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EU 고위 관계자 "플라스틱 국제협약 부산서 성안 어려울 것"

2024년 이후 체결 시 유엔환경총회서 새 결의안 채택 필요

등록|2024.06.22 10:26 수정|2024.06.22 10:26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연내 성안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의 말이 나왔습니다. EU는 그간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곳입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논의를 위한 마지막 회의가 오는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립니다.

21일 그리니엄이 EU 이사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비리기니우스 신케비치우스 EU 집행위원(환경·해양수산 담당)은 최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플라스틱 국제협약 부산서 성안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회의로 EU 27개 회원국 기후·에너지·환경장관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환경 담당 EU 집행위원, 부산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 어려워

신케비치우스 집행위원은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4차 회의(INC-4) 결과, "일부 국가들의 지연 전술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국제협약) 협약문이 일부 진전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구체적인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EU 집행위가 내놓은 문서에서는 "주로 주요 산유국과 일부 정부가 오타와 협상을 지연시켰다"고 담겨 있습니다.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들 국가는 협약문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제외돼야 한단 입장입니다.

그러나 그는 EU 27개국 장관들에게 "현 속도로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릴 5차 회의(INC-5)에서 협상을 마무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차 폴리머(플라스틱 원료) 등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두고 일부 국가가 거세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법적 구속력의 범위와 재정 메커니즘을 두고 국가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 현지시각으로 지난 17일 룩셈부르크에서 EU 27개 환경부 장관이 모인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비리기니우스 신케비치우스 EU 집행위원은 연내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 EU 이사회


이 가운데 협약문 속 일부 쟁점을 논의하는 '회기간 작업' 회의는 오는 8월 태국 방콕에서 열립니다. 전문가들이 모여 쟁점을 조율하는 논의입니다.

신케비치우스 집행위원은 "전문가 회의만으로는 올해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올해 부산 회담 전후로 고위급 회담 등 모든 차원에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습니다. 신케비치우스 집행위원 발언 이후 프랑스 외교관인 시릴 피케말은 캐나다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또 최근 이탈리아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담 결과, G7 회원국이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모두를 줄이기로 약속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G7 공동선언문에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목표연도로 2040년이 명시됐습니다. 산유국이 반대해 온 1차 폴리머 생산·소비를 줄여야 한단 내용도 담겼습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등 협약문 내 세부사항 두고 국가 간 온도차 선명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둘러싼 각국의 온도차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EU와 태평양 도서국 그리고 남미 국가들은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갖춘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요구합니다.

파리협정처럼 국제사회가 지켜야 하는 플라스틱 감축목표와 연도가 설정돼야 한단 것. 1차 폴리머를 포함한 전주기에서 규제가 돼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반면, 러시아·사우디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옵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아닌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자는 입장입니다.

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처럼 플라스틱 역시 국가 재량에 맞춰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사실상 협약 내 거의 모든 사항이 쟁점입니다. 이 때문에 올해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연내 성안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안드레스 델 카스티요 변호사는 기후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에 "(부산에서 열릴 마지막 회의는) 매우 약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며 "아예 성안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2024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정부간협상위원회를 거쳐 2025년 중순 열릴 전원외교회의에서 확정된다. ⓒ 그리니엄


"2024년 이후 체결 시 유엔환경총회 새 결의안 필요"

2024년 이후에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체결될 수는 없는 걸까요?

국제사회는 올해에 법적 구속력을 갖춘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국제사회가 만장일치로 체결한 결의안에 따른 것입니다.

즉, 2025년 이후로 미루기 위해선 유엔환경총회에서 새로운 결의안이 채택돼야 합니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와 기후환경단체들은 협약을 서둘러서 체결할 필요가 없단 입장입니다. 그 대신 더 촘촘하고 구속력을 갖춰야 한단 것입니다.

태평양 도서국 미크로네시아의 협상을 담당하는 데니스 클레어 고문은 클라이밋홈뉴스에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특정 날짜까지 체결되는 것보다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폐기물 전문 국제환경단체 가이아(GAIA)의 아나 레 로차 글로벌 프로그램 이사 또한 협약 체결을 위해 서둘러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한에 쫓기다 보면 되레 엉성한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나올 수 있단 뜻입니다.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의 박정음 팀장은 그리니엄에 "야심찬 협약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나 5차 회의를 마지막 회의로 상정해두고 일단 할 수 있는 몫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5차 회의에서 진행이 더디다고 판단될 시 논의를 이어가도 충분하단 것.

야심찬 플라스틱 오염 종식 목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논의가 되레 진행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카스티요 변호사 역시 회담을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성안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플라스틱 국제협약 부산서 성안 위해 최선 다할 것

마지막 회의 개최국인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입장입니다. 단, 정부 역시 연내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지난 12일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한 이형섭 환경부 국제협력단장은 현 대립 양상을 보면 연내 성안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단장은 "(파리협정처럼) 일단 협약을 만들고 추후 세부적으로 협약 내 세부 내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최대한 실행 가능한 절충안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역시 포럼에서 "협약 성안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국내적으로도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