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누가 시골을 여유롭다고 했나, 이 갓생러를 보시라

[함양에서 이 청년은] 밤깨비농장 송현주씨

등록|2024.07.09 12:55 수정|2024.07.09 12:55
함양군은 지방소멸의 위기 한가운데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50%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지방소멸하면 자연스럽게 연관되는 단어인 세대간 불균형, 청년세대 유출, 출산율 감소, 전입인구 감소 등 함양군은 그 무엇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더 청년세대가 중요하다. 청년세대는 지역의 활력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청년세대가 지역에서 재밌게 지내는 것은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청년세대 유입을 증가시킨다. 출산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청년들은 함양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함양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함양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함양 청년을 만나본다.[기자말]

▲ 밤깨비농장 송현주씨 ⓒ 주간함양


부모님의 고향 함양으로

송현주씨의 고향은 경남 사천이다. 사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송현주씨는 부경대학교 국문과에 진학했다. 국어국문과에 진학한 현주씨는 취업을 위해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웹디자인을 익혔다. 밤깨비농장의 캐릭터 등 다양한 디자인 작업물은 이 시기 디자인 기술을 익힌 현주씨가 만들었다.

부산에서 학원까지 마친 현주씨는 본가 사천에서 (사)경남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에서 일을 시작했다.

"경남에 120여 개 체험휴양마을이 있어요. 제가 일했던 곳은 지자체랑 체험휴양마을을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이었어요."

송현주씨는 4년간 사천에서 일하며 다양한 체험휴양마을을 만났다. (사)경남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최종 퇴사한 현주씨의 다음 행적은 함양이었다.

"함양은 어머니, 아버지의 고향이라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댁에 가며 자주 오고 하다보니 친근한 이미지가 있었어요. 제가 느끼기엔 사천이랑 큰 차이 없었어요."

현주씨가 함양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이유는 바로 '밤깨비농장'이었다. 밤깨비농장을 만든 현주씨의 어머니 서윤임씨는 사천에서 농촌 체험마을 만들기와 관련한 사무장 등의 역할을 하면서 농촌 마을을 새롭게 성장,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및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대회에 수상하는 등 큰 성과를 만들어왔다. 이 성과의 종착역은 함양군 안의면 이문마을 밤깨비농장이 됐다.

"지난해 2월에 전입신고를 했어요. 어머니가 밤깨비농장을 설립하면서 운영 인력이 부족하고 아무래도 혼자 운영하기에 벅차다 보니 같이 해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함양으로 오게 됐어요."

(사)경남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 사무국장을 그만두고 다음 행보를 고민하던 현주씨는 어머니의 밤깨비농장에 오게 됐다.

현주씨의 큰 그림
 

▲ ⓒ 주간함양


함양 밤깨비농장 역시 체험농장 중 하나로 현주씨가 관리하던 체험휴양마을의 일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근무했던 4년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체험휴양마을과 관련해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비를 정산하는 것, 어떻게 홍보하고 마케팅해야 하는지도 다 배운 내용이라서 밤깨비농장에 들어와서 크게 어려웠던 점은 없었어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학원에서 익힌 디자인 기술은 현주씨를 일당백 일꾼으로 만들었다.

"밤깨비농장이 재작년 11월에 개소를 했고 저는 지난해 3월에 들어왔거든요. 체험객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 단체에서 인증을 받아야 해요. 그래서 지난해에는 체험객을 많이 모집한다기보다는 인증 심사를 받는 시간을 보냈어요." 

2023년에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 교육기부진로체험기관, 우수농촌식생활체험기관 등 다양한 인증 심사 통과한 밤깨비농장엔 올해부터는 체험객의 방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방문 문의가 많다.

"밤깨비농장 자랑을 한번 하자면, 저희가 경남 배움터 체험처 선정 후 서상과 서하 어르신 대상으로 제과제빵 교육을 진행했어요. 취약계층은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데 저희가 그런 면에서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진행했거든요. 어르신분들도 많이 좋아하셔서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밤깨비농장은 안의면 도시재생사업으로도 안의면민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 지역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밤깨비농장은 진로직업교육뿐만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 교육과 자연환경 교육, 농업 교육, 자연생태체험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교육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특히 자연환경교육은 농촌의 자연 자원을 사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며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생활을 교육을 실시한다.

"지속가능한 생활에 대한 교육을 저희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가정으로 바로 전달돼서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을 교육하기도 하며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해요."

함양에도 체험농가가 몇 있지만 현주씨가 보기에는 "아직도 많지 않은 수준"이다.

"함양은 타 지역에 비해 활성화가 안 돼 있는 편이에요. 생각있는 분들도 역량만 키우면 체험장 운영하는 건 문제가 없어요. 체험농가가 함양에도 활성화 돼서 패키지 투어처럼 다양한 농가가 윈윈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을 계획하면 좋겠어요."

현주씨의 함양살이
 

▲ ⓒ 주간함양


함양의 삶에 만족하는 현주씨. 현재 신규농업인현장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현주씨는 "가공판매 및 해외수출에 능한 농가에서 현장실습을 받고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교육 수료 이후 청년후계농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에는 함양군 청년정책네트워크 농업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며 농업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경상대학교 창업학과 대학원에 다닌다.

"대부분 40, 50대지만 제 나이 또래의 학생들도 학과에 꽤 있어요. 대부분 6차 산업을 계획하는 사람들로 농사 짓는 친구도 많아요. 다양한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함양의 삶이 좋다지만 친구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현주씨의 친구들은 대부분 사천과 진주에 있고 그마저도 친구들이 결혼을 하면서 만나기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현주씨는 결혼이나 이성교제에 아직까지 큰 생각이 없다. 오히려 그냥 쉬고 싶다고.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어요. 바쁘니까 이성을 만나는데 투자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생각이 없는 거 같아요. 체험이 많아서 쉬고싶을 때가 오히려 많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일에 매진하고 대출금도 갚아야 하니까 거기에 마음이 쫓기는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체험을 더 받고 조금이라도 안정화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장난스럽게 "나는 성공에 야망이 가득하다"며 웃는 현주씨. 반은 장난이라지만 그 속에는 진심이 가득하다. 다음 목표는 제과제빵을 주 체험으로 하는 밤깨비농장의 특성을 살려 가공 판매로 빵을 판매하는 것. 함양의 대표적 기념품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교 진학부터 함양에 도착하기까지 큰 일탈 없이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키워 온 '갓생러(계획적이고 생산적으로 사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현주씨. 누가 시골을 여유롭다고 했나. 시골에서 청년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산다. 시골은 도시보다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그 여백만큼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곳이다. 현주씨의 다양하고 치열한 노력들이 모여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되는 이유다.
 

▲ ⓒ 주간함양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