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음악의 위로가 필요한 때라면
안인모의 <루브르에서 쇼팽을 듣다>를 읽고 듣다
한때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 열광했다. 두 주연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력도 명품이었지만 그 속에 흐르는 배경 음악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음악이었다. 로이킴이 부른 〈왜 몰랐을까〉가 그것이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안인모의 <루브르에서 쇼팽을 듣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라는 그림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개한 것이다. 그 그림은 퇴행성 근육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이 드넓은 풀밭 뒤편의 집에 기어가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그녀의 몸부림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콜라보처럼 소개하는 것이었다.
물론 라흐마니노프의 음악만 들어서는 그가 어떤 생을 살아왔는지 나는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은 그가 얼마나 우울증에 시달렸는지, 사촌 동생과 사랑에 빠졌지만 결혼할 수 없는 법으로 인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설명해준다. 그런 과정에서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박사의 최면 요법 치료를 통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금 음표를 그려 완성케 된 게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하루에 필요한 그림 한 장과 그 그림에 어울릴 만한 클래식 음반 하나를 소개한다. 마치 하루에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시듯 말이다. 저자 안인모도 피아노 전공자요 미술에도 조예가 깊다고 하니 그녀의 관점만 따라가도 영감을 얻기에 충분할 것이다.
더욱이 이 책은 '일과 꿈', '성장', '사랑과 이별', '인간관계', '휴식과 위로', '아픔과 소멸,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으로 주제를 나눠 말하는데 그림과 그에 따른 설명과 함께 QR코드가 담긴 음악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더 좋다.
프리다 칼로는 내가 얼핏 들은 바로는 우리나라의 이중섭처럼 멕시코의 국보급 화가다. 이중섭도 천재적인 화가의 소질을 갖고 있었지만 시대적인 불운과 가난 때문에 가족과 생이별한 채 젊은 날 생을 마감했다.
안인모는 '짧은 머리의 자화상'이라는 칼로의 그림과 설명을 곁들이며 그녀가 얼마나 불운과 고통 속에 살아왔는지를 설명한다. 칼로의 150여 점 작품 중에 강렬한 눈빛을 담은 자화상이 무려 50여 점이나 된다고 하는데 왜 그런 자화상에 집착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칼로의 그림과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안인모는 프리데리크 쇼팽의 '연습곡 12번'을 소개한다. QR코드로 실제 들어보니 그 음악은 초반부가 포르테처럼 강렬하다. 제목은 '혁명'인데 폴란드 출생인 쇼팽이 태어날 때 그 영토가 러시아와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에게 갈가리 찢긴 상태였단다.
아버지는 쇼팽의 음악 소질을 알고 오스트리아로 보냈는데 폴란드 비밀 결사대가 궁을 습격했다는 소식을 듣자 쇼팽도 다시금 폴란드로 돌아가 혁명군에 가담코자 했단다. 그때 아버지는 "총이나 칼을 들어야만 애국이 아니다. 너는 음악으로 조국을 빛내라"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쇼팽의 음악이 그렇게 들리는 걸까? 오른손 왼손 할 것이 없이 강렬한 분노가 표출된다는 것 말이다. 안인모도 소팽의 음악을 그렇게 소개한다. "오른손은 명확한 부정 리듬의 옥타브로 독립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왼손은 고통받는 현실을 노래하는 듯해요" 하고. 물론 후반부에 갈수록 조금은 평온하다. 어쩌면 폴란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걱정과 사랑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려내고 있지 않나 싶다.
지금처럼 삶이 팍팍하고 힘들 때가 또 있을까 싶다. 비정규직도 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암울한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위로받고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지치고 힘든 일상에 위로가 되는 것은 예술과 음악이다. 이 책에 나온 그림을 보고 클래식 음악도 듣는다면 지친 일상에서 작은 위로와 소망도 얻고 재충전도 가능할 것 같다.
"언덕을 힙겹게 기어오르는 크리스티나를 보니 위대한 작곡가가 떠오릅니다. 바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가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에요. 너무나 아름다워 한없이 빠져들게 되는 그의 음악은 언제 어디서 듣더라도 하던 일을 멈추게 하죠. 그의 음악은 왜 이렇게 가슴을 파고드는 걸까요? 아마도 음악가로서 그의 인생이 탄탄대로였다면 그의 음악이 이토록 깊은 울림을 주지 못했을 거예요."(67쪽)
안인모의 <루브르에서 쇼팽을 듣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라는 그림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개한 것이다. 그 그림은 퇴행성 근육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이 드넓은 풀밭 뒤편의 집에 기어가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그녀의 몸부림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콜라보처럼 소개하는 것이었다.
물론 라흐마니노프의 음악만 들어서는 그가 어떤 생을 살아왔는지 나는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은 그가 얼마나 우울증에 시달렸는지, 사촌 동생과 사랑에 빠졌지만 결혼할 수 없는 법으로 인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설명해준다. 그런 과정에서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박사의 최면 요법 치료를 통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금 음표를 그려 완성케 된 게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고 한다.
▲ 책겉표지안인모의 〈루브르에서 쇼팽을 듣다〉(2024.지식서재) ⓒ 지식서재
이 책은 하루에 필요한 그림 한 장과 그 그림에 어울릴 만한 클래식 음반 하나를 소개한다. 마치 하루에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시듯 말이다. 저자 안인모도 피아노 전공자요 미술에도 조예가 깊다고 하니 그녀의 관점만 따라가도 영감을 얻기에 충분할 것이다.
"소아마비와 대형 교통사고, 33차례 수술과 3번의 유산, 남편의 외도와 이혼, 다리 절단, 그리고 자살을 의심케 하는 죽음. 이 모든 불행을 한 사람이 겪는다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요? 영화 속 주인공 이야기가 아니예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실제 삶입니다."(100쪽)
프리다 칼로는 내가 얼핏 들은 바로는 우리나라의 이중섭처럼 멕시코의 국보급 화가다. 이중섭도 천재적인 화가의 소질을 갖고 있었지만 시대적인 불운과 가난 때문에 가족과 생이별한 채 젊은 날 생을 마감했다.
안인모는 '짧은 머리의 자화상'이라는 칼로의 그림과 설명을 곁들이며 그녀가 얼마나 불운과 고통 속에 살아왔는지를 설명한다. 칼로의 150여 점 작품 중에 강렬한 눈빛을 담은 자화상이 무려 50여 점이나 된다고 하는데 왜 그런 자화상에 집착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칼로의 그림과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안인모는 프리데리크 쇼팽의 '연습곡 12번'을 소개한다. QR코드로 실제 들어보니 그 음악은 초반부가 포르테처럼 강렬하다. 제목은 '혁명'인데 폴란드 출생인 쇼팽이 태어날 때 그 영토가 러시아와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에게 갈가리 찢긴 상태였단다.
아버지는 쇼팽의 음악 소질을 알고 오스트리아로 보냈는데 폴란드 비밀 결사대가 궁을 습격했다는 소식을 듣자 쇼팽도 다시금 폴란드로 돌아가 혁명군에 가담코자 했단다. 그때 아버지는 "총이나 칼을 들어야만 애국이 아니다. 너는 음악으로 조국을 빛내라"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쇼팽의 음악이 그렇게 들리는 걸까? 오른손 왼손 할 것이 없이 강렬한 분노가 표출된다는 것 말이다. 안인모도 소팽의 음악을 그렇게 소개한다. "오른손은 명확한 부정 리듬의 옥타브로 독립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왼손은 고통받는 현실을 노래하는 듯해요" 하고. 물론 후반부에 갈수록 조금은 평온하다. 어쩌면 폴란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걱정과 사랑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려내고 있지 않나 싶다.
지금처럼 삶이 팍팍하고 힘들 때가 또 있을까 싶다. 비정규직도 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암울한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위로받고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지치고 힘든 일상에 위로가 되는 것은 예술과 음악이다. 이 책에 나온 그림을 보고 클래식 음악도 듣는다면 지친 일상에서 작은 위로와 소망도 얻고 재충전도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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