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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만배 배후 찾아 10개월...기소 후 "수사 방향 아냐" 말 바꿔

[윤 대통령 명예훼손 기소] 기세등등했던 '배후론' 용두사미... 뉴스타파 외 다른 언론 처분 미뤄

등록|2024.07.08 19:33 수정|2024.07.09 04:32

▲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지난 9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독립언론 뉴스타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한 가운데, 직원들이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피켓을 출입문에 붙여 놓았다. ⓒ 권우성


김만배의 배후는 없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10개월 전 검찰은 "배후 세력을 규명하겠다"며 기세등등했지만, 10개월 후 검찰은 "(배후 규명은) 수사 방향과 다르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검찰은 8일 지난 대선 직전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 4명을 기소했다. 이들의 주된 혐의는 지난 2022년 대선 직전 허위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관련 기사] 강제수사 10개월 만에 '윤 대통령 명예훼손' <뉴스타파> 대표·기자 기소 https://omn.kr/29cd1).

지난해 9월부터 검찰은 배후 규명 의지를 피력하며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펼쳤다. 압수수색을 당한 언론사 또는 언론인만 해도 <뉴스타파>외에 JTBC,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액트> 등 여럿이다. 하지만 10개월 뒤 나온 수사 결과는 '용두사미' 수준이다. 그나마 기소된 4명도 앞으로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0개월 전 "배후 세력 규명"... 10개월 후 "수사 방향 아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1일이었다. 김만배씨로부터 허위 인터뷰 대가로 금품을 제공받았다면서 신학림 전 위원장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9월 5일 용산 대통령실이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중대한 국기문란이자 선거개입"이라고 규정하자, 검찰은 이틀 뒤인 9월 7일 10여 명 규모의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 구성으로 화답했다.

그날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취재진을 만나 "어떤 배후 세력이 있는지 수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배후세력이 있음을 의심하는 이유를 두고 "보도내용이나 시점의 민감성·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관련자들이 치밀하게 계획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위·대가성·배후 세력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그 배후를 이재명 후보 쪽이라고 보는지 묻자, 이 관계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계속 수사 중에 있으니, 지켜봐 달라"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났다. 8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사실상 배후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만배씨가 누군가부터 지시를 받거나 모의한 것을 전제로 그 특정인이 배후라면, 이는 수사 방향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10개월 전 배후세력을 규명하겠다는 말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이 상황이나 국면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편승한 것은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검사 10여명이 나서 10개월간 '배후'를 규명했다고 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뉴스타파>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에 대해서는 명확한 처분도 내려지지 않았다. 검찰은 김만배씨의 주된 혐의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뉴스타파, 뉴스버스, 경향신문 등이 허위사실을 보도하게 함"이라고 적시했지만, 정작 나머지 언론사에 대한 처분은 없었다. 그렇다고 명확히 혐의가 없다는 뜻도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에 있다"면서 말만 반복했다.
 

▲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가 지난 6월 5일 오전 대선개입여론조사 특별수사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은 처벌불원의사를 제출하지 않았다"

향후 재판에서 검찰의 범죄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의 얼개를 김만배씨가 대장동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친분 있는 언론사 기자들을 이용해 허위 보도를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김만배 기획설'에는 의문점이 적지 않다.

<뉴스타파>는 2022년 3월 6일 6개월 전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보도했다. 김만배씨와 신 전 위원장이 보도시점을 대선 직전으로 조율했는지 검찰은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김씨는 구속 상태였다.

무엇보다 핵심 혐의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인 만큼 피고인들이 허위성을 알고도 일부러 그랬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는 김씨와 신 전 위원장 사이 돈거래 사실을 보도 당시는 물론 그후 한참동안 알지도 못했다. 또한 보도 직전까지 녹취록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

명예훼손이 '반의사불벌죄'인 만큼 피해자로 적시된 윤석열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처벌의사를 밝혔는지도 논란거리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 사건 관련해서 윤 대통령의 처벌의사 물었나.

"피해자 의사 상관없이 수사 진행될 수 있다. 2023년 9월 대통령실에서도 이 사건 범행이 희대의 대선공작사건이라고 성명 발표한 사실 있다."

- 대통령실 성명을 피해자 입장으로 갈음한다는 건가.

"피해자 의사 없이 수사할 수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

- 확인 안했다는 말인가.

"피의자 처벌불원의사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제 법원의 시간이다. 윤석열 후보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이 허위인지, 검찰 말대로 김만배의 기획 하에 여러 언론사의 허위보도가 이뤄졌는지는 법정 다툼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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