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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리치 '라스트댄스' 가로막은 이탈리아 '극장골'

[UEFA 유로 2024 B조] 크로아티아 1-1 무승부, 16강 사실상 좌절

등록|2024.06.25 11:11 수정|2024.06.25 11:11

▲ 25일 오전 4시(한국시각)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의 UEFA 유로 2024 B조 축구 경기가 끝난 후의 크로아티아 루카 모드리치와 선수들의 모습. ⓒ 연합뉴스


크로아티아가 경기 종료 20초를 남기고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다잡은 16강 진출을 놓쳤다.

크로아티아는 25일 오전 4시(한국시각) 독일 라이프치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 선수권대회(UEFA 유로 2024)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이탈리아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2무 1패로 조 3위에 그친 크로아티아는 사실상 16강 진출이 좌절된 반면, 극적으로 16강에 오른 이탈리아는 A조 2위 스위스와 8강 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빛바랜 모드리치 득점... 마지막 20초에 희비 엇갈려  

반드시 이겨야 하는 크로아티아는 그동안 교체로 출전하던 루카 수치치와 마리오 파실리치를 선발로 내보내는 모험수를 던졌다. 무승부만 거둬도 16강에 진출하는 이탈리아는 3-5-2 포메이션의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

경기는 팽팽한 양상으로 진행된다. 크로아티아가 전반 4분 수치치의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열었고, 이탈리아는 전반 21분과 27분 마테오 레테기와 알렉산드로 바스토니가 위협적인 헤더슛으로 크로아티아를 위협했다.

양팀의 팽팽한 균형이 깨진 순간은 후반 10분에 찾아왔다. 이전 상황에서 상대 핸드볼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루카 모드리치가 실축하면서 아쉬움을 남긴 크로아티아는 바로 이어진 기회에서 크로스를 받은 안테 부디미르의 슈팅이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를 맞고 흐르자 이를 놓치지 않고 모드리치가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다급해진 이탈리아는 후반 12분 페데리코 디 마르코 대신 페데리코 키에사를 투입한 데 이어 잔루카 스카마카와 니콜로 파지올리, 마티아 자카니를 투입해 4-4-2 포메이션으로의 변화와 함께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크로아티아는 엄청난 수비 집중력을 선보이며 이탈리아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하지만 경기 종료 20초 전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칼라피오리의 패스를 받은 자카니가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그대로 골로 연결되면서 1대 1이 됐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면서 이탈리아는 조 2위로 극적인 16강 진출을 이뤄냈고,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맛보게 됐다.

허무하게 끝난 모드리치의 '라스트 댄스'
 

▲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왼쪽)와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칼라피오리가 25일 오전 4시(한국시각) 독일 라이프치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 선수권대회(UEFA 유로 2024)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공을 잡기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번 대회 가장 큰 관심사는 '크로아티아의 심장' 모드리치였다. 어느덧 39세가 된 그는 사실상 이번 대회가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 선수로 출전하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그의 활약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스페인과의 첫 경기를 0대 3으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크로아티아는 확실한 1승 상대라 할 수 있는 알바니아와의 경기를 2대 2 무승부로 마무리하더니 이탈리아와의 마지막 경기마저 1대 1로 비겨 2무 1패의 성적을 거뒀다. 크로아티아가 메이저 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건 지난 2006 독일 월드컵(2무 1패)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일각에선 크로아티아의 전력이 2년 전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보다도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 39세의 모드리치가 이끄는 중원은 구성원 모두 30대를 넘은 탓에 기동력 저하가 우려됐고, 마리오 만주키치 은퇴 이후 최전방 해결사의 부재 역시 팀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이 두 가지 문제점이 이번 대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고, 두 경기 연속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그동안 최대 장점으로 꼽힌 뒷심마저 실종됐다.

이런 가운데 모드리치는 이탈리아전 선제골로 유로 역대 최고령자 득점(만 38세 289일) 기록을 세웠으나 전반적으로 팀의 부진 속에 영향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면서 아쉽게 이번 대회를 마무리해야만 했다.

이로써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총 9차례의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크로아티아 축구의 영광과 환희, 좌절을 모두 맛본 모드리치는 길고 길었던 국가대표 경력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이번 대회를 통해 크로아티아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유로 2024 B조 순위. 이탈리아가 크로아티아를 제치고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 유로 2024 공식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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