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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기리는 공간, 이렇게 만들어봅시다

새로이 기리는 연암 박지원의 길 (5) 행사와 어우러진 문학관·박물관

등록|2024.06.24 11:47 수정|2024.06.24 11:47
연암 박지원 선생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세계적인 수준의 문장가로 평가받는다. 1792년부터 1796년까지 안의현감을 지낸 바 있는 만큼 경남 함양에서는 매년 연암문화제를 열어 연암 박지원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실학으로 대표되는 북학(北學)의 대표적 학자이자 근대 이전 산문 역사에서 가장 큰 명성과 높은 위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일반 대중에게 덜 알려진 것이 현실이다. 함양군의 연암물레방아공원과 연암문화제의 규모 또한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업적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연암 박지원 선생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에 기반이 갖춰진 함양군이 조금 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주간함양>은 연암 박지원 선생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문제적 인간 연암의 생애
2. 연암의 문학세계와 정신
3. 관광코스로 구현된 이야기들(1)
4. 관광코스로 구현된 이야기들(2)
5. 행사와 어우러진 문학관·박물관
6. 연암의 자취, 물레방아의 고장

 

▲ ⓒ 주간함양


지난 두편의 회차를 통해 '테마공간으로 구현된 이야기들'이라는 주제로 지역을 대표하는 이야기를 테마공간으로 구현한 지역들을 소개했다. 이번 회차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또는 지역에 큰 발자취를 남긴 역사적 인물들을 기념하는 공간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세계적인 수준의 문장가로 평가받는다. 이에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라 불리며 연암 박지원 선생처럼 한국 문학사에 큰 영향을 끼친 정지용 시인을 기념하는 '정지용 문학관'을 방문했다. 또 연암 박지원 선생과 더불어 실학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을 기념하는 '다산 박물관'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두 사례를 통해 연암 박지원 선생을 기리는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 참고할 부분은 없는지 알아본다.

시인 정지용의 시와 작품이 흐르는 곳
 

▲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정지용 문학관 ⓒ 주간함양


1902년 충북 옥천군에서 태어난 정지용 시인은 1930년대에 이미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당시의 시단(詩壇)을 대표했던 시인이었다. 정지용 시인은 참신한 이미지와 절제된 시어로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에게는 작품 <향수>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정지용 시인의 고향인 옥천에는 현재 생가가 복원되어 있고 바로 옆에 정지용 시인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또 인근에는 정지용 시인의 이름을 딴 지용문학공원이 있는데 박두진, 박용철, 도종환 등 유명 시인 13편의 시비가 조성되어 있다. 정지용 시인의 일대기를 기록해 놓은 가벽과 시비광장, 생태연못, 산책로 등으로 꾸며진 공원이다.
   

▲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정지용 문학관 ⓒ 주간함양


이번에 소개할 정지용 문학관은 2005년에 개관했으며 생가와 더불어 정지용 시인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지용 문학관의 동선은 우측 어두운 터널 같은 입구부터 시작하는데 이곳에 들어서면 정지용의 시 세계가 음악과 이미지의 형태로 전달된다. 벽면 귀퉁이 양 벽면에 영상을 비추어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문학전시실은 테마별로 정지용의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지용연보, 지용의 삶과 문학, 지용문학지도, 시·산문집 초간본 전시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다. 이들 각각의 테마를 살펴보면 '지용연보'는 시대적 상황과 문학사의 전개 속에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곳이며 스크린북에 상영되는 영상을 통해 추억의 앨범을 넘기듯 시인의 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다.
 

▲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정지용 문학관 ⓒ 주간함양


'지용의 삶과 문학'은 연대기와 주제별로 <향수>, <바다와 거리>, <나무와 산>, 산문과 동시 등 4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정지용의 삶과 문학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한국 현대시의 흐름과 정지용의 시문학에 관해 알아 볼 수 있는 공간인 '지용문학지도'는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현대시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가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그 흐름 속에서 정지용 시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 할 수 있다.

'시·산문집 초간본 전시'는 <정지용 시집>, <백록담>, <지용시선>, <문학독본>, <산문> 등 정지용 시인의 시·산문집 원본을 전시하고 육필원고 및 초간본의 내용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여 당시의 상황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테마를 따라 가는 동선은 전시실의 벽 3면을 가득채운 문학전시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정지용 문학관 ⓒ 주간함양


흥미성과 오락성을 갖춘 문학체험 공간도 문학관에 마련되어 있다. 이 공간에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법을 활용해 관람객이 즉석에서 문학 체험을 가능하게끔 한다. 관람객이 양 손바닥을 내밀면 손이 스크린이 되어 그 위에 흐르는 시어를 읽어보며 느끼는 '손으로 느끼는 시', 음악과 영상을 배경으로 성우의 시 낭송을 들으며 시를 폭넓게 이해 할 수 있는 '영상시화' 등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정지용의 시문학 세계를 눈과 귀,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특별한 감동이 있는 공간이다.

그 외에 정지용 시인의 삶과 문학, 인간미 등을 서정적으로 그린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이 상영되는 '영상실'과 강좌, 시 토론, 세미나, 문학 동아리 활동 공간이며 단체관람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수 있는 '문학교실'은 사전 예약 후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앞에 소개한 문학관과 생가를 비롯한 옥천읍내 다양한 공간을 기반으로 매년 5월에는 시인 정지용의 고향 옥천의 문학축제인 '지용제'가 열린다. 시인 정지용을 추모하고, 그의 시문학 정신을 이어가며 더욱 발전시키자는 뜻으로 열리는 축제에는 초청 북토크·문학상·백일장·문학포럼·전국시낭송대회 등의 문학행사와 향수 음악회·학생 사생대회·불꽃놀이 등 공연 및 이벤트가 진행된다. 더불어 전국향수사진 공모전·시화전·공예품 전시회 등의 부대행사와 전통악기 체험·도자기 만들기·장승깎기·페이스 페인팅 등 체험행사도 즐길 수 있다.

지용제는 6년 연속 충청북도 최우수·우수 대표 문학축제로 평가받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전국의 문학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문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학 콘텐츠를 재구성해 재미와 감동을 더했다는 방문객들의 평을 받았다.

유배지에 남겨진 흔적을 기념하다
 

▲ 전남 강진에 위치한 다산박물관 ⓒ 주간함양


전남 강진군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의 유배생활한 곳이자 실학을 집대성한 곳이다. 강진군에서 다산 선생은 <목민심서>, <경세유표> 및 많은 책을 썼다. 해당 저서들을 통해 백성을 중심에 둔 개혁, 경제, 과학기술에 대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다산 선생의 삶과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현대적인 가치로 계승 발전시키고자 다산박물관이 강진군에 개관됐다.

다산박물관은 다산 선생이 생전에 남긴 친필 간찰과 저술, 주변 인물들의 자료를 수집·보관 전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디지털 자료들로 다산 선생을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 전남 강진에 위치한 다산 박물관 ⓒ 주간함양


강진을 배경으로 펼쳐진 다산 선생의 생애와 업적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데 상설 전시공간에는 만남·생애·환생·흔적 등의 테마에 맞춰 영정, 다산연보, 가계도, 학통, 다산의 일생, 다산의 업적과 유물들이 패널과 조형물로 입체감 있게 전시되어 있다. 상설 전시공간 외에도 지역작가 초대전, 특별전시 등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각종 행사가 매번 이루어진다.
 

▲ 전남 강진에 위치한 다산 박물관 ⓒ 주간함양


또한, 어린이와 가족·청소년·공직자와 단체가 참여해 강진에서 다산 선생의 생활을 느껴볼 수 있도록 다산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다포 채색하기, 손수선 채색하기, 나만의 도장 만들기, 하피첩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은 물론 강진다산청렴연수원을 통한 공직자 대상 교육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공직자로서의 삶을 성찰하고 또 다른 다산이 되기를 다짐할 수 있는 과정으로 지속적으로 다산의 정신을 교육, 확산하고 있다.
 

▲ 전남 강진에 위치한 다산 박물관 ⓒ 주간함양


강진군은 지난 1월에서 5월까지 2박3일 일정으로 6차례 진행된 교육에 전국에서 온 219명의 교육생이 다녀갔고 하반기에 진행될 9차례의 교육에도 352명이 예약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다산 청렴 교육이 시작된 이래로 14년 동안 1만4300여 명이 다산공직관 교육을 이수한 만큼 다산 청렴 교육은 굉장한 인기를 끄는 중이다.

이처럼 다산 선생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다산박물관을 방문하면 다산 선생의 정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몸소 느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 (김경민)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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