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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도 "지켜달라"는데 멈추지 않는 표범장지뱀 강제 이주

환경부, 7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표범장지뱀 지정... 환경단체 "공존 방법 찾아야"

등록|2024.06.30 12:46 수정|2024.06.30 14:28

▲ 바닷가 모래 사구에서 목격된 표범장지뱀 ⓒ 국립생물자원관


환경부는 30일 멸종위기 2급인 표범장지뱀을 7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하고 "바닷가 모래 언덕에서 사는 작은 표범 무늬의 장지뱀을 지켜주세요"라고 주문했다.

환경부, 표범장지뱀 7월의 멸종위기종으로 선정

흔히 알려진 도마뱀과는 사촌지간인 표범장지뱀은 장지뱀과에 속하고 이름에서 짐작하듯이 표범처럼 반점 무늬를 가지고 있고 네 다리가 있다. 다만 표범과 달리 반점 속이 하얀색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는 "100개의 눈을 가진 모래 속의 은둔자"라는 수식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표범장지뱀은 몸길이 약 6~10㎝, 무게는 약 3~6g이며 줄장지뱀 등 다른 장지뱀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머리가 크고 꼬리가 짧다. 몸통 색깔은 등면은 황갈색, 옆면은 암갈색 또는 흑갈색으로 배는 보통 백색 또는 회백색이다. 내부가 흰색인 작은 반점이 배를 제외하고 온몸에 산재해 있다.

몸통의 등면과 옆면의 비늘은 모두 작은 알갱이 형태를 띠며, 46~62개의 비늘 줄이 나 있으며, 서혜인공은 11쌍 있다. 서혜인공(鼠蹊鱗孔)은 뒷다리 허벅지 안쪽에 구멍이 있는 비늘로 번식기에 짝을 찾기 위해 페로몬을 분비한다고 알려져 있다.
 

▲ 표범 무늬가 있는 표범장자뱀. 국내 최대의 서식처는 어딜까? ⓒ 국립생태원

 
표범장지뱀은 주로 서해·남해의 해안과 섬에 발달한 사구의 초지에 서식하며, 내륙은 큰 하천 제방과 주변 초지 등에서도 서식한다. 주로 오전과 오후에 활동하며 거미류와 곤충류를 잡아먹고 무더운 한낮과 추운 밤에는 땅속이나 풀숲에서 숨어지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표범장지뱀의 대표적인 서식처는 태안의 신두리사구로 알려져 있고 대체로 이 개체가 바닷가 사구 같은 모래톱에서 발견되다 보니 바닷가가 대표적 서식처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그보다 더 많은 개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내륙 서식처가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정밀조사 결과에 따라선 국내 최대 서식처가 될 가능성도 높다. 낙동강 해평습지(고아습지) 이야기이다(관련 기사: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https://omn.kr/2913i ).

해평습지서 강제 이주당하는 표범장지뱀

그런데 표범장지뱀의 내륙 최대 서식처일 가능성이 큰 낙동강 해평습지가 망가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마침 표범장지뱀을 7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하면서 해평습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범장지뱀의 서식처 파괴와 강제 이주 사건 또한 다시 주목받고 있다.
 

▲ 표범장지뱀의 서식처와 복원사업 부지. 저렇게 넓은 면적의 서식처가 사라질 위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 해평습지(고아습지)에서는 지금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의 승인 아래 구미시에 의해서 표범장지뱀이 그동안 살고 있었던 곳에서 강제이주 당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구미시의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역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흑두루미가 해평습지에 다시 도래하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표범장지뱀의 서식처인 낙동강 둔치를 절토해서 모래톱으로 복원하는 공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낙동강 해평습지(고아습지). 드넓은 서식처에서 강제 포획 이주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포획틀을 만들어 포획 후 강제 이주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때문에 현재 포획틀을 곳곳에 비치해서 표범장지뱀을 포획 이주하는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그 전체 면적만 절토지와 성토지 모두 합쳐 50만㎡가 넘는다. 포획 이주 작업이 끝나면 포클레인이 들어가서 표범장지뱀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곳을 파헤쳐 낮은 모래톱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양서파충류 전문가 백두생태연구소 김현 소장은 "한번 떠나간 흑두루미가 다시 돌아올지도 미지수이지만, 전망대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흑두루미는 잠시 머물다 떠나는 멸종위기종으로 해평습지가 도래지일 뿐이다. 하지만 표범장지뱀은 이곳에서 사시사철 살아간다. 그러면 표범장지뱀의 서식처가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런 서식처를 없애는 어리석은 판단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덧붙였다.

자칫 표범장지뱀의 국대 최대 서식처일 수 있는 장소를 인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망가지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 이런 틀로 유인해 포획 후 강제 이주시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금이라도 정밀 실태조사를 먼저 하고 현재 벌이고 있는 포획 이주작업 또한 잠시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밀 실태조사를 통해 이곳에 과연 표범장지뱀이 얼마나 있으며,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단일 면적에 많은 개체가 살고 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칠곡보 수문 열면 모래톱 넓어져... 함께 살 수 있는 방법 고민"

이 사태를 세상에 처음 알린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구미시가 지금이라도 문제의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을 중단하고 진실로 이들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를, 흑두루미와 표범장지뱀이 모두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측은 이곳의 수위에 영향을 주는 "칠곡보의 수문을 조금이라도 열게 되면 이 일대의 모래톱이 더 넓게 펼쳐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그렇게 되면 표범장지뱀 서식처를 파괴하지 않고도, 수위가 떨어져 자연스럽게 넓어진 모래톱에서 흑두루미가 더 안정적으로 도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구시미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 부디 구미시의 실사구시적 판단을 기대해본다.
  

▲ 낙동강 해평습지서 발견된 표범장지뱀. 이곳이 국내 최대의 서식처일 수도 있다. 정밀실태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1년생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 개체도 만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한편 환경부에 의하면 표범장지뱀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이들 개체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않으면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로서 환경부령으로 214종을 지정하고 있다. 표범장지뱀이 그중의 한 종이다.

이들은 5월에 짝짓기해 6~7월까지 2~3회에 걸려 3~6개의 알을 땅속에 산란하며 40~50일 정도가 지나면 부화한다. 하천이나 해안가 개발로 서식처가 줄어들면서 멸종위기에 몰렸다. 환경부는 2005년부터 표범장지뱀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했으며,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깃대종으로 선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 및 관리를 받고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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