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를 일본 인프라로" 자민당 요청에 손정의 "책임지고 할 것"
마이니치 "일 정부, 소프트뱅크에 라인야후 경영권 확보 요구"
▲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자본 관계 개입을 보도하는 <마이니치신문> ⓒ 마이니치신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라인 야후를 일본 인프라로 만들어 달라'는 집권 자민당 인사의 요청에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라고 약속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라인야후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행정지도를 내린 지난 3~4월 손 회장과 자민당의 아마리 아키라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아마리 본부장은 손 회장에게 "방법은 그쪽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인프라는 앱 개발부터 모두 일본 국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손 회장은 "내가 책임지고 그렇게 하겠다"라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소프트뱅크 사장을 불러내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을 매입하라고 주문했다.
마이니치는 "총무성이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사장을 따로 호출해 네이버의 출자 비율을 낮춰 사실상 라인야후 경영권을 소프트뱅크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라인은 일본 국민 9800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네이버가 201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2019년 소프트뱅크의 검색엔진 업체 야후재팬과 라인 지주사인 A홀딩스를 설립했다.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 대 50 비율로 보유하고 있다.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악성코드에 감염돼 라인야후에 약 52만 명의 일본인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3월 통신 비밀 보호와 사이버 보안 강화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에 위탁한 서비스 개발 운용을 차례로 축소 및 종료해 나가고, 2026년 12월까지 네이버와 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보고서를 총무성에 제출했으나, 자본 관계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자 총무성은 4월 "라인야후가 제출한 재발방지책이 불충분하다"라며 다시 행정지도를 내렸다.
마이니치 "정부, 민간기업 자본 구성 개입 이례적"
▲ 야후와 라인 로고 ⓒ 야후·라인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일본 정부가 네이버를 압박해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이니치는 "라인야후를 소프트뱅크와 맞먹는 사실상의 모회사인 한국 대기업 네이버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목적이지만, 정부가 민간기업의 자본 구성에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라인은 행정 서비스에 활용하는 지자체도 많아 일본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사회 인프라"라면서 "자민당의 아마리 본부장으로서는 라인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국가적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야카와 사장은 지난 20일 소프트뱅크 주주 총회에서 네이버 측과 자본 관계 재검토를 위한 교섭 상황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현시점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라인야후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21일 주주 총회에서는 손 회장이 직접 나섰지만, 향후 사업 구상에 관해서만 설명하고 라인야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
이와 관련해 오쿠다 사토루 아지아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일본 정부는 사회 인프라로 성장한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한일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피하려고 것 같다"라며 "처음부터 정부가 주도해 해결하려고 했지만 궤도 수정을 고민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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