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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0원 인상? 10원은 빵으로 먹을 때만 맛있다

[박정훈이 박정훈에게]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등록|2024.07.11 10:44 수정|2024.07.11 10:44
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편집자말]

▲ 10원 짜리 동전이 쌓여있다. ⓒ 연합뉴스


'사용자 측 수정요구안은 9870원, (현행보다)10원' 인상입니다.'

지난 9일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난데없이 10원이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본 적도 없는 10원 짜리 동전이 떠올랐습니다. 길바닥에 떨어져 있어도 쉬이 고개가 숙여지지 않고, 동전을 만드는 데 10원보다 더 돈이 많이 든다는 10원. 그나마 동전에 그려진 불국사의 다보탑이 10원의 가치를 드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보탑은 석가모니 부처가 설법한 진리를 다보 부처가 증명했다고 한 불교경전 <법화경>의 제11장 견보탑품에서 유래해 이름을 붙였다 합니다. 최저임금과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생각을 10원짜리 동전이 증명하고 있으니, 10원이 다보탑의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10원의 정치경제학 
 

▲ 내년 최저임금 액수 협상 본격 개시를 앞둔 지난 8일 오전 서울 한 고용센터에 2024년 최저임금 안내 배너가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정훈님이 지난 편지에서 '마녀사냥'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 '최저임금'이야말로 매년 여름 마녀사냥당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랐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죠. 그러나 2019년 이후 5년 동안 최저임금은 삭감되고 있습니다. 2020년 240원 인상된 이후, 130원, 440원, 460원, 240원 인상됐습니다. 물가를 고려하면 지난 5년 간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의 주장대로 동결이나 삭감을 해준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소상공인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저임금을 240원 인상하며 주 5일 일하는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월 5만 160원의 부담이 늘어납니다. 전체 자영업자 중 약 150만 명 정도만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직원을 둔 자영업자)입니다. 그리고 한국노동연구원이 2018년에 조사한 것에 따르면 직원을 둔 자영업의 경우 1명이 근무하는 비중이 40.1%로 가장 많았습니다. 누가 보아도 월 5만 원의 금액을 깎아주는 것으로는 소상공인의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3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의 소상공인 대책에 환영입장문을 내면서 자신들의 진짜 어려움을 솔직하게 토로했습니다.

"소상공인은 엔데믹 후에도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경영 여건 개선이 요원한 상태에 처해있다. 매출 하락과 각종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 저하가 장기화되면서, 최근에는 대출 연체율 급상승, 폐업률 증가, 노란우산공제 해약 속출 등 여러 지표가 소상공인이 한계에 내몰려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팬데믹을 버티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이자 동아줄이었던 대출이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소상공인을 옥죄어오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이 자영업자들의 근본적 어려움입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과 소비심리 위축, 최저임금은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서비스산업과 최저임금 
 

▲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들이 지난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온전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피켓을 걸어놓고 있다. ⓒ 연합뉴스

사용자 측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안 된다는 대표적인 논리로 내세우는 것이 노동생산성입니다. 최저임금의 주요 대상자인 서비스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10원 인상을 말하며 제출한 경총의 자료를 보면 18년에서 23년까지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 대부분이 종사하는 서비스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4%로 나타났다'라고 주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2018년과 2019년은 최저임금이 비약적으로 많이 오른 해이고, 그 이후에는 500원 미만으로 올랐는데 경총은 통계를 낼 때 반드시 2018~2019년을 포함합니다. 아쉬운 지점이나 서로의 입장차이가 있으니 이해하고 넘어갑시다.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노동생산성이라는 어감 때문에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밥값을 못하는 것 같이 들립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 개념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은 노동생산성을 노동의 가치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부가가치 기준 노동생산성은 쉽게 이야기하면 판매액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것입니다. 노동시간이 늘어나거나 판매가 줄거나 서비스산업의 가격이 낮으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제출한 '2024년 1분기 총요소생산성 동향 보고서에서 "내수부진이 이어지며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는 '23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둔화' 24년 1분기 역시 민간, 정부소비의 둔화, 고물가 및 고금리에 따라 가계소비가 위축되어 산출(부가가치)둔화'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서비스산업 노동자를 떠올려보면 보다 쉽게 이해됩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과로사할 만큼 열심히 일을 합니다. 한국의 배송 속도는 세계 최고입니다. 이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일을 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택배 노동자가 가져가는 건당 수익은 600원에서 2000원에 불과합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택배 배달 가격도 3000원에 불과하거나 심지어 무료도 있습니다.

한국은 서비스 가격이 너무 낮습니다. 가게에 손님이 없다면 노동시간은 늘어나는데 부가가치가 없어 노동생산성도 낮아집니다. 노동생산성을 높인다고 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도 않습니다. 교육 서비스에서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강의시간을 축소하고 의료서비스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진료 시간을 축소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서비스산업에서 노동생산성을 높여 막대한 부를 가져가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규제를 받지 않는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고, 책임과 위험을 전가하면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올립니다. 이들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영세자영업자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어 야간 휴일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거나, 1년 미만 계약으로 퇴직금을 주지 않거나, 이주노동자를 쓰는 등의 방법으로 살아남습니다. 이런 경제구조는 놓아두고 경총이 노동생산성이 낮아 영세자영업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자고 주장하는 거야말로 최저임금에 대한 마녀사냥일 겁니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제조업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고, 서비스산업에 일자리가 몰리는 것은 주요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때문에 서비스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경제위기 이후 미국 맥도널드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노동자의 최저임금 두 배 인상운동, 최근 아마존 노동자의 최저임금 대폭인상운동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있습니다.

10원은 빵으로 먹을 때 맛있습니다
 

▲ 십원빵(자료사진) ⓒ 연합뉴스


서비스산업에는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고졸, 여성, 청년, 고령자들입니다. 이들 노동자를 위해서만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주장을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 최저임금 인상과 그에 따른 경제정책이 필요합니다. 2024년 1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3% 개선되었습니다. 내용을 뜯어보면 민간소비가 전기대비 1.1% 회복되었습니다. 내수 활성화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이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일관된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지난 6월 25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앞에 집결했는데 유기준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이 이렇게 외쳤습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매출은 줄어든 반면, 전기료·가스비 등 공공요금과 재료비 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손에 쥐는 금액이 턱없이 줄었다."

"팬데믹을 버티는 동안 50% 이상 늘어난 대출원금과 이자비용이 소상공인의 숨을 죄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부담까지 가중되면 소상공인은 버틸 수가 없다."

최저임금 노동자도 마지막 문장만 바꾸면 똑같은 처지입니다. '숨을 죄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삭감되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버틸 수가 없다'라고 말합니다. 같은 경제조건에서 최저임금마저 동결되거나 10원 인상되면 소비는 더 줄어들 겁니다. 물론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임금 시대에 값싼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때문에 노동계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제도개선 요구를 걸고 함께 싸우자고 제안합니다. 첫째, 영세자영업자를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재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등 종속적인 자영업자들이 본사와 협상할 수 있는 교섭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사뿐만 아니라 최근 모든 소매업을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업체와의 수수료 협상권은 물론 일정정도의 단체행동권까지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 시행되고 있는 납품단가연동제에서 인건비는 제외되어 있는데 인건비 인상에 대한 원청과 본사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사용자위원의 10원 인상 주장을 통해 다보탑을 보았습니다. 탑을 쌓는 마음으로,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가 만난다면 서비스산업의 혁신과 생존권 보장이라는 염원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10원은 임금으로 받을 때가 아니라 빵(십원빵)으로 먹을 때만 맛있다는 건 모든 국민이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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