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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세계인과 소통하며 소리와 함께 크는 페스티벌로"

[교육·문화 포커스] 전진석 (사)다볕문화 예술단장 인터뷰

등록|2024.07.08 13:30 수정|2024.07.08 13:30
함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문화 행사 또는 활동을 심층적으로 담는다. 교육과 문화는 지역의 잠재력이자 지역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대변하는 분야다. 이에 주간함양은 함양 안에서의 수많은 교육·문화 활동이 독자들에게 생생하고 매번 신선하게 체감될 수 있도록 ‘교육·문화 포커스’ 코너를 마련했다. 매월 둘째 주, 셋째 주 교육·문화 현장에 한걸음 더 들어가 담아낸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하고자 한다.[기자말]

▲ 전진석 (사)다볕문화 예술단장 인터뷰 ⓒ 주간함양


올해도 오케스트라로 달궈질 함양의 여름이 기대된다. 오는 8월(12일~17일)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을 앞두고 전국의 청소년들이 열정 가득 담은 공연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7회차를 맞은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는 제주도에서 경기도까지 전국 8개 광역자치단체 초·중·고등학교 연주단체 및 지역청소년연주단체 81개 팀이 참가신청을 했다. 이미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를 가진 오케스트라 경연대회로 평가받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나 양적인 면에서 이전 대회보다 훨씬 많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페스티벌의 성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은 경상남도 교육청과 함양군이 공동 주최하고 전문예술법인 다볕문화가 주관하는 대규모 음악 합주경연대회다. 2018년 첫걸음을 시작으로 현재는 장관상 2종을 수여하는 전국단위 경연대회로 거듭나면서 함양군에서 열리는 중요한 공연예술축제로 자리 잡았다.

<주간함양>은 제7회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을 맞아 역사를 함께 써나가고 있는 전진석 다볕문화 예술단장을 지난 7월 2일 오후 다볕문화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 발전에 큰 역할을 해온 전 단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페스티벌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천령문화제에서 시작된 관악부의 발걸음

페스티벌의 지난날을 돌아보기에 앞서 관내 관악부 역사에 대해 짧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지역적으로 무너져 내린 문화를 되살리고자 하는 운동이 일어났는데 그 과정에서 남원의 춘향제, 진주의 개천예술제 그리고 함양의 천령문화제 등이 시작됐다.

행사가 아니면 놀거리, 볼거리를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보니 당시 천령문화제의 위상은 대단했다. 1980년대까지 천령문화제에서는 악대부 경연대회가 열렸는데 학교마다 악대부라는 것이 다 있었고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학교가 관내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대회였다. 그러나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여러 시청각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천령문화제는 점점 힘을 잃어갔고 연주 문화도 비슷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00년에 경남교육청 학교 예술교육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위성초등학교에 관악부가 만들어지는데 현재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의 시초다. 초창기에는 관악단 연습실과 공연에 필요한 경비가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전 단장의 역할이 컸던 것이다. 전 단장은 위성초 교사로 재직하다가 2005년 지역 청소년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다볕문화를 설립했고 관악부의 경제적인 뒷받침을 이어갔다. 그러다 다볕문화 산하 단체로 편입되었고 다볕청소년관악단으로 다시 출발해 오늘날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로 명칭을 바꿨다.

"위성초에 있을 당시 교사들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 연극 등 지역 청소년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이 모이면서 다볕문화 설립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바탕으로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 등 각종 다양한 연주 단체들도 나오게 된 것이죠."

이를 계기로 함양군은 다양한 연주 단체를 보유하게 되고 국내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탄탄한 오케스트라 문화가 지역에 자리 잡는다. 이는 곧 2018년 여름 제1회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로 이어지게 된다.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의 첫 걸음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이전에는 관내 학교 관악부를 중심으로 한국관악협회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와 춘천시에서 운영하는 '춘천전국관악경연대회'에 주로 참여해왔다. 그러다 2017년 제42회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를 함양군에 유치하게 되었는데 당시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군청으로부터 다음 해에도 연달아 유치하자는 제안이 들어오게 된다.

"당시 함양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국 2017년에 유치한 제42회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가 많은 팀들의 참여와 호응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내년에 또 하자는 군청 제안에 따라 한국관악협회와 논의를 했는데 무산이 됐죠.

이후 당시 이노태 군청 문화관광과장님이 차라리 그냥 함양에서 대회를 하나 만들어보시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던졌는데 지역에 오케스트라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획기적인 제안이었습니다."


이후 전 단장은 함양군과 도교육청이 공동 주최로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양 단체장이 업무분담협약서를 체결하는 데 크게 기여를 하면서 함양 전국 단위 페스티벌의 첫걸음을 함께했다.

"2018년 3월 도교육청이 함양군에서 대한민국 최고 권위, 최대 규모의 학생오케스트라 축제를 개최하기로 결정하면서 6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양 단체장이 MOU를 체결하도록 많은 준비를 했었습니다. 이후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관악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연주 단체가 모두 연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커리큘럼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현재 페스티벌에서는 오케스트라, 윈드오케스트라, 앙상블로 나뉘어 경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1회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 개최에 앞서 또 한 가지 과제가 있었다. 공신력 없는 처음 시작하는 이 페스티벌에 연주단체들이 과연 올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연주단체들을 끌어들기 위해선 페스티벌의 권위를 단시간에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에 전 단장은 교육부총리상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최대한의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교육부총리상을 확보하는 데 집중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교육부로부터 '어렵다'라는 공식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규정에 따라 행사를 검증하는 데 있어 3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죠.

그래서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육부가 지난 10년 동안 학생 오케스트라 사업을 특화 시켜 전국 단위의 사업을 내보내놓고 경남 교육청이 검증해 주고 발표해 주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고 하는데 안 해주는 이유가 무엇이냐, 교육청이 행사를 주최하는데 3년이나 기다릴 필요가 있느냐 등 계속 설득작업을 이어갔어요."


이러한 전 단장의 설득 작업이 결국 결실을 맺게 되면서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은 대회는 1회부터 교육부총리상을 수여하는 영광을 얻었다. 태권도를 갓 시작한 태권도생이 검은띠를 보유한 셈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문체부 사전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 문체부장관상까지 확보하면서 학교부문 대상으로 교육부총리상, 지역부문 대상으로 문체부장관상까지 수여하게 됐다.

2018년 제1회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은 어느덧 7회를 맞이하고 있다. 중간에 코로나 확산이라는 위기도 맞았었지만 우수 연주팀 초청 공연으로 명맥을 유지하면서 지금은 81개 팀이 참가신청한 대규모 대회를 앞두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가팀도 늘어나고 연주 단체들의 연주력도 상당히 올라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함양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을 두고 우리도 한번 제대로 도전해 보자는 분위기가 점점 형성되고 있어요.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의 목적도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 사례처럼 지역 청소년들을 육성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이 시스템을 확산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세계 청소년들과 소리로 소통하는 축제로
 

▲ ⓒ 주간함양


전 단장은 향후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이 세계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페스티벌로 거듭나는 방안을 계획 중에 있다.

"국제부를 신설하고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가 세계 각국 순회공연을 다니며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협력해온 세계 청소년팀을 함양으로 불러들이는 방안을 현재 고민하고 있어요. 지역 청소년들이 세계인들과도 소통하면서 소리와 함께 크는 그런 페스티벌로 거듭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전 단장은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 기간 동안 함양에 찾아오는 연주단체들에 현장 체험학습비 등을 지원하는 등 군 차원의 지원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많은 연주단체 청소년들이 함양을 찾습니다. 이 청소년들은 앞으로 최소 20~30년은 잠재적인 관광객인 만큼 이들이 함양을 둘러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고 가게끔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지원비도 결국 함양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지역경제활성화 차원에서라도 군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더욱더 의미 있는 페스티벌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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