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불우한 사람의 시" 허균이 안타까워 한 인물
홍성이 낳은 비운의 방랑시인, 이달... 허균·허난설헌에 시 가르친 스승
▲ 27일 홍주성역사관에서는 ‘홍성이 낳은 비운의 방랑시인 손곡(蓀谷), 이달(李達)’이라는 주제로 역사 강좌가 진행됐다. ⓒ 신영근
"'이달(李達)'은 서얼 출신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뛰어난 재주가 있어도 뜻을 펼치지 못하고 한평생을 살았던 방랑시인이다."
27일 홍주성역사관에서는 '홍성이 낳은 비운의 방랑시인 손곡(蓀谷), 이달(李達)'이라는 주제로 역사 강좌가 진행됐다.
김 소장에 따르면 이달의 자는 익지, 호는 손곡·서담·동리로 조선 중기 유명 시인이며 당시 한리학관을 지냈다.
하지만 서얼 출신이라는 아픔과 사회의 냉대와 한을 시로 승화시키며 자유분방하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살았다.
이달은 백광훈(白光勳), 최경창(崔慶昌)과 함께 조선 시대 한시 작가 중 당풍으로 시를 지어 널리 알려진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렸다.
김 소장은 "이달(李達)은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여류 시인 허난설헌 남매에게 시를 가르쳤던 스승"이라면서 "당시 이달의 시는 백성들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고 생생하게 묘사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홍주읍성 서문 근처에 있는 이달의 시비에 있는 '동산역시(洞山驛詩)'라는 제목으로 시로 백성들의 모습을 직접 보듯이 생생하게 지었다.
이웃집 어린 며느린 저녁거리도 없이
비 맞으며 보리 베어 풀숲 길로 돌아오네
축축한 생솔가지 불도 안 붙는데
문 들어서자 어린 것들 옷 잡고 칭얼대네
이달의 가족사를 알만한 자료는 전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홍성군 구항면 황대리에서 아버지 이수함과 홍주 관기 사이에 출생했다는 정도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달의 삶과 시를 후세에 가장 많이 알린 사람은 제자 허균으로 그는 자신의 스승 이달에 관한 자료를 많이 남겼다.
허균은 이달의 시를 소개하면서 "참으로 불우한 사람의 시"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소장은 "이달의 신분적 한계로 인하여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평생을 방랑하며 살아가는 스승에 대한 연민의 정이 담겼다"라고 평가했다.
이달의 글들이 온전하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허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달의 시 200편과 홍유경과 이재영의 도움으로 130편을 보태 엮은 <손곡집>이다. 김 소장은 "이달과 허균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허균이 스승 이달의 감회를 읊은 시라고 평한 '낙화(落花)'라는 제목의 시다.
슬프다 진분홍에 또 연분홍
한꺼번에 풀풀 날아 작은 뜰에 지는구나
푸른 이끼에 붙어 남은 것만은 못하나
바람 따라 동서로 흩날리는 것보단 낫구나
김 소장은 "허균의 홍길동전은 당시의 신분제도와 시대상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세상 건설에 대한 열망이 나타나 있다"면서 "허균의 개혁적인 사상이 스승 이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에서 모순된 사회현실을 고발하고 잘못된 사회제도를 개혁하려고 했던 손곡 이달과 허균은 비슷한 점이 많다. 김 소장은 "사회개혁과 유토피아를 꿈꾸던 허균의 사상은 스승인 이달에게서 전해졌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손곡 이달이 꿈꿨던 세상은 바로 허균의 홍길동전"이라고 덧붙였다.
▲ 27일 홍주성역사관에서는 ‘홍성이 낳은 비운의 방랑시인 손곡(蓀谷), 이달(李達)’이라는 주제로 역사 강좌가 진행됐다. 이날 강좌에는 지역주민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정헌 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을 초청해 홍성출신 방랑시인 ‘이달’의 생애를 살펴봤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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