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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6월' KT, 이러다 골든타임 지난다

또다시 4연패 수렁... 시즌 반환점 돌기 전에 '모종의 결단' 필요

등록|2024.06.17 10:13 수정|2024.06.17 10:17

아쉬워하는 이강철 감독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t 이강철 감독이 8회말 수비 때 내야안타를 허용하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KT 위즈가 또다시 4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즌이 어느덧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변화를 위하여 '모종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6월 1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KT는 KIA 타이거즈에 1대 3으로 패했다. KIA는 KT와의 주말 원정 시리즈를 모두 쓸어담으며 3연승으로 선두를 지켰다. 반면 KT는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KT는 70경기를 치른 현재 28승 1무 41패, 승률 .406으로 9위에 그치고 있다.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27승 41패)와도 고작 반게임 차이에 불과하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SSG 랜더스와의 격차는 8게임이나 벌어졌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KIA, LG와 함께 '3강'으로 거론되었던 KT의 부진은 올시즌 프로야구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반등하는가 싶더니 다시 추락 중인 KT

KT는 지난 몇 년간 초반 출발이 늘 좋지 않아 '슬로우스타터'로 꼽혔다. 올시즌도 고영표, 배정대, 김상수, 웨스 벤자민 등 핵심선수들이 초반부터 번갈아가며 부상을 당한 탓에 정상적인 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도 구단과 팬들은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KT는 지난 시즌에도 최하위까지 추락했다가 후반기에 반등하며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고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뒷심을 보여준 바 있다. 실제로 KT는 4월까지 12승 20패에 그쳤으나 5월에는 13승 10패로 5할 승률을 넘기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6월 들어 KT는 다시 거짓말처럼 추락하고 있다. 최근 4연속 루징시리즈를 포함하여 6월 월별 승률이 3승 11패로 10개 구단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하위로 추락했던 개막 후 14경기에서 거둔 성적(3승 11패)과 동일하다. 특히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 무기력한 스윕패를 당하는 동안 타선은 3경기 연속으로 단 1점씩만 뽑아내는 데 그치는 졸전을 선보였다.

시즌 초반 주축선수들의 부상이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오히려 팀 분위기는 더욱 침체됐다. 올시즌 부활한 강백호와 멜 로하스 주니어 정도만이 꾸준히 제몫을 해주고 있을뿐, 시즌 초반 뜨거웠던 천성호와 문상철은 하락세다. 배정대, 황재균, 김민혁, 조용호, 김상수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이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노장 박경수는 주장임에도 경기 출장조차 거의 하지못하고 거의 전력 외로 분류되어 은퇴 수순을 밟고 있다.

또한 베테랑 거포 박병호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후 구단에 이적을 요청하여 팀을 떠난 것도 팀 분위기와 장타력 하락에 모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선수의 갑작스러운 요구로 어쩔 수 없이 일어난 트레이드였기에 KT로서는 크게 이득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병호는 삼성으로 트레이드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부활한 반면, KT가 박병호를 내주고 받아온 오재일은 이적 후에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대강점으로 꼽혔던 선발진도 고영표, 소형준, 웨스 벤자민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며 대체 선발들로 어렵게 시즌을 꾸려가고 있다. 고군분투하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최근 2경기 연속으로 대량실점 및 패전을 기록하면서 흔들렸다. 이대로라면 고영표와 소형준이 6월말쯤에 복귀한다고 해도 이미 승차가 너무 벌어진 상태로는 후반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설상가상 이강철 KT 감독의 난해한 경기운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부터 KT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강철 감독은 2021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포함하여 최근 4년 연속 KT를 가을야구로 이끌며 지난해 11월에는 구단과 3년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재계약 첫 시즌부터 부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둘 위기에 봉착했다.

이 감독은 최근 경기에서는 팀내 최고의 타자인 강백호에게 수비부담이 큰 포수와 외야수를 넘나들게 하고 실책이라도 저지르면 문책성 교체를 단행하기도 했다. 14일 KIA전에서는 쿠에바스가 초반부터 흔들리며 난타를 당하고 있는데도 2이닝간 7볼넷 8실점을 내주며 승부가 기우는 상황에서 무려 91구를 던질 때까지 그대로 두는 이해할 수 없는 운영을 선여 도마에 올랐다.

성적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이강철 감독은 최근들어 선발 라인업이나 작전구사 등에서 변칙적인 경기운영이 크게 늘어났지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경우가 더 많았다. 현재 이강철 감독의 행보는 2020년 NC 다이노스의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으나 그로부터 불과 2년 만에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이동욱 전 NC 감독과 흡사한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다.

2023년의 KT는 한때 -14까지 추락했던 승패 마진을 +14로 바꾸어놓는 '마법'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마법도 효과를 발휘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6월도 어느덧 중순을 넘겼는데 무언가 터닝포인트를 만들지 못한다면 KT가 다시 한번 지난해같은 극적인 반전을 연출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KT는 이번주 롯데(홈)-LG(원정)와 6연전을 치른다. 순위경쟁의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KT가 변화를 위하여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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