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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하는 일은 저를 너무 행복하게 해요"

[인터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70대 김옥분 할머니

등록|2024.07.11 16:51 수정|2024.07.11 16:51
지난달 17일 동네 복지관을 방문했다.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로 인해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옥정종합사회복지관에는 어르신들로 가득했다. 복지관 입구로 들어서니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어르신들을 반겨주셨다. 그 안쪽으로는 급식소를 향해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다. 무슨 줄인가 했는데, 모두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서 있는 줄이었다. 인파 속에서 바쁘게 오가며 식판을 치우고 시는 70대 할머니가 계셨다.
 

▲ 노인 무료급식소에서 급식판을 나르시는 김옥분 할머니. ⓒ 이초원


김옥분(74) 할머니는 2019년부터 경기도 양주시 옥정종합사회복지관에서 무료급식 배식 봉사와 바리스타 봉사를 시작했다. 한 달에 네 번 정도 무료급식 배식 봉사와 바리스타 봉사를 한다.

그러나 5년 전까지는 봉사에 대한 생각이 없으셨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봉사를 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 '무슨 봉사를 저렇게 하러 다닐까' 하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봉사를 해보니 봉사를 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봉사는 저에게 너무나도 많은 즐거움을 주고, 건강을 주고, 활기를 줘요. 돈 받고 하는 활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를 너무 행복하게 하죠."

할머니는 동네 수영장에서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고 처음 복지관에 방문했다. 현수막에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 모집 기한이 다음날까지라고 쓰여 있어서 바로 복지관에 방문했다고 한다. 이후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서 3개월 동안 커피에 대해 배웠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필기시험도 보고, 면접도 봤다.

"처음에는 어렵더라고요. 라떼를 만들 때 위에 하트 모양을 만들어야 되는데 쉽지 않았었죠. 그런데 열심히 하다 보니까 잘 돼서 자격증도 따고 이렇게 봉사까지 하고 있네요."
 

▲ 직접 커피를 내려주시는 김옥분 할머니 ⓒ 이초원


"봉사는 제2의 삶이에요"

특별한 직장은 다니지 않았던 김 할머니는 아이들을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왔다. 과거에 요양보호사 자격증, 베이비시터 자격증, 장애인 활동보조사 자격증 등을 따긴 했지만 그 자격증들을 한 번도 활용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이라는 현수막을 봤을 때 "이번에는 한 번 자격증을 따서 활용해 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커피' 때문에 우연히 시작하게 된 봉사는 할머니의 삶을 바꿔놓았다.

우연히 시작한 봉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할머니는 "건강하기 위해" 봉사를 계속하신다고 답했다. "집에만 있으면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겠지만 복지관에 나와서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웃으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또 복지관 봉사를 하면서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보며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봉사를 할 때 장애인들을 잠깐이나마 섬길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건강하면 언제까지라도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제가 봉사하는 이유는 건강하기 위해서예요. 복지관에 오면 이렇게 행복하게 웃잖아요, 행복하니까 건강해질 수 있는 거죠. 가끔 장애인분들이 오시면 제가 잠깐이나마 섬겨드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고 뿌듯해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봉사를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는 것에도 정말 감사해요. 옛날에는 70살이 넘었다고 하면 저도 돌봄을 받았을 텐데 말이죠. 봉사를 시작하고 이런 생각의 변화가 많이 생겼어요."

할머니에게 나눔과 봉사란 어떤 의미일까.

"봉사와 나눔은 뭐랄까, 저의 행복이죠. 받는 것보다 나누는 게 더 큰 행복이고 기쁨이에요. 주는 게 더 행복한 거죠. 뭐 하나라도 나누어 먹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봉사의 기쁨을 깨달은 후에는 "봉사를 더 일찍부터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봉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냐고 묻자, '자신을 내려놓는 마음가짐'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봉사자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마음을 전했다.

"봉사하러 나오면 자신을 집에 두고 와야 해요. 집에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봉사하러 나오면 그게 아니거든요. 나라는 사람은 이제 내려놓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와야 하죠.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섬기러 오는 것이지, 섬김을 받으러 오는 게 아니잖아요."

복지관에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 북적북적한 급식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급식판을 나르던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셨다. 커피를 내리실 때도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고 행복해 보이셨다. 나누며 사는 것이 더 큰 행복이자 기쁨이라고 하는 김옥분 할머니에게 꿈이 있으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단지 '아프지 않고 그냥 이렇게 봉사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사는 게 꿈'이라고 답했다.

"복지관에서 봉사하면서 행복하게 제2의 삶을 살고 있어요. 이렇게 하루하루 행복하면 된 거죠."
 

▲ 복지관 카페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김옥분 할머니의 모습 ⓒ 이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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