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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차별 적용? 똥기저귀 들고 쫓아가야죠"

[최저임금 여성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야기 ④]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정인숙씨

등록|2024.06.20 09:17 수정|2024.06.20 09:17
최저임금의 시간이 돌아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5월 21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2025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논의를 본격화했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임금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BR> <BR>이처럼 최저임금이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저임금을 받아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노인돌봄, 마트, 학교비정규직,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를 만나 일과 생활, 노후(미래) 준비, 최저임금의 적절성, 본인의 노동가치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BR> <BR>이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2.5% 올랐지만 물가 폭등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해 생활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했다. 일상생활에서 포기하는 것도 많았다. 이들이 숨통을 좀 트고 살아가려면 최저임금은어떻게 결정돼야 할까. 실제 물가 인상률을 반영하고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생활임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의 일과 삶의 이야기를 통해 최저임금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려 한다. [기자말]

14년차 요양보호사 정인숙(57세)씨지난 6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서비스노동자 2387명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증언대회에서 인숙 씨가 발언하고 있다. ⓒ 서비스연맹


"남편이 재활병원에 있어 지금은 수입이 없어요. 그래서 오늘 보험 해약하고 왔어요."

경기 성남에서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정인숙(57세)씨. 지난 2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남편 걱정에, 시름이 깊다. 남편은 퇴원해도 다시 경제활동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했다. 남편의 건강도, 가정경제도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해까지 남편과 맞벌이를 했지만 최저임금 수준이라서 아이 셋과 살기에는 늘 빠듯한 살림살이였다. "5인 가족이 생활하기에 빠듯했죠. 그야말로 아끼고 또 아껴 썼죠." 그래도 알뜰살뜰 아끼면 주택자금 대출도 좀 갚고 보험도 들 수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우선 보험을 해약했다. 당장 주택자금 대출 이자와 원금 갚는 것이 큰 부담이다. 인숙씨는 3년 전 2억 원 정도의 주택자금을 대출받아 산 빌라를, 당장 팔아야 될지 아니면 좀 더 버텨야 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 위기의 가정경제

인숙씨네는 남편과 아들 둘, 딸 하나 이렇게 다섯 가족이다. 둘째는 독립했고 네 가족이 같이 산다. 생활비에서 주택자금 대출 상환, 보험료 등 고정지출이 높은 편이고, 물가가 올라 식비 부담이 커졌다. 인숙씨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정지출 규모를 줄이고 생활비도 최대한 아끼고 있다. "물가가 너무 올랐어요. 과일은 비싸 꿈도 못 꾸고 대신 오이 같은 채소를 사 먹어요. 제가 참외를 되게 좋아하는데 못 사 먹어요."

또 인숙씨는 손으로 감자 모양을 흉내 내며 "얼마 전에 우리 딸이 야채만 먹는다고 뭐라 해 닭볶음탕을 하려고 감자를 샀는데 요만한 거 3개에 2980원이래요. 이제 감자도 넣지 말아야겠는데 생각했다"라며 비싼 물가에 한숨을 쉬었다.

인숙씨는 신혼 때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기도 했고, 14년 동안 요양보호 일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단련됐지만 요즘 사실 좀 힘들다. 남편이 경제활동을 못하는데 인숙씨의 월급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0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인숙씨는, 처음 5년 동안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다가, 시설요양원으로 옮겨 7년 가량 일했다. 그곳을 지난해 8월 그만두고 쉬다가 올해부터 다시 재가방문 요양보호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어르신 한 분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3시간씩 돌보고 있다.

"급여는 매달 서비스 횟수를 기준으로 산정돼 나와요. 3월에는 방문서비스 21회, 방문목욕서비스 1회를 해서 (급여)총액이 88만 원이었고 공제 후 79만4740원을 받았어요."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의 경우 월 60시간 이상 일해야 4대 보험을 들 수 있는데 인숙 씨는 그 기준을 간신히 넘겼다.

최저임금, 고용불안 등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
 

최저임금 차별 적용 시도를 반대하는 요양보호사들.“최저임금 차별 시도에 60만 요양보호사 피눈물 난다!” ⓒ 서비스연맹


재가방문과 시설요양원을 다 경험한 인숙씨는,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할말'이 많다. 둘 다 처우가 열악하지만 특히 재가방문은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다.

"성남 같은 경우, 요양보호사들이 복리후생 수당도 못 받고, 언제 일이 끊길지 몰라 고용불안도 심각해요. 우리 업무가 아닌 집안일도 다 해줘야 할 때도 많아요. 돌보는 어르신이나 보호자에게 그 건 업무가 아니라고 하면 다른 요양보호사 보내 달라고 해요. 그래서 일이 없어질까봐 참고 일해요."

인숙씨가 처음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로 돌봤던 80대 할머니의 경우가 그랬다.

"정자동 빌라에 살던 80대 할머니인데 집 청소를 해달라고 했어요. 처음이라서 그냥 해줘야 하는 줄 알고 60평짜리 집 청소를 청소기를 사용하지도 않고 다 해 줬어요."

그뿐이 아니었다. 그 할머니는 퇴근하는 인숙 씨를 기다렸다가 은행을 데려다 달라고 했다.

"제가 퇴근하면 쫓아 나와요. '나 은행 좀 데려다 줘' 하면서요. (케어)워커 끌고 은행까지 갔다가 다시 집까지 모셔다 드렸죠. 그러면은 30분 이상 '공짜노동'을 해요. 그땐 너무 순진했어요."

또 다른 돌봄 대상자는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고, 설거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90세 어르신 비위 하나 못 맞춰 가지고 그런다고 저를 탓해요. 거기 있다간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그만뒀어요."

이제는 불합리한 것을 참고 있지만 않는다. 최근 아들 방 청소해 달라는 돌봄 대상자의 요구를 거절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용기가 생겼다는 인숙 씨.

"아들 방 청소를 깨끗하게 해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아들 방은 안 됩니다' 했죠."

이렇게 일해도 14년 동안 임금은 늘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최저임금이 확 올랐을 때 '임금이 좀 오르겠구나' 기대를 했다. 그런데 당시 일하던 요양원에서 노동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시켰다. 요양원 쪽은 야간근무의 야간 휴게시간을 1시간 더 늘리고, 출·퇴근 시간을 30분씩 조정해 노동시간을 줄였다. 최저임금은 올랐으나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그 때 같이 일하던 동료 선생님들이 분노하고 서글퍼했어요." 

"최저임금 차별 적용 추진한다면 돌봄현장은 끝나요"
 

최저임금 대폭 인상!돌봄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 서비스연맹


예전에 인숙씨는 주위 사람들한테 "환갑까지만 일하고 싶다"고 자주 말했다. 이제 그것은 바람일 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오래 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경제적 여력이 없어 힘들지만 국민연금 말고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형편이라서 더욱 그렇다.

이런 인숙씨에게 어르신을 돌보는 보람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견디면서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돌봄노동의 가치를 좀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일은 보람 있는데 우리 일의 가치를 처우나 임금으로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않아요. 사실 우리 요양보호사가 돈을 벌어서 요양원을 먹여 살리는 구조인데 제대로 보장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인숙 씨는 "우리 돌봄노동의 가치를 임금으로 매긴다면 250만 원에서 300만 원은 받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 오이 말고 제가 좋아하는 참외도 좀 사 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정부는 돌봄을 시장가치로만 재단하고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돌봄 현장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이 생겼다. 돌봄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 적용 추진 시도다. 이에 인숙 씨는 분노했다.

"최저임금 차별 적용하면 돌봄 현장은 끝나요. 지금도 인력이 부족한데, 남들 1만 원 이상 받을 때 우리는 8천 원, 9천 원 받고 일하라고 하면 누가 들어오겠습니까. 이 거 반드시 막아야 해요. 진짜 차별 적용하려고 하면 (어르신)똥기저귀 들고 쫓아가야 해요."

인숙씨는 최저임금 차별 적용 추진한다면 돌봄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요양기관은 우리 서비스에 대한 (장기요양보험)수가를 받잖아요. 차별 적용하게 되면 기관의 수익도 줄어들 거예요. 그러면 돌봄 어르신들 먹는 것이나 기저귀 같은 물품비를 줄이겠죠. 그래서 돌봄 서비스 질의 낮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인숙 씨는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서비스의 질 향상과 돌봄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같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인숙 씨는 요양보호사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노후 보장, 즉 '편안한 침대'를 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의 요양제도를 바꿔서 돌봄노동자 처우를 개선해야 합니다. 국가의 돌봄 책임을 강화해 돈 없어도 평등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요양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돌봄노동자가 행복해야 존엄케어도 보장됩니다. 돌봄의 가치를 인정해 좋은 요양제도를 만드는 것이 제 노후를 준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돌봄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적용 추진 반대 기자회견돌봄서비스 노동자들이 지난 5월 21일 1차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차별 적용 추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서비스연맹

덧붙이는 글 황경의 기자는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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