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인구 화성, 농업하기 좋은 도시일까
[특집] 농업인 고령화부터 난개발 환경오염까지... "생명 중심의 먹거리 정책으로"
▲ 화성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도농복합도시다. 동부권역은 동탄 신도시를 비롯한 신도시 개발로 도시화가 됐고 서부권역은 농지가 많지만 개발화로 인한 공장지대와 혼재돼 있다. ⓒ 화성시민신문
화성시는 경기도 내 대표적 도농복합도시다. 동부권역의 동탄1·2신도시를 필두로 병점 진안, 봉담 등 신도시 개발을 앞두고 있기에 화성시 동부권역의 농지면적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화성시 서부권역은 이야기가 다르다. 서부권역 역시 개발 영향권에 놓여있긴 하지만 여전히 농지면적이 경기도 1위다.
농가수 역시 큰폭으로 줄었다. 2020년 1만2606 농가수에서 2021년 9904호로 21.4% 줄었다. 같은 기간 총 인구수는 50만5838명에서 2021년 88만7015명으로 75.4%증가했다. 인구 100만을 돌파한 화성시, 과연 농업하기 좋은 도시인가?
고령화, 고물가의 그늘
▲ 2024 화성시 모내기 시연회 ⓒ 화성시민신문
화성시는 전체 재배면적의 63.6%가 논이며 쌀 재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58.6%로 쌀의 재배면적이 화성시 경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2023 화성시 시군농정 현황자료) 이같은 화성시 논의 총면적과 쌀의 재배면적은 5년간 계속 감소해 왔다.(화성시, 2018~2022). 한편 밭의 총면적(-8.1%) 역시 같이 감소하고 있으며, 논의 총면적(-0.9%)보다 감소폭이 더 크다.
농업 종사자의 고령화는 더욱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화성시 농업경영체수 연령대별 현황을 보면, 20대는 2020년 91명, 30대 574명, 40대 2242명, 50대 6757명, 60대 9449명, 70대 6504명, 80대 2929명으로 조사됐다. 20대부터 50대까지 농업인수를 전체 다 합쳐도 9666명으로 60대 농업인수가 비슷하다.
다만, 그나마 긍정적인 숫자는 2015년 20대 농업경영체수가 44명이었다면, 2020년 20대 경영체수는 91명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60대 이상 차지하는 농업 경영체수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적은 수가 청년 농부층을 구성하고 있다.
농업인구 수 감소와 농업인구수 고령화문제는 화성시에서 풀어야할 숙제다. 이에 화성농업기술센터는 노동력 절감을 위한 4차산업 신기술 접목과 차세대 농업인 육성 강화를 대책으로 세웠다.
2024년도 화성시 농업분야 예산 현황에 따르면 미래농업육성에 15억 3717만원을 배정했다. 청년후계농 영농적착지원 예산은 9억여 원, 농촌인력중개센터 운영 지원에 8천만 원 등을 배분했다. 또 농민기본소득지원에 131억 원, 기본형 공익직불제에 232억여 원 예산이 배정됐다.
오태권 화성시농어업회의소 회장은 "식량 자급에서 농어업은 무척 중요한데, 종사자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라며 "화성 농업고등학교 개설 등 전문인 양성을 위한 적극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농 후계자 양성의 한계
▲ 지난 6월 24일 열린 먹거리 시민포럼에서 시연한 화성팔탄민요,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면서 부르는 민요다. ⓒ 화성시민신문
고령화와 인력난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으로 청년 농부나 영농 후계자 양성을 꼽지만 타개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국 평균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 대비 농가소득 비율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 평균 농가소득을 보면 2006년 3230만 원에서 2016년 3719만 원으로 상승했지만, 동기간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 대비를 보면 농가소득 비율은 78.2%에서 63.5%로 하락했다. 이런 환경에서 영농후계자 양성의 한계점이 있다.
화성시 서신면 매화3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형영 농부(화성쌀전업농연합회 감사)는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내 자녀들이 농사를 이어서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화성시 농업의 미래로 대체할 인력으로 외국인노동자가 생길 것으로도 내다봤다.
"이미 농촌지역에서 10% 이상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노동자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화성시도 마찬가지다. 이 비율이 점차 증가돼서 외국인 노동자가 직접 토지를 임대하거나 사서 농사를 지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화성 청년농업인 단체로 4H에서 활동하는 고원곤 축산 농부는 "더 이상 화성시에서 농업하기 너무 어렵다. 그만두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는 2세대 후계자 농민으로 아버지와 함께 축산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그의 농장 옆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소음 피해로 소들이 유산을 하는 일이 발생해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화성시 정남면에서 가업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 A씨(36, 정남면)는 "화성시 절대 농지 값이 많이 올라서 부모님과 함께 땅을 팔고 아랫 지역으로 내려가서 논을 더 확장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을 활용한 자급자족 도시
▲ 화성시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식재료의 검수 및 배송을 책임지고 있는 화성시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화성시 팔탄면 구장리에 위치했다. ⓒ 화성시민신문
농어업 종사자의 고령화와 농업인구수 감소의 큰 문제를 제외하고는 화성시는 경기도 내 미곡 생산량이 많은 도시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 중에 하나다. 서부권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로컬푸드직매장 등을 통해 동부권 도심에서 소비가 가능하다. 이러한 순환 고리를 바탕으로 성장한 화성로컬푸드 직매장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화성시 동부권역에 없는 재래시장의 역할을 로컬푸드직매장이 대신한다. 화성로컬푸드직매장 2024년 기준 총 7개소가 있으며 2023년 매출(7개 매장)은 총 344억여 원으로 2022년 292억 대비 32억여 원 증가했다. 2018년 로컬푸드직매장(6개 매장) 수입이 141억여 원의 매출에 비해 5년여 만에 200억 이상 증가했다.
이뿐 아니다. 친환경 무상급식 제도로 화성시에서 나오는 친환경 쌀은 모두 공공급식에서 사들인다. 이에 따른 화성시 친환경 농업의 판로도 보장돼 있어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화성시는 아직까지 괜찮은 도시다.
화성시에서 친환경 과채류를 농사짓고 있는 안용정 농부는 "친환경 농가는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서 수매하면서 메리트가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농지 옆에 공장이 너무 많고, 이에 따른 수질이 좋지 않은 부분이 지속 가능한 부분에서 우려가 되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수향미의 성공과 그늘
▲ 화성시는 급격한 개발로 동부권역은 물론 서부권역 농지도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와 혼재됐다. ⓒ 화성시민신문
화성시의 브랜드 쌀 '수향미'의 성공 사례는 화성시 농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다. 화성시는 지난 2021년 민간종자업체인 시드피아에서 개발한 골든퀸3호를 전용실시권으로 사들여 로열티 총 80억 원을 민간업체에 냈다. 지자체가 민간기업에 종자를 사들이는 경우는 사실 극히 드문 사례다. 보통은 농업기술연구원이나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연구한 종자를 무상으로 보급받아 상용화하기 때문이다.
2021년 화성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2032년까지 12년간 골든퀸 3호에 대한 전용실시권을 획득해 2024년부터는 전국에서 화성시를 제외하고는 골든퀸 3호를 재배할 수 없다.
2022년 기준 수향미 출하량은 3만5378톤, 수향미는 2023년부터 '오뚜기 수향미밥'으로 오뚜기의 즉석밥으로 출시됐다. 또한 2023년 대한민국명가명품대상에서 지역명품 브랜드 부문 2023대한민국명가명품대상을 수상받기도 했다.
화성시 브랜드 쌀인 수향미는 시장에서 고급쌀로 팔린다. 실제 농부에게 사들이는 수매가도 타 종자보다 조금 더 높게 쳐주기 때문에 농가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서 수향미의 시장판매는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2023년 기준 수매가를 보면, 수향미가 한 가마에 7만4000원 수매가, 추청의 경우 7만 원 대에 수매가가 형성됐다.
화성시 서신면 매화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현영 화성쌀전업농연합회 감사는 "수향미는 꽤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우선 시장성을 확보했고, 농가에서도 수매가격을 높게 쳐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편"이라며 "올해부터 수향미를 전체 논에서 다 심어 수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지난 3월 8일 고품질 수향미 생산을 위한 20204년 농업아카데미 교육을 진행했다. ⓒ 화성시민신문
수향미 고급화 전략에 따른 시장에서의 성공은 결국 상품의 완성도와 질적인 부분에 영향을 받는다.
2023년 11월 열린 '수향미정책결정협의회' 회의에서 회원들은 수향미 생산물량과 농가소득이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물량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수향미 향 퇴화 현상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들은 수향미 화성시 쌀 브랜드화와 지속가능한 쌀 생산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강신원 명품쌀위원회 국장은 "2024년부터 골든퀸 3호를 화성시에서만 독점으로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 전국 타 지역에서 재배를 못하고 전량 화성시 땅에서 생산을 해야 한다는 소리"라며 "이에 따라 명품쌀에 대한 품질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하며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농가 교육 및 토지 품질 관리 등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성시 지속가능한 농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 화성시 장안뜰로 불리는 장안면 평야는 축사와 공장과 혼재돼 있어 여러 민원을 야기시킨다. ⓒ 화성시민신문
화성시 농업 환경에서 주변 지역 난개발에 따른 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제기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화성시 장안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전경옥 여성농업인 회장은 "바로 옆 축사에서 분뇨 냄새가 너무 심해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화성시 장안면은 농지와 축산농가가 혼재해 있어 악취 민원이 항상 있는 지역 중 하나다.
농지 바로 옆으로 공장이 개발된다거나, 불법 성토로 인한 토지 오염, 주변 난개발 공장에서 나오는 각종 오폐수 문제는 화성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의 현안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은 누가 쥐고 있을까.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농법의 가치를 강조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6월 24일 화성시 먹거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먹거리 시민포럼에서 김상권 경기도 친환경농업연합회 회장은 "친환경 농업의 가치와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자와 농부가 모두 가치를 알고 지향할 때 환경이 비로소 되살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권 회장은 "친환경 농업의 가치는 생태환경을 살리는 농업으로 토양의 미생물과 소동물을 보호하는 농업이다. 유기농업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치유의 공간을 제공한다"며 "농약과 화학비료를 많이 쓰면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데 비해 유기 농업의 경우, 땅속에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흡수원의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또 행정의 적극적 패러다임 변화가 화성시 농업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상배 화성시 먹거리위원회 위원(문화농업연구소 대표 농부)은 '먹거리 전환 행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상배 위원은 "인간 중심에서 생명 중심의 먹거리 정책으로 가야 한다"며 "행정 역시 먹거리 전환 행정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먹거리를 가장 최우선 정책으로 두며 농업을 그 가치의 근본으로 할때 진정한 화성다운 로컬의 정체성이 살아날 것"이라고 제언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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