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현장체험학습이 두려운 교사들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교사들은 죽을 맛"

등록|2024.06.25 17:47 수정|2024.06.25 17:47
2022년 11월 속초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10대 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버스기사가 학생들을 하차 시키고 다시 이동하면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을 잘 살피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 2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현재 춘천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 이후 교사들은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로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고 있다. 교사들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도 학생들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안전 사고까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초등교사로 근무 중인 A씨도 체험학습 이야기에 몸서리를 친다.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교사들은 죽을 맛이죠. 적은 인원으로 많은 학생들을 인솔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책임은 다 교사가 져야 하니까… 저희는 체험학습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어요."

A씨는 체험학습의 인솔자는 교사인데 왜 이런 사안을 학교가 마음대로 정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올 4월 경기교사노조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 실시 시, 교사의 의견이 주요하게 반영되었다는 비율은 9%에 불과했다. 그리고 현장체험학습에서의 안전사고 발생 시 교육청이나 학교가 교사를 보호해 주리라는 믿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82%의 교사들이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답하였다. 교사들이 얼마나 불안에 떨며 근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체험학습을 데리고 가는 건 교사인데, 교사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고 그냥 학부모들이 원하니까 갔다 오라는 그 말은 너무 무책임한 거죠. 그렇다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학교가 교사들 편에 서주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제 주변에 '저는 혹시 모를 사고에 책임질 자신이 없으니 교감 선생님이 데리고 갔다 오세요' 라고 한 담임 선생님도 계셨어요. 그런데 교감 선생님도 사고가 일어날까 무서워 가지 않으셨고, 결국 그 학급만 체험학습에 가지 않았어요. 참 웃기죠? 학교에서 높으신 분들도 체험학습 가기를 두려워하시는데… 힘 없는 교사들은 얼마나 더 두렵겠어요."

A씨는 체험학습에 관한 일화를 덧붙이며 씁쓸한 감정을 내비쳤다. 현장체험학습을 반대하는 교사들을 보며 한 맘카페에서는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위해서 현장체험학습은 꼭 가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체험학습을 두고 교사들과 학부모의 의견도 많이 부딪치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육당국이 칼을 빼 들어야 한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 또한 "교사가 교육활동 중 모든 사안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교사가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데도 발생한 불의의 사고까지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교육 환경을 비판하였다.

지금껏 교사들은 맨몸으로 부딪치며 현장체험학습에서 자신들의 본분을 다했다. 이제는 교육당국이 나서서 학생 안전을 위한 충분한 인원 확보와 관리,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교사가 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과 본분을 다하여야 할 때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