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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노동자의 죽음에 시민들 "미안합니다"

전주페이퍼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추모의 밤 "중대재해처벌법 없애려는 어른들..."

등록|2024.07.10 09:20 수정|2024.07.10 09:20

▲ 노동시민사회계가 9일 오후 7시 순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생을 마감한 만19세 청년노동자 추모의 밤’을 개최했다. ⓒ 임석규


국내 종합제지기업인 전주페이퍼에서 일하다 숨진 만 19세 청년 노동자의 발인 전날 밤에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호남 노동‧시민사회계가 청년 노동자 A씨의 유가족들과 함께 9일 오후 7시 순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생을 마감한 만19세 청년노동자 추모의 밤'을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발인을 앞둔 A씨를 추모하고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산업재해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책임자 처벌 및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참석자들에게 그간의 연대에 감사를 표하며 "늘 밝은 모습으로 가족 곁을 지켰던 아이가 이번 추모의 밤을 통해 위로를 받고 다음 생에는 그간 적었던 소원 목록을 이루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진상규명과 안전대책 수립이 없다면 아이의 죽음이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진상규명을 향한 연대를 이어줄 것을 당부했다.
 

▲ 9일 순천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은 추모객들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노동을 존중하는 세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임석규


A씨가 다녔던 순천공업고등학교의 음악교사 곽학래씨는 "관악부로 인연을 맺었던 A씨는 고등학생 시절 성적도 우수했고 반장으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A씨를 추억하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안주희 전교조 조합원도 "성실한 청년·특성화고 학생들이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비참한 현실에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라면서 "젊은이들의 산재 사망에 사과도 제대로 안 하는 기업과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는 세상을 미래 세대에 물려주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순천에서 목회하고 있는 이택민 순천 예수함께 목사 역시 "우리 사회는 지금 노동보다 자본을 중시해 생명·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없애려 하는 어른들에 맞서 노동과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세우기 위해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 7일 전주페이퍼 측이 언론사 등을 상대로 실시한 현장 검증에서 황화수소가 검출(1차 당시 100㏙, 2차 당시 4㏙)됐으며, 이에 노동·시민사회계에서 '생산공정에서는 황화수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측의 거짓말이 드러났다고 규탄했다.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생을 마감한 만19세 청년노동자 추모의 밤노동시민사회계가 청년 노동자 A씨의 유가족들과 함께 9일 오후 7시 순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생을 마감한 만19세 청년노동자 추모의 밤’을 마련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발인을 앞둔 A씨를 추모하고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산재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책임자 처벌 및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 임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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