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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교체 효과는 아직, 초보 감독들 믿어도 될까

등록|2024.06.20 10:39 수정|2024.06.20 10:39

김두현 전북 현대 신임 감독 기자회견5월 29일 오후 강원 춘천 더잭슨나인스호텔에서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 김두현 신임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적부진으로 감독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단행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K리그의 명가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이 리그에서의 부진에 이어 컵대회까지 조기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김두현 감독이 이끄는 전북현대는 지난 6월 19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치러진 김포 FC와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FA컵) 16강전에서 0-1로 패배했다. 언더독으로 꼽히던 김포는 구단 창단 첫 코리안컵 8강 진출이라는 이변을 이뤄냈다.

전북은 시즌 초반 개막 5경기 무승을 기록하자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과 과감히 조기에 결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박원재 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를 거쳐 지난 5월 27일 구단의 제8대 사령탑으로 김두현 감독을 낙점했다. 김 감독은 과거 전북의 수석코치를 지냈고 2023년에는 김상식 감독이 사임하자 감독대행을 맡아 5승 2무 1패의 호성적을 거둔 전적이 있다.

하지만 돌아온 김두현 감독은 전북 지휘봉을 정식으로 잡은 뒤 아직까지 승리가 없다. 강원 FC(1-2 패), 울산 HD(0-1 패), 인천유나이티드(2-2 무)를 상대로 1무 2패에 그쳤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기에 김두현 감독을 탓하는 여론은 아직 크지 않았고, 경기력은 슬슬 살아나고 있다는 호평도 있었다.

코리아컵은 김두현 감독과 전북에게는 반전의 기회였다. 전북은 이 대회에서 5차례나 정상에 오른 강팀이다. 하지만 상대인 김포는 2부리그팀으로 16강 진출팀 최약체로 꼽힌 데다, 전북은 이날 외국인 공격수 티아고를 비롯한 주전선수들을 모두 투입하며 로테이션이 아닌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하지만 전북은 전반 4분 만에 브루노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만회골을 넣기 위하여 파상공세를 퍼부었으나 끝내 김포의 골문을 열지 못하고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전북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올시즌 유일하게 우승의 희망이 남아있던 코리아컵을 놓치게 되면서 사실상 2년 연속 무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북은 현재 리그에서는 3승 6무 8패, 승점 15점으로 11위에 그치고 있다. 한때 '현대가 라이벌'이던 선두 울산 HD(승점 32)와의 격차는 벌써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오히려 최하위 대전과는 승점이 동률에 다득점으로만 간신히 앞서고 있어서 이제는 정말로 강등 공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두현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승리하지 못 해 팬분들에게 죄송하다. 초반 실점으로 조급해졌다. 흐름을 빼앗겼고 실수도 많아서 원하는 걸 보여주지 못했다"고 총평했다. 이어 김 감독은 "승리를 위해서는 전술, 전략,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생존'이라는 단어를 상기했으면 좋겠다"고 의미심장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반전의 기회' 놓친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같은 날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석패했다. 수원은 연장까지 포항과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 했으나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수원은 단판승부인 이날 경기에서 파격적인 로테이션을 들고 나왔다. 변성환 감독은 고종현·김성주·박승수 등 고교생 선수들을 비롯하여 선발명단 대부분을 비주전 멤버들로 구성했다. 그럼에도 수원은 오히려 연장전에서 먼저 선취골을 따내는 등 내내 포항을 괴롭혔다. 전진우의 선제골 상황에서는 박승수가 데뷔전에서 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원은 졌지만 2부팀이 2진에 가까운 전력으로 1부리그팀인 포항의 1.5군과 끝까지 접전을 펼쳤다는 것은, 경기 내용상 소득이 많은 경기였다. 변성환 감독도 "결과를 빼면 모두 얻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이 경기를 계기로 앞으로도 경쟁체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선언하며 패배에도 불구하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경기가 승패가 상관없는 평가전이나 친선대회가 아니라 엄연히 타이틀이 걸린 코리아컵이라는 점이다. 수원은 코리아컵에서 역대 5회나 우승한 강팀이다. 지난 시즌 강등과 올시즌 2부리그에서의 부진으로 상처받은 팬들의 여론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변성환 감독은 빡빡한 정규리그 일정을 고려하여 로테이션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지만, 우승 가능성이 있는 코리아컵을 사실상 포기하고 유망주 실험의 무대로 삼은 것을 팬들이 어떻게 납득할지는 의문이다.

변성환 감독도 김두현 감독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승리가 없다. 지난 5월 31일 염기훈 감독의 후임으로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변 감독은, 리그에서는 첫 경기 부산과 1-1로 비긴 뒤 경남전에서도 0-0으로 비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내용상 나쁘지는 않았지만 빈약한 골결정력과 외국인 공격수들의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다이렉트 승격을 목표로 했던 수원이지만 K리그2에서도 6승 3무 7패 승점 21점으로 6위에 머물고 있다. 성적부진으로 팀의 레전드인 염기훈 감독도 정식 사령탑 선임 5개월 만에 사퇴했던 수원으로서는 인내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다.

김두현과 변성환 두 감독의 공통점이자 불안요소는, 둘다 프로 1군 감독을 맡은 것이 처음인 '초보감독'이라는 것이다. 두 감독은 K리그에서 감독대행을 잠깐 맡아본 적은 있지만, 정식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 중반에 지휘봉을 잡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팀을 만들어나갈 시간도 부족하다는 것은, 경험이 부족한 초보 감독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환경이다.

전북과 수원은 K리그를 대표하는 전통 명가로서, 이름값이나 선수 구성면에서 팬들의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단들이다. 최근 전임 감독들이 연이어 실패를 거듭한 탓에 이번에는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

새로운 감독의 축구가 조금씩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도 결국은 결과가 뒷빋침되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두 초보 감독은 과연 언제쯤 첫 승을 신고하며 팬들의 의구심을 기대감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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