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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컬링 금메달의 영광, 다시 보여드리겠다"

[인터뷰] 국가대표 선발전서 우승한 경북 의성군청 남자 컬링팀

등록|2024.06.26 17:17 수정|2024.06.26 19:28

▲ 남자 컬링 국가대표가 된 경북 의성군청 남자 컬링팀 선수들이 17일 열린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윗쪽 이동건 코치, 아랫쪽 왼쪽부터 김진훈·이재범·김효준·표정민·김은빈 선수. ⓒ 박장식


한국 남자 컬링의 '신세대'가 이제 본격적으로 등판할 차례다. 지난 17일까지 경기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펼쳐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거두며 태극마크를 드디어 품은 경북 의성군청 선수들 이야기다.

간절함이 이루어 낸 성과였다. 평균 22세의 선수들은 불혹에 가까운 나이의 스킵들이 즐비한 '베테랑 팀'들을 모조리 꺾고 우승을 거뒀다. 지난 2023년 창단한, 이제 막 2년차에 접어든 실업팀 선수들이라기엔 믿기 어려운 결과였던 터.

지난 17일 ​대회가 모두 마무리가 된 직후 이재범·표정민·김은빈·김진훈·김효준 선수, 그리고 이동건 코치를 함께 만났다.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국가대표 자격을 드디어 따냈다는 데 기쁨을, 이동건 코치는 21년 전 선수로 나섰던 아오모리 아시안게임에 제자들과 함께 출전한다는 데 감격을 드러냈다.

"'무에서 유' 창조하는 시즌 만들겠습니다"

김은빈 선수는 "고등학교 때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서 4강까지는 거뒀었는데, 최종 선발은 되지 못해 아쉬워하곤 했었다"며 "이번에는 학생이나 주니어 국가대표가 아니라 성인 국가대표로 대회를 나가니까, 우리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결승전 직후 "현실이 아니라 꿈 꾸는 것 같다"고 했던 이재범 스킵. 점점 태극마크의 무게가 실감 된다고. "이제는 당장 앞에 올림픽 예선이 있으니 과제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라는 그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기 위한 경험치를 충분히 쌓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진훈 선수는 "우리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해서 어색한 점도 전혀 없다. 있는 게 이상할 정도인 팀"이라며 팀워크를 과시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는 선발전 때 4강만 가곤 했었고, 주니어 대표팀 했을 때 해외에서 좋은 경험도 했었다"며 "그 경험 덕에 이번 선발전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전지훈련에서 승리하면서 점점 성장하는 걸 느꼈다. 세계적인 팀과 겨룰 때면 큰 점수 차로 지거나, 비등비등하다 막판에 지거나 했는데, 점점 하다보니까 승리할 때도 있고, 큰 점수차로 승리하기도 해서 그  '우리가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고 덧붙였다.

김효준 선수는 "가장 기대하는 경기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이라며 "무조건 목표는 우승이다. 올 가을 열리는 범대륙선수권에서도 꼭 우승을 거두고,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티켓도 따내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회 없는 시즌을 보내고, 내년 한국선수권에서도 2연패를 해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표정민 선수는 자신감 넘치는 말을 꺼냈다.

"우리가 세계 무대에 처음 나가는 것이지만,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대표로 뛰는 모든 경기를, 지난 한국선수권 결승전 때처럼 최선을 다해 뛰도록 하겠습니다. 젊은 패기, 그리고 좋은 체력으로 범대륙선수권, 아시안게임, 그리고 세계선수권에서도 좋은 모습 보이겠습니다."

"21년 전 기억 되살려 다시 영광 쓰겠습니다"
 

▲ 창단 만 2년차에 남자 컬링 국가대표가 된 경북 의성군청 남자 컬링팀 선수들. 왼쪽부터 김효준·김은빈 선수, 이동건 코치, 김진훈·이재범·표정민 선수. ⓒ 박장식


이번 대회를 통해 생애 두 번째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된 컬링인도 있다. 바로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스킵으로 나서 금메달을 딴, 2019년부터 의성군의 학생 지도자로 선임돼 선수들과 인연을 쌓은 이동건 코치가 주인공이다. 이동건 코치는 의성군청 창단과 함께 선수들을 다시 지도했다.

고교 때부터 지도한 만큼 선수들과의 친밀함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김은빈 선수는 "내가 아는 컬링 코치님들 중에서 제일 잘 생기셨다"며 "감사한 스승님이다. 훈련할 때를 넘어 일상 생활에서도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는 분"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동건 코치는 "전국에서 유례 없는 학생부 전담 지도자를 지자체에서 직접 선임했기에 내가 의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면서 "제 2의 '팀 킴'을 육성하는 취지에 맞게 의성군청 실업팀도 창단됐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와줘서 예상보다 일찍 국가대표가 됐다. 그것도 아시안게임 대표라서 더 뜻깊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사실 21년 전 아시안 게임 때의 영광이 희미해졌는데, 우리 선수들이 대표가 되고 아사안게임에 나간다고 하니 잊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기분"이라며 "그때 느꼈던 점, 필요했다고 생각했던 점을 잘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건 코치는 끝으로 "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런 방법을 토대로 선수들과 함께 하얼빈에서도 금메달을 따도록 하겠다"면서 "이 선수들이 내가 섰던 자리에서 영광스러운 모습, 잘했던 모습을 다시 보여주게끔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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