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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침투한 지구, 시한부 여성이 보여준 용기

[리뷰]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등록|2024.07.01 15:58 수정|2024.07.01 15:58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날>은 외계인 침투의 원인과 참상을 자세히 다루기보다 한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전 시리즈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듯이, 이번 프리퀄에서도 시한부인 한 여성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에는 주인공 사미라와 그의 고양이 프로도가 등장한다. 사미라는 도시 밖으로 탈출하지 않고 도시로 돌아가려 한다. 과거의 추억이 있던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먹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재난 영화들에서 주인공들은 도시 밖으로 탈출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번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에서 주요 인물들은 위험한 도시 안으로 향한다.

[첫 번째 감정] 사미라의 고집
 

▲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미라는 암 말기 환자로 호스피스에서 생활한다. 처음 등장할 때 표정도 어둡다. 삶의 의지를 거의 잃은 듯한 표정이다. 그는 상담할 때도 고집스럽게 행동한다. 반항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그녀의 행동에는 절망이 섞여 있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병원에서 마련한 위로 공연에도 가지 않으려 하던 사미라는 간호사가 밖에서 피자를 사준다는 약속을 한 이후에야 몸을 일으킨다. 꽤 고집 있어 보이는 보이지만, 그녀에게 그 고집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의지,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저항이었다.

삶의 끝자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원했던 마지막 순간을 위해 힘을 내는 그녀의 모습은 생존의 의지로 비친다. 외계인의 공격에 잠시 흔들리긴 하지만 그에게 진짜 무서운 건, 살아서 자신의 추억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고집은 충분이 공감할 만하다.

[두 번째 감정] 사미라의 추억
 

▲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미라는 추억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며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 고양이와 함께 자신의 고통을 참아내며 결국 과거 추억이 있는 피자가게를 찾는다. 그 과정에서 외계인에게 쫓기는 등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녀가 아버지와의 기억이 있는 공간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 결국 관련 장소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며 미소 짓는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삶의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행복해한다. 그 추억을 또 다른 생존자인 에릭이라는 남자와 함께 기억하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긴다. 사미라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그 순간, 사미라는 삶의 목적을 모두 이룬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에릭과 함께, 아버지가 과거에 공연하던 그 무대에 올라 마법 트릭 쇼를 같이하면서 두 사람에게 밝은 햇살이 비춘다. 그 따뜻한 추억이 그녀에게 삶의 마지막 빛을 비춰주는 것이다.

[세 번째 감정] 사미라의 희생
 

▲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자신과 추억의 장소에서 같이 따뜻한 감정을 나눈 에릭은 사실 살아갈 이유가 더 많다. 하지만 그는 위험한 순간에 공황을 느끼며 힘들어한다. 그때마다 몸이 멈추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입에서는 저절로 비명이 나오려 한다. 영화 속에서 그가 오히려 사미라 보다 훨씬 약한 사람처럼 보이는 건, 그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 사미라 보다 크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사미라와 함께 도시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사미라는 에릭의 옆에서 그에게 마지막 선물을 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사미라의 감정과 이야기에 집중한 영화다. 전작들에 비해 숨 막히는 긴장감이 조금 떨어졌고, 주인공에게만 관대한 설정들이 이어져 다소 맥이 풀리기도 한다. 그래도 한 사람의 감정과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시리즈의 특징을 넣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시리즈 팬들에겐 아쉬움을 남길 수 있는 영화지만, 일반 관객들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 속 사미라의 감정을 확인하면 어떨까. 이 영화는 우리에게 기억의 소중함과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사미라의 고집, 추억, 희생은 결국 우리 모두가 삶에서 겪는 감정인데, 이 감정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도 보여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의 연출을 맡은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은 특유의 긴장감 조성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그의 연출은 음향의 극적인 사용과 시각적 서사에 중점을 둔다. 관객들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며 영화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한다.

루피타 뇽은 사미라 역을 통해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사미라의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표현하며, 관객들을 그녀의 감정선으로 깊이 끌어들인다. 조셉 퀸은 에릭 역을 맡아 그의 내면 갈등과 생존 의지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사미라와의 케미스트리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

디몬 하운수는 조연임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을 충실히 표현한다. 알렉스 울프는 연약해 보이지만 강한 생존 본능을 지닌 캐릭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런 감독과 배우들의 조화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을 단순한 프리퀄 그 이상으로 만들며, 감정의 깊이와 서스펜스를 동시에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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