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에 젊은 남성... 그가 '랩신'된 이유는 따로 있다
[명반, 다시 읽기] 에미넴 < The Marshall Mathers LP >
▲ 지난 6일 에미넴 콘서트 ⓒ AP / 연합뉴스
'Guess who's back, Back again, Shady's back, Tell a friend'. 지난 5월 신곡 'Houdini'와 함께 에미넴이 돌아왔다. 12번째 정규 앨범 < The Death of Slim Shady (Coup de Grâce) >의 리드 싱글로 나온 이 노래는 랩 스타로서 시작을 알린 그의 과거 부캐(자신의 본체 외의 부 캐릭터) 슬림 섀디(Slim Shady) 시절을 회고한다.
< The Slim Shady LP >, < The Eminem Show >을 포함한 이 시절의 작품을 흔히 3부작으로 묶어 에미넴 인생의 매그넘 오퍼스로 뽑는다. 그야말로 3연타석 홈런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중간 가교역할을 하는 < The Marshall Mathers LP >는 대중, 평단, 그리고 에미넴 스스로까지도 걸작으로 인정하는 전설로 남아있다.
힙합은 파티 뮤직으로 시작했음에도 거친 이미지와 늘 함께 해왔다. 에미넴도 그건 예외가 아니었다. 그의 가사는 비난과 비하, 분노와 폭력으로 가득했다. 욕 정도는 어쩌면 귀여운 수준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사나운 래핑은 시너지 효과를 내 더욱 자극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 공격적일수록 진정성은 올라갔다.
과거 불우했던 가정 환경이 그의 공격성을 감안하게 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쳤다. 당시에도 이와 관련한 비판은 적지 않았고, 슬란트 매거진의 살 친퀘마니는 "에미넴의 동성애 혐오보다 더 나쁜 것은 그것을 보여주는 미성숙함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시대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역시 에미넴의 랩 스킬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라임과 플로우는 주저리주저리 내뱉는 이미지의 랩을 선율감 넘치는 싱잉으로 만들며 그의 또 다른 장점인 서정성을 극대화했다. 부캐를 활용할 정도로 연기에 신경을 쓴 에미넴이 곡마다의 페르소나를 완벽하게 살려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이도의 'Thank you' 샘플링으로 유명한 'Stan'은 한 편의 드라마를 들려주고, 'Kim'에서의 절규하듯 쏟아내는 부분은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두 곡 모두 서정의 극치다. 랩뿐만 아니라 'stan'의 빗소리, 연필로 쓰는 소리 같은 효과음과 더불어 'Marshall mathers'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기타 연주, 그리고 'Kim'의 가장 마지막 가창에서 미묘하게 올라가는 볼륨까지(이건 필자의 감정과잉에 의한 착각일 수도 있다) 작편곡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랩 스타에서 랩 갓으로
▲ 지난 5월 신곡 ‘Houdini’와 함께 에미넴이 돌아왔다. 사진은 지난 6일 콘서트. ⓒ AP / 연합뉴스
그를 발굴한 이는 다름 아닌 지펑크(G-Funk)를 창시한 살아 있는 전설 닥터 드레. 당연히 앨범도 닥터 드레가 프로듀싱했다. 피처링에서 스눕 독과 네이트 독 같은 웨스트 코스트의 흔적이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신인으로서는 무시 못 할 원조를 받았지만 에미넴이 2000년대를 대표하는 랩 스타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개인의 재능이 가장 컸다.
백인의 젊은 남성이라는 점도 물론 어느 정도 이점으로 작용했으나, 그럼에도 계속 반복해서 말하게 되는 불변의 진실 또한 그의 실력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를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듯 2013년 < The Marshall Mathers LP2 >의 'Rap god'에서는 미친 속사포를 자랑하기도 했다. 자칭, 그리고 타칭 '랩 갓'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요즘같이 인성이 중요한 시대에 이런 앨범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인간의 역사가 멈추지 않는 한 논란은 끊이지 않겠지만 그 논란이 적어도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시대의 산물이자, 개인적 삶의 환경과 스토리가 얽히고설킨 < The Marshall Mathers LP >는 '그는 어떻게 전설이 됐는가'를 제대로 말해주는 전설적인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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