 김여정 부부장은 대북 전단을 보내지 않으면 오물 풍선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탈북 단체는 대북 전단을 보냈고 북한도 오물 풍선을 다시 보냈다. 이에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하고, 지난 4일 9.19 군사합의 효력도 정지시켰다. 현 상황에 대해 조언 들어보고자 지난 11일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5월 말부터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되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매해 6월부터 8월까지가 늘 군사적으로 긴장이 많이 고조되던 시기이긴 해요, 그런데 지금은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우리 정부의 강경 방침이 계속 더해지고 있어서 최근 가장 최고도의 긴장 상태에 다다르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동안 말로 싸웠다면, 이젠 실제로 군사적 행동들로 충돌하는 양상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아지는 시점이죠."

- 왜 지금일까요?

"원래 6월은 꽃게 철이라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늘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남북 당국이 의도적으로 긴장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거고요. 단기적으로 보면 5월 말에 서울에서 열렸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있었죠. 특히 거기서 중국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졌을 걸로 추정되는 북한의 신경질적인 대응 같은 게 어우러지다 보니 6월 초부터 굉장히 안 좋은 상황들이 펼쳐지는 것 같아요."

- 5월 말에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했지만 실패했잖아요. 그 영향도 있을까요?

"5월 27일 한중일 정상회의 끝나고 서둘러 발사하는 모양새로 위성 발사를 했지만 실패했죠. 아마 위성 발사에 성공했으면 오물 풍선 보내거나 탄도미사일 쏘거나 초대형 방사포 발사하는 군사 행동을 연속적으로 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죠. 발사 성공 했다면 성공에 대한 선전이 더 급했을 거잖아요. 그러나 위성 발사 실패로 체면을 구긴 거죠. 거기에 대한 만회를 일련의 군사적 행동으로, 중국에 군사적 행동할 수는 없으니 남한에 한 것 같습니다."

"오물 풍성 보면, 북이 수위 조절 좀 하는 듯"
 

▲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 ⓒ 정대진 제공


- 지난 주말 사이 북한에서 오물 풍선이 또 날아왔어요. 사실 2일 북한이 중단한다고 하면서도 대북 전단 보내면 오물 풍선 보내겠다고 했으니, 누구나 오물 풍선이 올 건 예상했을 것 같아요. 문제는 어디 책임이 크냐는 것 같은데.

"오물 풍선으로 대응하는 북한의 방식이 치졸하고 옹졸하긴 하죠. 탈북 민간 단체가 대북전단을 뿌려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키는 걸 자제해야 한다고 양비론으로 보시는 분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몰상식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북한 정권은 말할 나위 없이 비난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북측이 좀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는 게 대북 전단 좀 보내지 말란 거예요. 북에 대한 정보 주입 방식이라는 것이 다양한 매체와 방법으로 계속 개발되고 있어요. 하지만 불필요한 자극 그리고 또 접경 지역 주민들의 공포뿐만 아니라 전국이 불쾌감을 느끼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는 거잖아요. 이것에 대해 우리가 좀 신중히 생각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 주입, 북한 민주화 운동 이런 것들을 좀 더 세련되게 개발해 나가야 될 때가 아닌가 합니다."

- 대북 전단 보내는 게 효과 있나요?

"북측 내부 사정 모니터링이 안 되니까 효과가 있다, 없다 딱 잘라 말할 수는 없겠죠. 기상 상황에 따라서 굉장히 많이 달라지거든요. 이번에 오물 풍선 넘어오는 걸 봤지만 (북에서) 몇 천 개 뿌렸다고 하는데 우리가 확인한 건 다 합쳐서 한 1300개 정도 되는 거잖아요. 기상 상황에 따라 다른 데로 날아가 버리거나 바다로 가거나 아니면 오히려 자기네 지역으로 또 날아가 버리거나 하는 것도 많은 거죠. 그래서 이게 원하는 만큼 효과가 정확하게 난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일 것 같아요."

- 지금 우려하는 건 오물 풍선에 오물이 아닌 생화학 무기가 들어있을 가능성 같아요.

"생화학 무기를 넣게 되면 심리전 차원을 넘어서 전쟁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그러면 북한이 감내하기가 진짜 힘든 상황인 거죠. 여기에 대해선 백배 천배 역풍이 불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리고 전쟁이 나면 북한 정권의 종말을 고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게 지금 군 당국의 호언이죠. 이런 걸 북한이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생화학 무기 보내서 인명 살상을 이루도록 한다는 건 북한을 용서할 수 없는 거고요. 그때는 진짜 북한 정권이 정권을 걸어야 할 겁니다."

-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나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에서 날아오는 건 격추해야 한다고 해요. 근데 격추하는 게 북한을 더 자극할 가능성도 있지 않냐는 주장도 있는 것 같은데.

"우리 군의 열 감지 장치로 보면 오물 풍선 안에 실제 폭탄 같이 위험한 게 오는 건지 폐비닐이나 오물들이 오는 건지는 일단 식별은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주 위험한 폭탄 같은 게 남측으로 왔을 때 아주 더 많은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날 게 아주 명확해 보이는 식별 정보가 없는 이상, 격추시키는 것 또한 또 다른 긴장을 유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불필요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자제 해야 되지 않나 싶어요."

- 오물 풍선이 떨어지면 사람이 다칠 수 있지 않냐는 것 같은데.

"북이 내려보내는 오물 풍선 내용들 보면 수위 조절을 좀 하는 걸로 보여요. 그 안에 들어 있는 게 폐비닐이나 담배꽁초 같은 것들이잖아요. 타이머 장치 해놓고 이게 터져서 떨어졌을 때 사람이 맞아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 것 있잖아요. 물론 얼마 전 안산에 떨어졌던 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차 한 대를 박살냈는데, 이런 경우들은 분명히 문제가 되긴 되죠. 사람이 맞고 인명피해가 생길 정도의 목적 가지고 내려보내는 것 같진 않아요. 이런 걸 봤을 때 굳이 거기다가 막 방아쇠를 당겨서 제2, 제3의 긴장을 유발하는 건 군 당국 설명대로 긍정적이지 않아 보여요."

- 정부가 오물 풍선 대응으로 9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했잖아요. 이 대응은 어떻게 보세요?

"북이 오물 풍선 보낸다고 우리도 군인들이 쓰레기 포장해서 똑같이 보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상대방에게 실제 압박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택한 거고, 지금 대응하는 것 자체로 적절한 수단이기는 하죠."

- 그러나 우리가 대북 방송 하면 북한도 대남 방송 하니까 효과 없다는 말도 있던데.

"대북 확성 출력되는 걸 상쇄하기 위해 북쪽도 대남 확성기 틀긴 할 건데 우리 쪽이 훨씬 더 고성능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좀 더 위협적일 거고요. 그리고 북에서 대남 방송 들었을 때 북의 주민들이나 군인들은 장기적으로 심리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거죠."

"9.19 효력 정지? 평화적 관리가 더 큰 이익"
 

▲ 9일 오전 서울 한강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대남 풍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부터 대남 오물풍선 330여 개를 살포했고 오전까지 우리 지역에 80여 개가 낙하했다"고 밝혔다. ⓒ 합동참모본부


-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한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9.19 군사합의를 그나마 파기 선언하지 않고 효력 정지했다고 하는 것도 정부의 고심하는 대목일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어렵게 만들어온 합의서들을 효력 정지 하기 위해서 고심하고 회의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그런 상황이 가지 않도록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게 더 큰 이익이 아닐까 싶어요. 남북 관계 신뢰가 조성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하겠다고 얘기했는데, 남북이 신뢰를 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 조건이 같이 제시되지 않았잖아요. 이런 게 국민 눈높이나 시각에서 봤을 때는 그럼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되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 효력 정지가 북한에 영향이 있을까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공중 정찰 자산화, 공중 활동 같은 것들이 열리는 거 있잖아요. 이건 북이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북이 공중전력 같은 건 절대 열세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정찰 자산 활동을 하는 것, 그리고 월등히 우세한 해군력으로 서해에서 유사시에 함포를 바로 발포할 수 있는 상태로 함정을 기동하는 것 등은 북 입장에선 쉽게 군사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기재가 되긴 하죠."

- 9일 밤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이 새로운 대응 하겠다는 담화를 내놓았잖아요. 새로운 대응이라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요?

"2020년 6월에 북이 한 번 얘기했던 4대 군사행동 방침이 있거든요. 개성공단 금강산 일대에 군부대 전개시키는 것, GP를 다시 재무장하는 것,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부대의 활동들을 재개하는 것, 대남 전단을 뿌리는 것 등이에요. 그때 1200만 장 찍어서 뿌리겠다고 했는데... 아직 안 한 게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 활동이에요. 그러니 부대 활동 같은 것들을 게릴라성으로 벌일 가능성이 있죠."

- 정부 대응은 맞는 걸까요?

"안 맞죠. 반쪽짜리 대응이에요. 대북 확성기를 트는 등의 대북 압박은 분명히 해야 하죠. 우리가 뭔가 당했으면 북한을 압박하고 강경한 제스처를 취해야 되죠. 근데 강경한 제스처를 취한 다음에 남북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 군사합의 효력 정지한다고 했으면, 남북 신뢰 회복의 전제조건으로 '1, 2, 3 뭐다. 북한 너네가 여기에 대해서 성의 있게 행동할 거냐 아니냐'라고 제안해야 하는데, 그게 없잖아요. 대화하는 걸 굴종이나 굴욕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힘이 있는 사람이 대화하자고 하는 건 굴종이나 굴욕이 아니잖아요.

우리 국민의 안전 위해 강경한 제스처를 징벌적으로 취하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인 방향에서 대화 출구를 모색해 나가는 것에 대한 대화를 물밑으로 하고 있을지 어쩔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겉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반쪽짜리 대응은 아닌가란 아쉬움은 많이 들어요."

- 현충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힘에 의한 평화를 얘기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힘이 있어야 평화를 지키는 건 기본이에요. 그리고  대한민국 국군의 힘이 달리면 열심히 더 국방력을 건설하자는 차원에서 메시지 내고 단결을 호소할 수 있죠. 하지만 냉전시대도 아닌데 그때 나왔던 '힘을 통한 평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지 않냐는 생각은 듭니다."

- 지금 가장 우려하는 건 국지전일 것 같은데.

"우발적인 상황인 거죠. 북한도 남한을 잘못 건드렸다간 역풍 맞을 것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계획된 전면전은 벌이지 못해요. 근데 우발적으로 조그맣게 행동했다가 그게 확전이 되는 가능성을 지금으로서 예측할 수 없으니까,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죠."

- 이에 대한 방법이 있을까요?

"방법은 스탠스(태도)를 바꿔 나가는 것밖에 없어요. 지금 상황에서 대화 제의를 하면 자존심 상하는 거라 생각하는 거잖아요. 근데 언제까지 이러고 살 거냐는 거죠.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방안 모색해야 해요. 지금 남북 채널이 단절돼 있잖아요. 그러면 중국, 러시아하고 얘기가 되고 있어야 돼요. 중국과 러시아 등을 통해서 평양에 메시지 보내는 것들이 작동하고 있어야 해요. 그게 물밑에서 작동하고 있다면 다행인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겁니다. 물밑으로든 아니면 공개적으로든 상황 진전에 대한 대화 조건들을 계속 얘기해야겠죠."

- 그러나 지금 아예 끊긴 거 아닌가요?

"지금은 기대하기가 난망하죠. 원래 과거 패턴을 보면 위기가 고조되고 그다음에 대화 국면으로 넘어갔거든요. 근데 지금 북한이 두려워하는 게 아마 대화일 겁니다. 대화하면 힘과 명분 없는 쪽이 북한이기 때문에 계속 대화 테이블이 열려도 말려든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대화 테이블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위기 구조가 지금 북한이 가장 바라고 있는 바일 테죠."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 중복 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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