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롭다... 2천년을 버틴 세고비아 로마 수도교
[지중해 순례 여행] 견고하고 뛰어난 건축 기술, 석조 건축의 위력
지난 2024년 1월 25일부터 스페인을 여행하여 쓴 글입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지중해 지역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여행기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세고비아를 상징하는 것은 로마 수도교다. 세고비아 성당이나 알카사르 성과 같은 유명한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로마 수도교는 세고비아를 상징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가치 때문인지 세고비아를 상징하는 휘장에 이 수도교가 들어 있다.
약 2천년 전에 건설된 로마 수도교가 아직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거의 원형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이 수도교는 실제로 지난 1973년까지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견고함과 실용성이 아직까지도 유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길이만 해서 1km에 가까운 813m이고, 최고 높이는 30m에까지 이르는 건축물이 아직까지도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오고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이곳에 이토록 웅장한 로마 수도교가 왜 자리잡고 있을까? 지중해의 가장 변방 지역인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에 건설된 수도교는 당시 로마제국의 위용이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로마제국의 가장 강성한 시기에 지어진 만큼 그 건축술의 힘이 아직까지도 2천년을 버티게 하고 있다.
▲ 로마시대 수도교마치 퍼즐을 쌓아 올린 듯 건축공학적인 기술을 통해 정교한 균형미를 잘 갖추고 있다. ⓒ 정윤섭
지중해의 연안 국가를 모두 제패한 로마제국, 오늘날 서구 유럽문화의 뿌리가 되고 유럽과 이슬람 문화권을 잇는 유라시아의 무대가 되었던 지중해 지역을 지금까지 온전히 다 지배한 제국은 로마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지중해를 완전히 통일한 것이 로마제국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지중해를 둘러싼 연안지역을 로마가 지배함에 따라 문화와 건축, 사회체제 등 주변 국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흔적은 건축물을 통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이들 유적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뛰어난 석조건축 기술 때문이기도 하다. 전란 등으로 인해 여러 유적들이 파괴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도처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건축물은 당시 로마제국의 강성했던 힘을 엿 볼 수 있다.
지중해의 변방지역 스페인
▲ 세고비아 로마수도교2천년을 버텨온 로마시대의 수도교가 경이롭다 ⓒ 정윤섭
지중해는 문명의 생성이 동쪽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로인해 그 서쪽인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 지역은 변방 지역에 해당한다. 중세까지도 지중해의 서쪽 끝을 넘어서면 절벽과도 같은 곳으로 떨어진다는 개념이었으니 더 이상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시대 수도교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로마제국이 지중해 지역을 평정한 그 위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3세기 무렵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는다. 두 차례의 포에니아 전쟁을 통해 완전히 패권을 장악한 로마는 이후 스페인 지역을 지배하에 두게 되는데 스페인은 5백년간 로마제국의 영향권 아래 있어야 했다. 이 시간이면 로마의 문화가 꽤 깊이 여기저기 남아있을 시간이다.
지중해 연안 국가에는 지금도 당시 로마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원형경기장이나 수도교, 다리 등 로마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거의 2천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유적들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석조건축의 위력을 실감 할 수 있다.
스페인에는 여러 지역에 로마시대의 유적이 남아 있는데 그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세고비아 수도교다. 잘 다듬어진 거대한 돌을 쌓아 올려 만든 수도교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면 로마시대로 되돌아가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석조건축의 정수
▲ 수도교 중앙부분수도교의 중앙부분은 마치 문의 역할처럼 한단을 더 쌓아올리고 인물 조각상을 넣었다. ⓒ 정윤섭
세고비아 수도교는 규격에 맞게 잘 다듬은 돌들을 2층으로 쌓고 아치형으로 잘 배열한 구조인 것을 볼 수 있는데 마치 퍼즐을 쌓아 올린 듯한 착각이 든다. 그래서 중간의 돌을 빼내면 모두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지진이나 전쟁시 폭탄 하나면 무너질 법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잘 보존되어 오고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로마 수도교는 높은 데서 수도교의 경사로를 따라 도시 지역까지 수로를 연결하여 공급하는 다리였다. 이 물을 이용해 도심의 분수대나 공중목욕탕을 운영하고 각 가정에까지 물을 공급하였다고 하니 지금 못지않게 도시계획이 잘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 가뭄이 들어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귀족 계급의 집부터 물 공급을 끊어 제한 급수를 했다고 한다.
이 수도교는 대략 1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데 약 17km 떨어진 산속의 물을 끌어와 공급했다. 지난 1973년까지도 사용되었다고 하니 2천년 이상 사용한 것이어서 그 견고함과 실용성에 놀라울 따름이다.
▲ 로물루스 동상로마시대 수도교 앞에는 로마제국 건군신화인 로물루스 동상이 세워져 있다. ⓒ 정윤섭
이 수도교는 건축미를 보더라도 단연 으뜸이다. 전체적으로 167개의 아치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 날렵한 균형미가 뛰어나다. 가운데 중앙 부위에는 한 단을 더 약간 쌓아 올려 마치 정문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 가운데에는 인물 조각상을 넣어 단순히 기능적인 수도교가 아닌 상징성까지도 갖추고 있다. 가운데 조각상은 성 세바스티아누스상으로그는 초기 기독교의 순교자다.
수도교의 맨위 부분은 물이 흐르는 곳으로 돌을 이어 만든 수로가 물이 세지 않고 흐르는 것을 보면 방수처리 기술 또한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로마제국 시대의 영광을 기념한 것인지 이 수도교 바로 앞에는 로마의 건국신화라고 할 수 있는 늑대 젖을 먹는 로물루스 동상이 세워져 있다.
▲ 세고비아 알카사르 성로마수도교가 있는 지역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백성공주의 모델이 된 알카사르 성이 있다. ⓒ 정윤섭
세고비아 수도교가 있는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세고비아 성당을 비롯 알카사르 성이 있는 역사유적지여서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알카사르 성은 로마시대부터 시작된 성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윌트 디즈니의 <백설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델이 되어 백설공의 성이라고도 불리운다. 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주변의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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