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까지 거론한 박형준·박완수 "행정통합안 9월까지 도출"
대구·경북 가속도에 17일 부산·경남도 다시 만나... 시·도민 여론 달라질까
▲ 17일 부산에서 만나 행정통합 관련 합의문을 발표한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 부산시
대구와 경북이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자 다시 머리를 맞댄 부산·경남도 오는 9월까지 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여론조사 이후 더 나아가지 못했던 경계 무너뜨리기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이를 위해 연방정부 정도의 실질적인 권한과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수면 아래 행정통합 다시 띄운 부산·경남
박 시장과 박 지사는 17일 부산시청에서 비공개 협의를 한 뒤 크게 세 개 항으로 이루어진 합의문을 언론에 발표했다. 그 첫 번째가 행정통합 추진에 관련된 것이다. 두 단체장은 "시도민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라며 앞으로 "통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권한과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 시도민 공론화 등에 필요한 절차를 체계적으로 마련·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의 구체적 시점도 못 박았다. 관련 안을 오는 9월까지 마련하고,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해 민간 주도로 이를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두 단체장은 이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에 재차 여론조사에 나서는 등 시도민의 의사를 확인하기로 했다. 경계를 무너뜨리는 통합에서 시도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안에는 이외에도 ▲신성장산업 집중 육성, 광역교통망 구축, 맑은 물 공급, 녹조 대응 ▲접경지역의 주민 불편 해소 등의 내용을 같이 담았다. 양 시도의 현안을 함께 해결해나가며 통합 논의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 17일 부산에서 만나 행정통합 관련 합의문을 발표한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 부산시
이 자리에선 미국이나 독일에서 시행 중인 연방제도가 언급되기도 했다. 박 시장은 "형식적 통합이 아닌 연방제에 준하는 자율성과 권한이 필요하다"라며 "논의의 속도를 높여 시도민과 함께하는 행정통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지사 역시 "연방정부 체제 아래의 지방정부 위상에 가까운 자치권"을 부각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부상한 건 대구·경북과 연관이 있다. 현재 대구와 경북은 2026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구체적인 절차를 밟는 등 행정통합에 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구·경북을 행정체제 개편의 선도사례로 만들려고 한다.
반면, 부산·경남은 특별지자체인 부울경특별연합을 파기하면서 더 어려운 단계인 행정통합을 띄웠으나 민심이 막혀 더 나아가지 못했다.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각각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35.6%에 불과하면서다. 특히 시도민 10명 중 7명은 아예 행정통합을 알지 못했다. 이는 한동안 추진 동력을 상실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정부의 지원 아래 시기까지 제시하고 행정통합에 힘을 주자 부산·경남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를 놓고 두 단체장은 그동안 놀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10개월여 만에 마주 앉았지만, 연구기관 용역 등 물밑 준비가 이어져 왔단 것이다.
시민단체는 부산시와 경남도가 약속한 조처를 보며 대응해나가겠다는 태도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에 "부울경 메가시티를 좌초시키고, 그보다 어려운 행정통합에 나섰는데 아직도 이런 수준이면 쉽지 않다. 진정성에서 솔직히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실을 강조했으니 지켜보긴 할 것"이라며 "당장 대구·경북의 분위기에 편승한 조처가 돼선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 17일 부산에서 만나 행정통합 관련 합의문을 발표한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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