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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두 시간을 갇혀 있었다

[내 맘대로 여행1] 여행의 서막

등록|2024.07.10 09:33 수정|2024.07.10 10:02
에티하드 EY 653 항공기가 아부다비 공항에 정차한 지 두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기계결함(에어컨 작동에 문제가 있는 듯) 때문이었다. 기술자 세 명이 들어왔다가 나갔지만 시원한 해결이 아니었는지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은 기내는 점점 폐를 압박해왔다.

처음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때 5미터 물속에서 도망쳐 나왔던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가방을 싸들고 밖으로 나가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아니나 다를까 뒤쪽에서 울음소리가 터졌다. 울고 있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딸을 이끌고 다급하게 나가는 엄마가 보였다. 연달아 아기 울음 소리가 터졌다. 그 전에도 항의를 하는 아주머니의 악다구니가 들렸지만 먼 나라 말이기에 상황과 분위기로 대강만 짐작할 뿐이었다.

남자들 몇은 출입구에서 승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중동에서 이런 기다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나대로 나를 설득시키고 있던 참이었다. 이런 포기 같은 안정된 상태는 다음 비행기를 완전히 접고 난 뒤였다.
  

▲ 아비다부 공항에서 카이로로 환승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부지런히 걷고 있다. ⓒ 차노휘


아비다부에서 카이로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샴 엘 셰이크(Sharm Al Shiekh)까지 국내선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었다. 최종 종착지는 다합이었다. 다합에 닿기 위해 나는, 7월 4일 0시 55분 아비다부로 향하는 비행기를 인천공항에서 탑승했다. 열 시간 정도 비행을 하면 아랍에미리트 시간으로 오전 5시 40분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카이로로 출발하는 같은 회사 항공편이 아침 9시 40분에 있다. 카이로에 12시 35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샴 엘 셰이크로 가는 국내선을 3시 15분에 탑승해야 한다. 그러고도 택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려야 다합에 도착할 수 있다. 다합에서 46일 동안 프리다이빙을 할 계획이었다.

나는 다합으로 나를 데리고 가 줄 콜텍시까지 현지인 지인을 통해 전부 예약을 해놓았다. 아비다부에서 이렇게 지체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카이로 공항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한 달 동안 사용할 유심칩을 사려고 했기 때문에 미리 한국에서 내 전화사용을 차단시키고 왔다. 기내에서 2시간 동안 갇혀 있으면서 나를 마중할 사람에게 전화를 하려고 해도 발신 정지인 전화는 나를 답답하게만 했다.

우는 아이, 소리치는 아주머니 등. 곧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여러 국적기를 타고 여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이렇게 갇혀 지낸 것은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어컨이 고장난 기내에서 두 시간 이상 잡아놓는다는 것은, 그 뜨거운 중동에서는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곧 기내 승객들은 방송에 따라 가방을 다시 싸들고 공항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탑승했다. 앰뷸런스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나는 샴 엘 셰이크 공항에 오후 5시 15분에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면 7시 안에 다합에 도착할 몸이었다. 플랜1이 어긋난 상태에서 이제 플랜2, 플랜3…를 세워야 했다.

항공사에서 메시지가 나오기 전까지 모든 플랜은 불확실했다. 호텔 바우처를 주고는 다음날 비행기 편을 마련해줄지, 아니면 당일 늦은 오후라도 카이로로 출발할 지는, 아직 알 수가 없었다. 이쪽저쪽 여지를 고려해서 나는 와이파이가 터지는 공항에 들어섰을 때 콜택시 취소 등 긴급하게 해결해야할 것들을 해결하고는 Kero에게 문자를 했다.
  

▲ 아비다부 국제 공항 ⓒ 차노휘


Kero는 내가 알고 있는 밀렌드 가족 큰아들이다. 다합에 갈 예정이고 귀국할 때쯤 카이로에 들러서 방문하겠다고 미리 기별을 한 터였다. 처음 이집트에 방문했을 때(2018년 8월) 알게 된 현지인 가족이다. 간간이 온라인으로 안부를 물으면서 이집트에 올 때마다 얼굴을 보는 사이였다. 아주 먼 거리라, 이번 만남이 세 번째가 될 거였다.

Kero는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몇 시에 카이로에 도착하는지, 시간에 맞춰서 기다리겠다고, 부모님께 말했으니 집에서 자고 가라고 했다. 세 번 정도 방문해서 식사를 함께 한 사이였지만 그들 집에서 신세를 져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답변이 따뜻해서 잠시 빗나간 여행의 착잡함을 뒤로 할 수 있었다. 카이로에 아무리 늦게 도착해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 위안이 되었다.
  

▲ 카이로 국제 공항에 드디어 도착했다. ⓒ 차노휘


에티하드 항공사는 200달러의 바우처를 승객들에게 위로 삼아 주고는 기내에서의 시간을 보상하려고 했다. 그렇게해서 나는 4시 30분에 수속을 다시 밟고 6시에 출발하여 9시 전에 카이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자를 발급 받고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았을 때는 거의 10시가 다 되었다. 이미 놓쳐버린 다합으로 향하는 비행기 건에 대해서 건의를 하려고 했지만 카이로에 상주하는 에티하드 항공사 직원은 이미 퇴근하고 난 뒤였다.

나는 이렇게 해서 잠시 카이로에 불시착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집트 다합에서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해서 2024년 7월 4일 인천공항을 떠나서 8월 23일에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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