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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드니 확실히 높아진 피로감, 몸이 예전 같지 않네요

머리숱 줄고 소화력 떨어지면서, 오만했던 내가 부끄러워... 어른들의 말이 이제 이해갑니다

등록|2024.06.14 09:44 수정|2024.06.14 09:46
"나이 앞자리가 바뀌니까 몸이 예전 같지가 않네." 

살면서 어른들에게서 자주 들은 말이다. 내가 혈기왕성했던 20대 때만 해도 그런 말을 하는 어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40대인 형, 누나들이 그런 말을 할 때면 속으로 아니꼽게 생각하곤 했다.

'아니, 나이가 60, 70대도 아니고 겨우 40살밖에 안 넘었으면서 나이 탓을 한대? 본인들이 몸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거면서 핑계는.' 

계단 오를 때 무릎 아프다고 하는 것도, 무거운 것 들 때 허리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다 남일로만 생각했다.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로 여겼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었다.

그땐 그랬다. 지금은 아니다. 요즘 내 몸이 예전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 나이가 제법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올해 내 나이는 37살이다. 어디 가서 나이로 명함 내밀 만한 숫자는 아니지만 확실히 20대 때와는 몸이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

우선 몸이 잘 다친다. 허리를 삐끗하기도 하고 등에 담이 자주 걸리기도 한다. 무리한 자세를 취한 것도 아니다. 신발을 신으려고 허리를 구부리다가 삐끗하고 계단을 내려가다가도 삐끗한다.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단순한 행동을 할 때도 담에 걸린다.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자 연예인이 여성 출연자를 들어 올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남자 연예인이 갑자기 체조를 하며 몸 여기저기를 풀기 시작했다. '그냥 번쩍 들어 올리면 될 것을 왜 저러지? 나이도 30대밖에 안 됐는데 왜 저렇게 약골이래.' 생각했는데, 이젠 그 남자의 행동이 이해되고도 남는다.

나 역시 몸을 격하게 움직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일이 있으면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서 몸을 풀어준다. 아침 기상 직후 스트레칭도 기본이다.

몸이 다치더라도 금방 낫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한 번 다치면 잘 낫지도 않는다. 20대 때와는 확실히 회복력에서 차이가 난다. 관절이나 근육이 다쳐도 20대 때는 금세 나았는데 요즘은 확실히 회복이 더디다. 휴식하면 좀 낫는가 싶다가도 다시 아프다.

혹자는 내가 몸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지도 않다. 현재 3년째 헬스를 하고 있다. 약 56kg에서 운동을 시작해 현재 70kg의 탄탄한 몸을 만들었다. 술, 담배도 안 하고 음식도 건강식 위주로 먹는다. 내가 남들보다 관리를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느끼는 게 있으니 바로 피로감이다. 퇴근하고 나면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 출근해서 일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 저녁 식사 후에는 피로감에 포만감이 더해져 몸과 마음은 더 나른해진다. 그럴 때 곧바로 드러누으면 그렇게 달달할 수가 없다.

몸이 피곤한 건 눈 영향이 크다. 내가 피곤하다고 느끼는 순간 대부분이 눈이 피곤할 때였다. 폰을 자주 본 탓이다. 그래도 20대 때는 폰을 많이 봐도 이렇게까지 눈이 피로하진 않았는데 요즘은 폰을 보면 금방 눈이 따갑고 아프다. 잘 때는 폰을 조금만 봐도 눈이 아파서 쉬이 잠들지 못한다. 소등한 이후에는 웬만하면 폰을 보지 않는다.

요즘은 피부도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예전엔 전혀 없던 기미 같은 것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주름도 더 는 것 같다. 부쩍 태양을 피하고 싶어진다. 하루에 한 번 발랐던 선크림을 이제는 아침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이렇게 총 2번 바른다. 모자는 필수다. 직장에서 야외 활동 및 작업을 할 때 꼭 모자를 쓴다.

여름 주말 외출 시에는 양산도 종종 쓴다. 어릴 때는 양상 쓰는 사람을 보면 양산을 왜 쓰는 건지 의아해 했고 한편으로는 유별나 보이기까지 했다. 이제야 양산 쓰는 맛을 알았다. 얼굴에 선크림 듬뿍 발라도 불안하다. 양산을 써야 안심이 된다.
 

▲ 내 몸은 평생 햇살 좋은 날처럼 좋을 줄로만 알았다. 지는 노을을 보니 점점 늙어가는 내 몸처럼 느껴진다. ⓒ 권태현


필사적으로 태양을 피하는 이유는 탈모관리를 위해서다. 우리 아버지 머리는 벗어졌다. 나도 벗어질 확률이 높다. 탈모가 한 대를 건너는 경우도 있다곤 하지만 나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할아버지도 머리가 벗어졌기 때문이다. 내 머리 벗어질 확률는 99%다. 탈모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자외선이라 하니, 되도록이면 머리에 햇볕을 피하려 한다.

언젠가부터 숱이 많이 줄어든 게 느껴졌다. 숱만 줄어들면 다행이다. 머리카락도 얇아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머리카락이 더 약해지니 탈모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10, 20대 때만 해도 머리숱이 굉장히 많았다. 그땐 숱이 많은 게 덥수룩해 보여 숱이 좀 없었으면 하고 바랐다. 숱이 없길 바랐다니, 그게 얼마나 정신 나간 바람이었는지 지금에서야 새삼 느낀다.

몸 껍데기만 나빠지는 게 아니다. 위장도 예전 같지가 않다. 소화력이 많이 떨어졌다. 20대 때는 소화력이 왕성한 편이었지만 30대가 되면서부터 소화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예전처럼 과식했다간 큰일 난다. 종일 속 쓰림에 몸부림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나이 지긋한 노인이 무례한 젊은이에게 "니들은 안 늙을 줄 아냐?" 하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럴 때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안 늙을 거라고, 늙더라도 아픈 데 없이 건강하게 늙을 거라고 말이다. 택도 없는 소리다. 이 나이에 벌써 이렇게 몸 여기저기가 아프게 될 줄이야. 서럽다.

쭈그려 앉았다가 일어나면 무릎이 아프고 몸을 잘못 숙였다간 허리가 삐끗하는 이런 내 몸뚱이지만 어쩌겠는가. 살살 달래 가며 쓸 수밖에.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이보다 더 아프지 않음에 감사하자.

나이가 드니 몸이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말했던 인생선배들이 눈에 스친다. 몸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거라며 큰소리쳤던, 오만방자한 내 모습도 떠오른다. 부끄럽기 그지없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선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고 하더니, 겸손함을 배우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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