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자두 고야, 보기 힘든 녀석입니다
홍천에 집을 지으면서 알게 된 토종 자두의 맛
▲ 고야열매자두 보다 작고 앵두 보다 큰 고야열매 ⓒ 이재관
고야라는 과일이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오야주라고도 한다네요. 이름이 참 이국적이고 이쁩니다. 그 이름이 맘에 들어 유튜브 아이디 만들때 고야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고야는 우리나라 토종 자두입니다. 이 녀석의 품종을 개량해 현재 모습의 자두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정확히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곳 강원도 시골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4월에 꽃이 피고, 7월 초면 과일이 익습니다. 꽃은 사실 볼품이 없습니다. 작은 흰꽃이 잔가지에서 다닥다닥 피는데, 그 속에서 화사함을 찾아보긴 힘듭니다. 꽃이 많은 만큼 열매도 많습니다. 너무도 많이 달려 그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비라도 맞으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가지 몇 개는 부러지기까지 합니다. 자식 욕심이 너무 많습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열릴 것이지, 왜 이리 많이 달려 스스로를 헤치기까지 할까요.
충분히 익지 않은 열매는 약간 신맛이 있습니다. 미묘하지만, 자두와는 조금 다른 신맛입니다. 까만 색이 돌만큼 충분히 익거나 후숙시키면 훨씬 맛이 좋아집니다. 그 때는 신맛이 사라지고 풍미가 입안 전체를 감싸줍니다. 자두의 조상다움이 얼핏 맛에서 묻어납니다.
▲ 고야2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 고야나무 ⓒ 이재관
고야는 토종입니다만, 이곳 홍천에서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키우는 사람도, 키우려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인기가 없습니다. 개량 자두가 득세한 탓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열매가 작습니다. 자두는 한 개를 먹어도 먹은 것 같지만 고야는 그렇지 못합니다. 덩달아 손과 입이 바쁩니다. 열매는 작고, 씨앗은 또 발라내야 하니 손이 많이 이 가는 녀석입니다.
둘째, 너무 많습니다. 달려있는 열매나, 땅에 떨어져 있는 열매를 보면 귀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소중하다 여기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몇 개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처치 곤란입니다. 이래선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기 힘듭니다.
셋째, 떨어진 열매가 썩으며 악취가 납니다. 이것이 제일 큰 골칫거리입니다. 너무 많이 달려 생기는 문제입니다. 장맛비를 맞고, 바람이라도 좀 불고 나면 밭고랑에 우수수 떨어져 썩어 갑니다. 족히 보름 이상 악취를 감당해야 합니다.
▲ 고야와 자두자두의 반에 반 크기인 고야. ⓒ 이재관
그렇지만 저는 고야를 매우 좋아합니다. 7월에 한두 알만 맛보고 넘어가는 해가 태반입니다만, 고야 없는 시골집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스페인 낭만주의 화가와 동명인 고야는 순우리말인 듯 아닌 듯, 세련되고 친근하게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
크고 맛있는 것만 살아남는 세상에 요런 녀석 하나 정도는 살아 남아야지요. 무엇보다 저에겐 추억이 많은 녀석입니다. 시골집 짓고 14년 동안이나 함께 했으니 결코 그 인연이 가볍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에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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