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해서 대기업 연봉? 스마트팜,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가벼운 마음에 스마트팜 도전했다가 포기하는 청년들... 초기 비용 등 고려해야
농촌의 고령화는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고질적인 문제다.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강한 농업보다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스마트팜'이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팜은 농업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를 통해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원격 제어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는 농장을 뜻한다. 날씨나 계절변화에 상관없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게 특징이다. 농업인이 스마트팜을 시작하면 소득 증대, 노동시간 감소로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팜 도입 이후 농촌에 새로 진입하려는 청년의 수도 늘어났다. 각박한 도시 생활의 탈출구를 농촌에서 찾고 있다는 김아무개(28)씨는 "기존 농법과 달리 스마트팜은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다"며 스마트팜 창업 의지를 밝혔다. 또 서아무개(25)씨는 "유튜브를 보면 귀농해서 대기업 연봉을 버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스마트팜은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스마트팜은 영농의 편의성 향상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청년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 창업 경험이 있는 청년 농업인들은 이 같은 호응에 걱정이 앞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임한진씨와 오훈민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3년 만에 스마트팜을 포기한 이유... "생각보다 비싼 초기 비용"
임한진(30)씨는 2020년, 만 24살의 나이로 스마트팜 창업에 뛰어들어 약 3년간 딸기 농장을 운영하다가 그만두고 현재는 인테리어 필름과 시트를 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는 2020년부터 약 3년간 경기도 파주시에서 스마트 딸기 농장을 운영했어요."
임씨는 대학교 4학년 2학기를 마치기도 전, 금융 기관에 조기 취업할 정도로 유능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반복되는 일상에 피로감을 느껴 농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는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고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나마 부모님께서 농장을 소유하고 계셨던 터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임씨는 "부모님께서 소유하신 과수원 부지로 수익을 낼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스마트팜을 운영해 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씨의 예상과는 달리 스마트팜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기존에 있던 과수원에다 스마트팜 제작에 필요한 기계를 직접 설치하는 등 지출을 아껴가며 농장을 운영했지만, 초창기 투자 비용부터 실제 운영 과정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딸기를 수확해서 먹고살 만한 정도로 스마트팜을 만들려고 봤더니 대충 계산해도 억 단위의 돈이 필요했습니다.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죠."
20대 초반의 청년 임씨가 혼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잦은 기계 고장에도 수리를 포기하고 수작업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기계가 고장 나면 결국 사람이 모든 일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업을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초기 비용 문제'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과수원 부지가 있음에도 운영이 힘들었어요. 또, 스마트팜은 엄연한 사업이기 때문에 기계가 있다고 해서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됩니다."
임씨는 스마트팜이 아무리 적은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해도 결국 '사업'이기 때문에 농사뿐만 아니라 유통 경로도 찾아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하는 등 부가적으로 살펴야 할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태풍, 장마, 폭설과 같은 자연재해처럼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데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시작 전에 알아야 할 것… "자본의 진입장벽 높아"
충청남도 당진시에서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을 운영 중인 오훈민(33)씨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직업 군인이었으나, 2019년부터 영농 창업을 결심하고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진행하는 스마트팜 교육을 2년간 들었다고 한다. 현재는 자신 명의의 토마토 농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저도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청년 농부 지원 혜택에 이끌려서 시작했어요."
오씨는 "월 100만 원씩 3년 동안 지급해준다" 등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 정책에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스마트팜을 시작하면 쉽게 농사를 지으며 돈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농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직접 스마트팜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재배 관련 정보가 부족해서 몇 번이나 농사를 망쳤던 기억이 있다"고 하면서 "온라인상으로는 양질의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 농업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익혀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소 2억 정도의 여유 자금이 없으면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팜 창업 전에 꼭 명심하고 있어야 해요."
정부에서 각종 보조사업을 통해 부족한 자본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최소 2억 정도의 여유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오씨의 의견이다. 그는 "청년 대부분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스마트팜 창업에 도전했다가 포기하게 된다"면서 "자본의 진입장벽이 그리 낮지 않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해서, "자본이 부족한 청년도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영농 창업 모델이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 스마트팜 ⓒ 임한진
스마트팜은 농업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를 통해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원격 제어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는 농장을 뜻한다. 날씨나 계절변화에 상관없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게 특징이다. 농업인이 스마트팜을 시작하면 소득 증대, 노동시간 감소로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팜 도입 이후 농촌에 새로 진입하려는 청년의 수도 늘어났다. 각박한 도시 생활의 탈출구를 농촌에서 찾고 있다는 김아무개(28)씨는 "기존 농법과 달리 스마트팜은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다"며 스마트팜 창업 의지를 밝혔다. 또 서아무개(25)씨는 "유튜브를 보면 귀농해서 대기업 연봉을 버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스마트팜은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스마트팜은 영농의 편의성 향상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청년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3년 만에 스마트팜을 포기한 이유... "생각보다 비싼 초기 비용"
임한진(30)씨는 2020년, 만 24살의 나이로 스마트팜 창업에 뛰어들어 약 3년간 딸기 농장을 운영하다가 그만두고 현재는 인테리어 필름과 시트를 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자신의 스마트팜에서 일하는 임한진 씨 ⓒ 임한진
"저는 2020년부터 약 3년간 경기도 파주시에서 스마트 딸기 농장을 운영했어요."
임씨는 대학교 4학년 2학기를 마치기도 전, 금융 기관에 조기 취업할 정도로 유능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반복되는 일상에 피로감을 느껴 농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는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고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나마 부모님께서 농장을 소유하고 계셨던 터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임씨는 "부모님께서 소유하신 과수원 부지로 수익을 낼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스마트팜을 운영해 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씨의 예상과는 달리 스마트팜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기존에 있던 과수원에다 스마트팜 제작에 필요한 기계를 직접 설치하는 등 지출을 아껴가며 농장을 운영했지만, 초창기 투자 비용부터 실제 운영 과정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딸기를 수확해서 먹고살 만한 정도로 스마트팜을 만들려고 봤더니 대충 계산해도 억 단위의 돈이 필요했습니다.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죠."
20대 초반의 청년 임씨가 혼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잦은 기계 고장에도 수리를 포기하고 수작업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기계가 고장 나면 결국 사람이 모든 일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업을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초기 비용 문제'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과수원 부지가 있음에도 운영이 힘들었어요. 또, 스마트팜은 엄연한 사업이기 때문에 기계가 있다고 해서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됩니다."
임씨는 스마트팜이 아무리 적은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해도 결국 '사업'이기 때문에 농사뿐만 아니라 유통 경로도 찾아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하는 등 부가적으로 살펴야 할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태풍, 장마, 폭설과 같은 자연재해처럼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데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시작 전에 알아야 할 것… "자본의 진입장벽 높아"
충청남도 당진시에서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을 운영 중인 오훈민(33)씨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직업 군인이었으나, 2019년부터 영농 창업을 결심하고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진행하는 스마트팜 교육을 2년간 들었다고 한다. 현재는 자신 명의의 토마토 농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 자신의 스마트팜에서 수확한 토마토를 들고 있는 오훈민 씨 ⓒ 오훈민
"저도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청년 농부 지원 혜택에 이끌려서 시작했어요."
오씨는 "월 100만 원씩 3년 동안 지급해준다" 등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 정책에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스마트팜을 시작하면 쉽게 농사를 지으며 돈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농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직접 스마트팜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재배 관련 정보가 부족해서 몇 번이나 농사를 망쳤던 기억이 있다"고 하면서 "온라인상으로는 양질의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 농업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익혀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소 2억 정도의 여유 자금이 없으면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팜 창업 전에 꼭 명심하고 있어야 해요."
정부에서 각종 보조사업을 통해 부족한 자본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최소 2억 정도의 여유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오씨의 의견이다. 그는 "청년 대부분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스마트팜 창업에 도전했다가 포기하게 된다"면서 "자본의 진입장벽이 그리 낮지 않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해서, "자본이 부족한 청년도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영농 창업 모델이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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