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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베즈다로 가는 설영우가 울산 팬들에게 당부한 말

[K리그 1] 2020년 입단, 리그 우승 2회-ACL 우승 1회 견인... 그가 울산에 남긴 위대한 발자취

등록|2024.06.28 10:51 수정|2024.06.28 10:52

▲ 울산 HD를 떠나 세르비아 츠르베나 즈베즈다FK로 이적하는 설영우 ⓒ 한국프로축구연맹


"은퇴는 당연히 이곳에서 할 것이다. 국내로 돌아오면 당연히 울산이다."

이보다 확실한 호언장담이 있을까. 울산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냈고 이제는 전국구 '스타'로 자리매김한 국가대표 풀백 설영우가 드디어 꿈의 무대로 향하게 된다.

울산은 지난 24일 "설영우는 올해 초부터 해외 복수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그중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소속의 FK 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올해 초부터 설영우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결국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 설영우는 프로 첫 이적이자 해외 진출하게 됐다"고 전했다.

26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1 2024' 19라운드 울산 HD와 대구FC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설영우는 프로 무대에서 4년 반가량 입었던 푸른 유니폼을 잠시 벗어놓게 됐다.

울산 '근본' 설영우, 그가 팀에 남긴 발자취

울산에서 태어나 현대중-현대고를 거치며 울산 HD의 유스 시스템에서 실력을 갈고 닦으며 성장한 설영우는 근본 넘치는 떡잎 그 자체였다. 현대고 졸업 후 우선지명을 받고 향한 대학교도 울산대학교였을 정도로 그의 피는 울산이었다.

2020시즌을 앞두고 당시 울산 감독직을 수행하던 김도훈 감독의 부름을 받아 꿈에 그리던 울산의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됐던 설영우는 곧바로 실력을 뽐냈다. 리그 14경기에 출전, 우측과 좌측 수비를 오가며 울산 측면을 든든하게 만들어 줬다. 프로 1년 차임에도 불구, 당돌한 돌파와 정확한 크로스를 강점으로 리그를 뒤흔들었다.

아쉽게 데뷔 시즌 전북에 밀리며 리그와 코리아컵 준우승에 그쳤지만, 리그 종료 후 펼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맹활약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첫 시즌에 우승컵과 함께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설영우는 이듬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주로 좌측 수비로 출전했던 설영우는 쟁쟁했던 경쟁자인 홍철(대구)과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 공식전 38경기에 나와 2골 3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실력을 선보였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당시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김학범(제주) 감독의 선택을 받아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으며 리그에서는 정상빈(미네소타)을 제치고 2021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듬해에도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선보였다. 공식전 40경기에 나와 1골 4도움을 기록한 설영우는 울산이 꿈에 그리던 리그 우승 트로피를 17년 만에 선사하며 웃었다. 2023시즌에는 더욱 발전된 기량을 선보였다. 기존 좌측이 아닌 우측 수비로 더 많은 시간을 활약한 그는 공식전 37경기 출전 3골 4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리그 2연패와 함께 생애 첫 리그 베스트 11 수상에 성공하는 등 환상적인 한 해를 보냈다. 이에 더해 A대표팀에도 첫 선발, 데뷔전까지 치르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기세를 이어 설영우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대표팀에 전격 발탁, 주전으로 대회에서 활약하며 대표팀의 4강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아시안컵 종료 후 이적설에 휘말렸으나 울산 잔류를 선택했다. 이적설에 흔들릴 법도 했으나 설영우는 끄떡없었다. 여전한 실력을 선보이며 시즌 초반 울산의 선두 질주에 큰 힘을 보탰고 전북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는 선제 결승 골을 터뜨리며 팀의 4강행을 도왔다.

이후 11라운드 FC서울전을 끝으로 미뤄 왔던 어깨 수술을 결정, 재활 후 다시 팀에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즈베즈다 이적으로 인해 잠시 울산의 푸른 유니폼을 벗게 됐다. 설영우는 약 4년 반가량 팀에서 활약하며 공식전 156경기 8골 14도움을 기록, 리그 2회와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를 선사했다.

울산에서 태어나 오직 울산만을 위해 자신의 땀방울을 흘렸던 설영우는 이제 유럽으로 향한다. 그는 "울산에서만 자라다 보니 다들 저를 아껴주시고 애정이 컸고, 생각했다고 느끼면서 경기를 뛰었다"라며 "영원히 떠나는 것이 아니고 다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실패해서 돌아오더라도 너그럽게 받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021년 리그 최종전에서 제주에 승리를 거뒀음에도 불구, 경기 종료 후 리그 우승에 실패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며 웃지 못하던 설영우를 기억할 것이다. 웃지 못하며 아쉬움의 눈물을 삼키던 소년은 이제 우승 트로피와 웃음을 선사해 줬고, 자신을 키워준 클럽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채 꿈에 그리던 유럽으로 향하게 됐다.
 

▲ 지난해 리그 최종전,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며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설영우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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