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선서도 안해놓고 이종섭, 나흘 뒤에야 "위헌·위법적 청문회"

변호인 통해 입장문 내고 "이게 법치국가냐" 반발... 김규현 "외압 행사한 건 본인"

등록|2024.06.25 16:50 수정|2024.06.25 17:50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 유성호


증인선서를 거부한 데다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에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으로 일관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후 4일 만에 "위헌·위법적 청문회"라며 "국회의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다 되레 항명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대령(당시 수사단장)의 변호인 김규현 변호사는 "청문회에 사건 관계인을 부르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의 변호인 김재훈 변호사는 25일 정오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이 전 장관에게는)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고, 유죄판결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을 시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며 "증언을 거부할 권리에는 범행사실뿐 아니라 범행한 것으로 오인돼 유죄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는 사실도 포함된다는 법리도 있는데 (국회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 청문회는 각계 전문가들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모셔 입법 관련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라며 "(그런데) 민주당이 주도한 입법 청문회에선 피고발인들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고 피고발인들과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사람의 변호인들이 참고인으로 나서 피고발인들을 공격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국회가) 입법 청문회라는 형식(직권행사)에 가탁(거짓 핑계를 댐)하여, 수사 및 재판에 관여할 불법·부당한 목적으로 수사 대상자인 이 전 장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며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그 결론에 맞는 답변을 공개적으로 강요하는 국회의 강압적 행태에 증인들이 휘둘리자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필요성이 입증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정녕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지 의심스럽게 하는 광경"이라고 말했다.

"호통 좀 맞았다고 모욕? 박정훈엔 망상이라더니"
 

▲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기훈 국방대 총장,박진희 육군 56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용민 전 포병여단 포7대대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증인 선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 유성호


이를 두고 박정훈 대령 측 김규현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입장문에 '유죄판결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을 시'라는 표현을 적시했는데 그 우려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그간 박 대령이 'VIP 격노설'을 폭로했을 때는 '망상에 불과하다'던 사람들이 청문회서 호통 좀 맞았다고 모욕 당했다고 나서는 모양새"라며 "채상병 특검법을 위해 마련된 청문회에서 사건 관계인이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불려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무엇이 직권남용인가. 오히려 이 사건에 개입하려고 외압을 행사한 건 이 전 장관"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1일 오전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를 열었다.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비롯해 신범철 전 차관, 임성근 전 1사단장은 당일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이 전 장관은 수사기록이 경찰에 이첩되고 곧장 회수된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세 차례 통화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함구해 야당 의원들의 "선택적 기억력인가"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