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명'을 몰라 '심심한 사과' 전합니다
이제는 20대 문해력 비난을 멈춰야 할 때
"0명 모집합니다."
지난 4월 12일 스케치 코미디 채널을 운영하는 너덜트는 유튜브 커뮤니티에 배우 모집 공고를 게시했다. 별 이상이 없는 평범한 공고문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0명'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왜 0명 뽑는다고 하냐, 낚시글이냐"며 시청자 우롱이라고 하는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채용 공고에서의 '0명 모집'은 한 자릿 수 인원을 뽑는다는 의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최소 0명에서 최대 9명까지 채용한다는 의미를 몰랐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문해력이 딸리는 Z세대", "무식한데 쪽팔린 줄 모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문해력'이란, 문맹의 반의어로 글을 읽을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오늘날에는 글씨를 읽을 줄 아는 '음성적 읽기'를 넘어 '의미적 읽기'까지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문해력의 척도로 삼는다. 젊은 세대의 '0명'은 의미적 읽기가 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이다. Z세대의 문해력이 얼마나 문제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날선 반응을 보이는 걸까.
사회가 바라보는 Z세대 문해력
지난해 10월 진학사 캐치가 Z세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해력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45%가 '심심한 사과'의 뜻을 맞히지 못했다. 3일 후를 의미하는 '글피'의 정답률도 60% 남짓이었다. 이외에도 뜻과 단어가 맞게 연결된 것을 고르는 어휘 퀴즈 5개를 모두 맞힌 인원은 5%뿐이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질 높은 교육을 많이 받으며 자라왔다. 사회적 교육과 수준은 높아졌는데, 이렇게 중요한 문해력이 왜 젊은세대에는 부족할까?
그 이유는?
진학사 캐치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문해력 부족의 원인으로 '영상 콘텐츠의 이용 증가'가 대두되었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29일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국의 만 13세부터 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68.5%가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젊은 세대의 영상 콘텐츠 이용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짧은 콘텐츠가 떠오르면서 집중력 저하 현상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긴 글을 잘 읽지 못하기도 한다. 뉴스 기사도 길다며 인터넷 세상에서는 '3줄 요약'이 매너가 되고 있다. 20대 A씨는 "SNS에 있는 글을 봤을 때 너무 길면 읽지 않고 그냥 넘긴다"고 말했다. 그것이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가와 관계 없이 글이 길면 읽지 않고 넘기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글을 읽는 것'에서 시작되는 문해력은 글을 읽지 않으면 단련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SNS 이용량이 증가하며 틀린 맞춤법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밈(meme) 사용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밈은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이자, 대중문화의 일부인 '인터넷 용어'이다. 최근 유행했던 '외않되?(왜 안 돼?)', '커엽다(귀엽다)', '사궈(사귀어)', 'I am 신뢰예요', '여자가 되(여자가 돼)' 등 일부러 맞춤법을 틀린 용어들이 SNS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유행은 사람들이 틀린 어법에 익숙해지게 만들 수 있다. B씨는 "'여자가 되'라는 밈을 자주 사용하다가 실수로 잘못된 맞춤법을 사용한 적이 있다"며, "밈 사용이 습관이 되다 보니 생각 없이 잘못된 맞춤법이나 문법을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밈은 한 세대의 결속력을 높이는 문화이지만 이를 향유하며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재성 교수는 "오랫동안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체감하고 있다"며 문해력은 인간이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해력 감소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언어 환경에 노출되지 못하는 점을 꼽았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아요. 지금은 핵가족이잖아요. 예전에는 삼촌, 고모, 엄마, 아빠들이 아침마다 와서 떠드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지만, 현재는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젊은세대가) 0명의 의미를 모르는 것도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교육과는 별개로 생활에서 일어나는 언어 노출이 문해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실 20대는 텍스트가 고파요
하지만 우리 사회가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젊은 세대의 실상은 조금 달랐다. 텍스트가 결핍된 듯 보이는 20대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텍스트와 친밀하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의 독서율은 74.5%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게다가 독서, 기록 등 텍스트 콘텐츠를 힙하다고 여기는 새로운 경향을 의미하는 '텍스트 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에서는 텍스트가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미디어와 친밀한 젊은 세대들은 이 특성을 이용해 SNS에 '매거진'을 만들기도 했다. 예술, 독서,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를 글로 나타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술자리 인기 문화로 '낭독회'가 떠오른다. 음악을 감상하듯 텍스트를 읽고 듣는 모임이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사례는 '문상훈 에세이 낭독회'다.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를 운영 중인 문상훈은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라는 에세이를 출간했는데, 이를 기념하며 낭독회를 개최했다. 또한,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손편지'를 주고 받는다거나, 블로그에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다거나, 꾸준히 일기로 기록을 남기는 등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텍스트를 놓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에 재학 중인 22학번 임아무개씨는 실제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며 텍스트와 가까이 지낸다. 하지만 이런 임씨도 요즘 20대가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장님이 "요즘 애들 책 한 줄이라도 읽냐, 뉴스는 보냐"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임씨는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자주 쓰는 자신의 친구들을 떠올리며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닌데 자신을 비롯한 친구들이 하고 있는 노력들도 함께 무시 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노력은 들여다보지 않고, 부족한 부분에만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까 오픈 마인드"
물론 모든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젊은 세대를 나무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부족을 비판하지만, 이것이 비난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들이 기존에 사용했던 언어를 사용할 일상의 공간이 부족하다. 온라인 공간이 훨씬 더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에게 온라인 공간이 친숙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여대 이재성 교수는 "요즘 애들은 창의적이고 여러 가지 각도로 보거든요. 그러니까 오픈 마인드, 비난하지 말고 일단 그게 뭘 뜻하는지 보세요. 그럼 무릎을 탁 치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20대는 아직 많은 것을 배워 나가는 나이이다. 사회의 인식과는 달리 20대는 성장하려 발버둥치는 번데기일지 모른다. 우리 사회와 기성세대는 이들이 번데기를 벗고 멋진 나비가 되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 주기를 부탁하는 바이다.
지난 4월 12일 스케치 코미디 채널을 운영하는 너덜트는 유튜브 커뮤니티에 배우 모집 공고를 게시했다. 별 이상이 없는 평범한 공고문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0명'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왜 0명 뽑는다고 하냐, 낚시글이냐"며 시청자 우롱이라고 하는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채용 공고에서의 '0명 모집'은 한 자릿 수 인원을 뽑는다는 의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최소 0명에서 최대 9명까지 채용한다는 의미를 몰랐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문해력이 딸리는 Z세대", "무식한데 쪽팔린 줄 모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회가 바라보는 Z세대 문해력
지난해 10월 진학사 캐치가 Z세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해력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45%가 '심심한 사과'의 뜻을 맞히지 못했다. 3일 후를 의미하는 '글피'의 정답률도 60% 남짓이었다. 이외에도 뜻과 단어가 맞게 연결된 것을 고르는 어휘 퀴즈 5개를 모두 맞힌 인원은 5%뿐이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질 높은 교육을 많이 받으며 자라왔다. 사회적 교육과 수준은 높아졌는데, 이렇게 중요한 문해력이 왜 젊은세대에는 부족할까?
▲ 진학사 캐치가 실시한 Z세대 문해력 설문조사지난해 10월 진학사 캐치가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 자료 ⓒ 진학사 캐치
그 이유는?
진학사 캐치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문해력 부족의 원인으로 '영상 콘텐츠의 이용 증가'가 대두되었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29일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국의 만 13세부터 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68.5%가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젊은 세대의 영상 콘텐츠 이용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짧은 콘텐츠가 떠오르면서 집중력 저하 현상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긴 글을 잘 읽지 못하기도 한다. 뉴스 기사도 길다며 인터넷 세상에서는 '3줄 요약'이 매너가 되고 있다. 20대 A씨는 "SNS에 있는 글을 봤을 때 너무 길면 읽지 않고 그냥 넘긴다"고 말했다. 그것이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가와 관계 없이 글이 길면 읽지 않고 넘기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글을 읽는 것'에서 시작되는 문해력은 글을 읽지 않으면 단련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SNS 이용량이 증가하며 틀린 맞춤법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밈(meme) 사용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밈은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이자, 대중문화의 일부인 '인터넷 용어'이다. 최근 유행했던 '외않되?(왜 안 돼?)', '커엽다(귀엽다)', '사궈(사귀어)', 'I am 신뢰예요', '여자가 되(여자가 돼)' 등 일부러 맞춤법을 틀린 용어들이 SNS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유행은 사람들이 틀린 어법에 익숙해지게 만들 수 있다. B씨는 "'여자가 되'라는 밈을 자주 사용하다가 실수로 잘못된 맞춤법을 사용한 적이 있다"며, "밈 사용이 습관이 되다 보니 생각 없이 잘못된 맞춤법이나 문법을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밈은 한 세대의 결속력을 높이는 문화이지만 이를 향유하며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재성 교수는 "오랫동안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체감하고 있다"며 문해력은 인간이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해력 감소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언어 환경에 노출되지 못하는 점을 꼽았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아요. 지금은 핵가족이잖아요. 예전에는 삼촌, 고모, 엄마, 아빠들이 아침마다 와서 떠드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지만, 현재는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젊은세대가) 0명의 의미를 모르는 것도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교육과는 별개로 생활에서 일어나는 언어 노출이 문해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실 20대는 텍스트가 고파요
▲ 문상훈 에세이 사운드 낭독회 홍보 포스터지난 2월 17일부터 3월 3일까지 진행된 문상훈 에세이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사운드 낭독회 포스터 ⓒ 멜론티켓
하지만 우리 사회가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젊은 세대의 실상은 조금 달랐다. 텍스트가 결핍된 듯 보이는 20대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텍스트와 친밀하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의 독서율은 74.5%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게다가 독서, 기록 등 텍스트 콘텐츠를 힙하다고 여기는 새로운 경향을 의미하는 '텍스트 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에서는 텍스트가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미디어와 친밀한 젊은 세대들은 이 특성을 이용해 SNS에 '매거진'을 만들기도 했다. 예술, 독서,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를 글로 나타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술자리 인기 문화로 '낭독회'가 떠오른다. 음악을 감상하듯 텍스트를 읽고 듣는 모임이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사례는 '문상훈 에세이 낭독회'다.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를 운영 중인 문상훈은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라는 에세이를 출간했는데, 이를 기념하며 낭독회를 개최했다. 또한,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손편지'를 주고 받는다거나, 블로그에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다거나, 꾸준히 일기로 기록을 남기는 등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텍스트를 놓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에 재학 중인 22학번 임아무개씨는 실제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며 텍스트와 가까이 지낸다. 하지만 이런 임씨도 요즘 20대가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장님이 "요즘 애들 책 한 줄이라도 읽냐, 뉴스는 보냐"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임씨는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자주 쓰는 자신의 친구들을 떠올리며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닌데 자신을 비롯한 친구들이 하고 있는 노력들도 함께 무시 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노력은 들여다보지 않고, 부족한 부분에만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까 오픈 마인드"
물론 모든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젊은 세대를 나무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부족을 비판하지만, 이것이 비난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들이 기존에 사용했던 언어를 사용할 일상의 공간이 부족하다. 온라인 공간이 훨씬 더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에게 온라인 공간이 친숙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여대 이재성 교수는 "요즘 애들은 창의적이고 여러 가지 각도로 보거든요. 그러니까 오픈 마인드, 비난하지 말고 일단 그게 뭘 뜻하는지 보세요. 그럼 무릎을 탁 치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20대는 아직 많은 것을 배워 나가는 나이이다. 사회의 인식과는 달리 20대는 성장하려 발버둥치는 번데기일지 모른다. 우리 사회와 기성세대는 이들이 번데기를 벗고 멋진 나비가 되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 주기를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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