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건드리면 안될 곳을 건드렸다"
대구 환경단체들, 달성습지에서 기자회견...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규탄
▲ 달성습지 전경. 정면으로 보이는 왼쪽이 낙동강, 오른쪽이 금호강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죽곡산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전경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과 금호강이라는 두 개의 큰 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는 대구의 자랑이자 세계적인 습지라 평가받는다. 달성습지가 원래 모습 그대로만 있었다면 순천만습지를 능가할 것이라 할 정도로 그 가치가 큰 습지가 바로 달성습지다.
두 큰 강이 만나는 유역을 '메소포타미아'라 부른다고 한다. 두 큰 강이 만나 빚어놓은 달성습지와 이 인근 땅은 '대구의 메소포타미아'로 대구 문명의 발상지라 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이 두 국가 하천이 만나는 곳에 우뚝 솟은 산인 죽곡산에서 선사인들의 유적이 계속해서 발견되는 이유다. 죽곡산과 달성습지를 대구 문명의 발상지로 보고 여기서 대구의 역사성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중 하나인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조감도 ⓒ 대구시
▲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의 예술가들이 달성습지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탈을 쓰고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8일 금호강난개발저지대구시민공동대책위원회,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소속 활동가들이 4대강 홍보관인 디아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구 정신이 서려 있는 이곳에 그 역사성을 반추하고 진정한 달구벌의 정신을 찾아야 할 곳을 싸구려 관광지로 조성하려는 자가 대구시장이라니 대구시민으로서 정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라고 개탄한다.
또 "아무리 돈이 궁해도 씨감자는 팔지 않는 법이며, 아무리 다급해도 그 역사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있고 건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 있는 법이다. 바로 서대구 달성습지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대구 정신의 '씨감자'인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저한 야생의 공간이자 대구 문명의 발상지인 이곳마저 건드린다는 것은 대구의 정신성을 갉아먹는 것으로 두고두고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르네상스는 대구의 정신과 역사성을 되살리는 것에서 찾아야지 홍준표 시장의 기획처럼 천박한 삽질 기획으로서는 결코 르네상스라 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진정한 금호강 르네상스는 '삽질' 아닌 '공존'
이들은 "이곳에 필요한 것은 싸구려 삽질이 아니라 달성습지 원래 모습 그대로의 복원을 통해 진정한 금호강 르네상스를 실현하는 것"이고 "그것이 진정한 금호강의 재생이자 부흥일 것"이라 주장했다.
▲ 대구 환경단체들은 4대강 홍보관인 디아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의 메소포타미아라고 부르는 달성습지마저 파헤치겠다는 대구시를 성토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금호강 르네상스 십잘을 멈춰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들은 "달성습지는 대구의 정신 누가 감히 이곳을 훼손하려 하는가!"란 '대구시민 경고문'을 발표하고 "생태 의식과 역사 의식마저 결여한 홍준표 시장은 천박한 싸구려 기획인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들은 "만약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엉터리 삽질을 그대로 강행한다면 대구 시민과 대구 정신에 대한 선전포고로 보고 우리는 홍준표 시장의 천박한 삽질에 맞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임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 현장 발언에 나선 대구환경운동연합 김우영 운영위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현장 발언에 나선 대구환경운동연합 김우영 운영위원은 "인근에 설치된 대구시의 철새보호 안내판에는 18:00~09:00까지 보호구역의 출입을 금하며 두루미류 등 조류는 소음과 불빛에 매우 민감하고 경계심이 많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소음과 조명과 출입을 유발하는 시설을 설치하며 대구시가 금하는 행위를 위반하는 앞뒤 안 맞는 엉터리 행정을 하고 있다"며 대구시를 강하게 성토했다.
두 번째 발언에 나선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장지혁 운영위원장은 "달성습지는 이미 그 모습이 많이 변했다. 숱한 개발사업 때문"이라며 "지난 4차순환고속도로 사업 때문에 멸종위기종 맹꽁이가 자취를 감추었다. 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이 땅을 떠나게 하려고 개발사업인가"라며 "지금이라도 삽질을 멈추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주장했다.
▲ 현장 발언에 나선 '금호강 디디다' 멤버 예술인 서민기씨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마지막으로 '금호강 디디다'와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멤버인 예술인 서민기 씨는 다음과 같이 공존을 이야기했다.
"강은 즐기는 체험의 공간이 아닙니다. 인간과 함께 존재하며 살아가는 생명입니다. 크고작은 생명들이 평안히 존재하는 지속가능한 금호강, 개발과 변화가 아닌 오랫동안 지켜지고 존재되어 인간과 공존하는 활기찬 금호강, 무의미한 뱃놀이와 꺼지지 않는 불이 아닌 태양과 달이 보이는 열린 금호강이 진정한 재생 아닐까요?
폐수로 가득했던 금호강이 맑은 물이 되었듯, 금호강은 이기적인 우리 인간들을 그저 바라봐 줍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대구시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을 당장 멈추세요. 그리고 천천히 걸으며 연결되는 수많은 것들을 직접 느끼고, '시민이용 중심'이 아닌 시민과 금호강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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