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천연기념물 매화' 있는 사찰, 지금 가면 이 열매가 있네요

어쩌다 남도 여행... 전남 백양사엔 단풍나무만 좋은 것이 아니다

등록|2024.06.17 10:21 수정|2024.06.17 10:25
강원도에서 전라도는 멀다. 강원도에 사는 터라 전라도는 가 본 곳이 많지 않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둘째가 전남 광주에 있는 학교로 진학했기 때문이다. 벌써 첫 번째 학기를 마쳐서 기숙사에 있는 짐을 실어 오느라 지난 주말에 광주를 다녀왔다. 그나마 원주는 강원도 경계인지라 광주까지는 네 시간쯤 걸린다. 춘천이나 강릉이라면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오는 길에 백양사엘 들렀다. 계획하진 않았지만 어렵게 광주까지 와서 짐만 싣고 돌아오기 싫었다. 백양사는 단풍이 좋기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좋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구경하러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거리도 너무 멀고 단풍이 한창일 때는 사람과 차에 치여 고생만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강원도에 있는 설악산 단풍도 좀처럼 즐기지 못하는 까닭이다.

한적한 산책길을 느긋하게 걷다 
 

▲ 백양사 표지석 ⓒ 박영호


 

▲ 백양사 가는 길 ⓒ 박영호


단풍철이 아니라서일까, 마침 찾는 이들이 많지 않고 한적해 더 좋았다. 사진을 정리하며 살펴보니 백양사는 여름에도 좋은 경치를 지녔다. 들어서는 입구에 단아하게 자리 잡은 쌍계루와 쌍계루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으뜸이다. 대웅전 지붕 위로 보이는 산봉우리가 참 좋다.

담장 옆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가 있다. 이름은 고불매(古佛梅)인데 지금은 꽃이 진 자리에 살구만 한 매실이 달려있었다. 우리나라 4대 매화 가운데 붉은 꽃이 피는 홍매화는 백양사 고매화뿐이란다. 다른 한 편엔 노란 열매를 잔뜩 단 보리수나무가 있다. 오래된 나무들이 사찰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가장 오래된 건물은 극락보전인데 옆면에는 잔뜩 굽은 기둥이 드러나 있어 눈에 띈다.
 

▲ 쌍계루 ⓒ 박영호

   

▲ 쌍계루 ⓒ 박영호

   

▲ 백양사 대웅전 ⓒ 박영호

  

▲ 극락보전 굽은 기둥이 눈에 띈다 ⓒ 박영호

 

▲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 박영호

       

▲ 보리수 ⓒ 박영호

   

▲ 백양사 7층 석탑 ⓒ 박영호

   
백 년은 훌쩍 넘어 보이는 갈참나무

올라갈 때는 온통 단풍나무만 보여서 가을에 오면 붉은 단풍이 정말 아름답고 보기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내려올 때는 갈참나무들이 눈에 띈다. 가장 늦게까지 단풍을 달고 있는 가을 참나무라 갈참나무라 부른다고 한다.

오래된 소나무나 전나무를 많이 만났지만, 이렇게 오래된 갈참나무는 못 봤다. 참나무는 진짜 나무라는 이름 그대로, 땔감이나 목재로 많이 쓰이는 탓에 오래 산 나무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백양사 오르는 길에는 나이 많은 참나무가 많이 산다. 나이가 백 년은 훌쩍 넘어 보이는 갈참나무는 구불구불한 가지를 뻗어 신령스러운 기운을 내뿜고 있다.

백양사 가는 길에는 붉게 물드는 단풍나무만 좋은 것이 아니고, 잎이 황갈색으로 노랗게 물드는 갈참나무도 참으로 좋다. 올해 가을이 깊어 단풍이 들면 도토리도 많이 달려서 주변 다람쥐들을 불러 모을 듯하다. 올해는 어쩌면 백양사 단풍 구경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 갈참나무 ⓒ 박영호

   

▲ 갈참나무 ⓒ 박영호

   

▲ 갈참나무 ⓒ 박영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