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약 다음 순서, 통상규제란 지적 나와... "EU 행보 주목해야"
전문가·산업계, 정부에 플라스틱 '대체재 기술개발·데이터 확보' 촉구
▲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환경한림원이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주제로 제23차 환경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110여 명의 이해관계자가 참석했다. ⓒ 그리니엄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하려면 대체물질이 있어야 한다. 허나, 가장 중요한 대체물질 연구 및 상용화를 위한 과학적 논의는 다 빠져 있다."
김명자 한국환경한림원 이사장이 지난 26일 '제23차 환경정책심포지엄' 종합토론에서 지적한 내용입니다. 김 이사장은 제7대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총 5차례의 회의를 거쳐 법적 구속력을 갖춘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회의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립니다. 플라스틱이 식음료·화학·건설·섬유·전자기기 등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사용되는 만큼, 협약 발효 시 거의 모든 산업이 규제 영향권에 들어갑니다.
이날 행사에는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 11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질의응답만 1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등 활발한 의견이 오갔습니다.
대체재 기술개발 목소리 높아 "플라스틱 감축 핵심은 과학"
김 이사장은 현재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에서 감축과 대체재 개발 논의가 함께 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들) 과학적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과학 기술개발에 대한 논의는 빠져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이어 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논의에 이러한 문제를 앞장서서 제기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술개발에 대한 내용이 협약 초안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패널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그럼에도 활발히 논의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선진국 대비, 한국이 플라스틱 대체재 상용화에 뒤처져 있단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기은 한국환경한림원 부회장은 유럽을 대표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일례로 한국은 스티로폼으로 딸기를 포장합니다. 반면, 유럽은 종이 포장으로 대체한 지 오래라고 설명했습니다.
▲ 지난해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을 철회하자 관련 다회용기 업계는 계약 취소 등 피해를 호소했다. ⓒ Trash busters
"대체재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 한국 정부, 추진 의지 보여야
대체재 도입을 위해선 한국 정부가 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듭나왔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현재 한국 정부의 의지와 준비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재생원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선 기술과 설비 모두 투자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를 이끌어낼 만큼 강력한 규제를 만들려는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단 지적입니다. 지난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철회, 일회용품 사용규제 계도기간 연장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2년간 정책 후퇴로 인해 시민들의 정책 신뢰도가 낮아졌단 것이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의 지적입니다.
이규용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은 "하다 말 것이라면 절대 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는 대체재의 핵심을 두 가지로 꼽았습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와 대체재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회적 합의입니다. 사회적 고통 분담을 통해 대체재 상용화가 점진적으로 진전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입니다.
정책이 중도에 변경될 경우 기업과 국민들이 치러야 비용이 크단 점도 강조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확실한 로드맵과 후퇴하지 않는 일관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이 회장은 당부했습니다.
업계 데이터 부족 호소에 한국환경공단 관계자 "곧 공개 예정"
그러나 정작 업계에서는 대체재와 재생원료 사용을 위한 데이터 부족을 호소했습니다. 개발된 기술은 많지만, 막상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가 부재하단 진단입니다.
소재 관련 전과정평가(LCA) 기본 데이터가 대표적입니다. 대체재의 친환경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 이용되는 물질의 LCA 정보가 필요합니다. 허나, 국내에서는 관련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마침 현장에 참석한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통계부 관계자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관계자는 현재 국내 통계기준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이에 지난 2~3년간 집중 작업에 나섰다고 설명합니다.
그 결과, 원료 생산부터 소비·유통·재활용·폐기 단계까지 통계가 거의 완성된 상황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해 하반기가 지나기 전에 학계·전문가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유럽연합의 디지털제품여권이 탄소국경조정제도와 함께 향후 주목해야 할 플라스틱 관련 통상규제로 꼽혔다. ⓒ PSQR
차기 과제는 플라스틱 통상규제? "EU 탄소국경세·디지털제품여권 주목"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다음 순서로 통상질서의 변화를 미리 대비해야 한단 의견도 나왔습니다.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질의응답에서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행보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짚은 대목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입니다. CBAM은 주요 6개 탄소다배출 수출 제품에 대해 수출사가 탄소배출량 만큼의 비용을 부담하게 합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임시적으로 시작해 오는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EU의 기후규제가 통상질서의 변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미 EU는 CBAM을 향후 플라스틱과 유기 화학제품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적용 시기로 2028년경을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는 철강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화학 업종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한편, EU의 디지털제품여권(DPP) 또한 향후 주목해야 할 통상규제로 꼽혔습니다. DPP는 제품의 모든 공급망에 걸쳐 환경·인권 등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제품의 순환성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비(非)EU 수출기업에도 적용됩니다. EU는 DPP 적용 대상에 배터리·섬유와 함께 플라스틱을 포함한 상황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