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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빛난 용병술... 잉글랜드, 2회 연속 유로 결승

[유로 2024 4강전] 네덜란드 1-2 잉글랜드

등록|2024.07.11 10:41 수정|2024.07.11 10:41

▲ 잉글랜드가 네덜란드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 AFP / 연합뉴스


잉글랜드가 네덜란드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2회 연속 유로 결승에 진출했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은 11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에 위치한 BVB 슈타디온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유로 2024 4강전에서 네덜란드에 2-1로 승리했다. 결승에 오른 잉글랜드는 오는 15일 스페인과 앙리 들로네(유로 우승 트로피 별칭)를 놓고 유럽 최강 자리를 다툰다.

교체 왓킨스,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 결승 골

네덜란드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전방은 멤피스 데파이, 2선은 코디 각포-차비 시몬스-도니얼 말런, 중원은 티자니 라인더르스-예르디 스하우턴이 포진했다. 수비는 네이선 아케-버질 반 다이크-스테판 더 브레이-덴절 둠프리스, 골문은 바르트 페르브뤼헌이 지켰다.

잉글랜드는 3-4-2-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은 해리 케인이, 2선 좌우에는 주드 벨링엄-필 포든이 자리했다. 중원은 키어런 트리피어-데클란 라이스-코비 마이누-부카요 사카, 수비는 마크 게히-존 스톤스-카일 워커, 골문은 조던 픽포드가 지켰다.

전반 초반은 미드필드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오갔다. 첫 골은 이른 시간 네덜란드에서 나왔다. 전반 7분 시몬스가 라이스와의 경합 상황에서 공을 따낸 뒤 지체하지 않고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잉글랜드는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적으로 나섰다. 전반 13분 케인이 먼 지점에서 시도한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1분 뒤에는 박스 안에서 사카가 중앙으로 끌고 나올 때 수비수들과 엉키며 공이 흘렀고, 케인이 하프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둠프리스가 다리를 높게 들고 뻗으며 케인의 발을 가격한 게 VAR 판독으로 적발됐다. 전반 18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케인이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잉글랜드는 과감하고 예리한 전진 패스를 여러 차례 시도하며 공격을 전개했다. 전반 22분 결정적인 찬스를 무산시켰다. 박스 안에서 포든의 오른발 슈팅이 골키퍼를 통과했지만 골라인 바로 앞에서 둠프리스가 막아냈다.

두 팀은 한 차례씩 골대 불운을 맞았다. 전반 29분 코너킥에 이은 둠프리스의 헤더가 골대 상단을 퉁겨나갔다. 전반 31분에는 포든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았다.

네덜란드는 전반 35분 데파이가 부상으로 아웃되면서 중앙 미드필더 조이 페이르만을 들여보냈다. 말런이 원톱으로 이동하고, 시몬스가 오른쪽으로 옮기면서 포메이션도 4-3-3으로 바뀌었다.

전체적인 주도권은 잉글랜드에 있었다. 전반 38분 마이누가 밀어주고 포든이 박스 바깥에서 왼발 중거리 슛을 때렸지만 골키퍼가 잡아냈다. 전반은 1-1로 종료됐다.

두 팀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교체를 단행했다. 네덜란드는 말런 대신 바웃 베호르스트, 잉글랜드는 트리피어 대신 루크 쇼를 투입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두 팀의 페이스는 급격히 떨어졌다. 잉글랜드는 후방에서 무의미하게 높은 점유율과 지공으로 인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선 네덜란드가 두 차례 기회를 생산했다. 후반 19분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반 다이크의 슈팅을 픽포드 골키퍼가 막아냈다. 후반 31분 시몬스의 발리슛은 다소 빗맞으면서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잉글랜드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후반 35분 공격의 핵심인 케인, 포든을 불러들이고, 올리 왓킨스와 콜 파머를 넣었다. 용병술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후반 46분 파머가 박스 안으로 패스를 투입했고, 공을 받은 왓킨스가 돌아서며 오른발 슈팅을 시도한 공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잉글랜드는 후반 48분 사카, 마이누 대신 에즈리 콘사, 코너 갤러거를 투입하며 지키기에 돌입했다. 네덜란드는 시몬스, 둠프리스 대신 브라이언 브로비, 조슈아 지르크지를 넣으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잉글랜드 선수들은 환호했다.

잉글랜드, 3년 전 아픔 딛고 첫 우승 꿈 이룰까
 

▲ 2회 연속 유로 결승에 진출한 잉글랜드 ⓒ AFP / 연합뉴스


이번 유로 2024 개막을 앞두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잉글랜드의 졸전은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다. 답답한 빌드업, 공격 창의성 부족, 선수 조합 등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고,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잉글랜드는 승리를 챙겼다. 조별리그를 1승 2무, 2득점으로 통과한 잉글랜드는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벨링엄의 극적인 동점 골, 연장 전반 케인의 역전 결승 골로 간신히 8강에 올랐다. 스위스와의 8강전 역시 질긴 생존 본능을 보여줬다. 선제 실점 이후 사카의 동점 골로 1-1 무승부로 정규 시간을 마친 뒤 연장전과 승부차기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네덜란드는 소리 없이 강한 팀의 전형을 보여줬다.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된 조직력을 뽐내며 4강에 안착했다. 죽음의 D조에서 폴란드전 승리 이후 프랑스와 비기고, 오스트리아에 패하며 조 3위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하는 등 다소 주춤한 행보였다. 그러나 16강 루마니아전 3-0 대승으로 분위기를 바꾼 뒤 8강에서는 돌풍의 튀르키예를 맞아 2-1 역전승을 거두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유로 1988 이후 36년 만에 정상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이날 잉글랜드의 전반전 경기력은 앞선 5경기와 비교해 훌륭했다.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빠른 템포의 공격 전개로 경기를 지배했고, 전반 18분 동점 골로 따라붙었다. 앞서 2경기 연속 연장전으로 인한 체력 저하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몸놀림이 가벼웠다. 네덜란드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잉글랜드에 완전히 밀리며 초반을 제외하고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했다.

후반 들어 경기 양상은 다소 답답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차이는 승부처에서의 한방이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에이스 케인을 교체 아웃 하는 과감한 선택을 내렸는데, 이것이 적중했다. 교체 투입한 파머와 왓킨스가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역전 골을 합작한 것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 탁월한 용병술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꾸며 잉글랜드를 2회 연속 유로 결승 진출로 이끌었다. 또, 왓킨스는 이번 대회에서 케인과 토니에게 밀리며 벤치에 앉는 시간이 많았다. 덴마크전 20분 출장이 전부였던 왓킨스는 중요한 4강전에서 결승 골을 터뜨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잉글랜드가 3년 전 이탈리아에 승부차기로 패배하며 준우승에 그친 한을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로 2024 4강전
(BVB 슈타디온 도르트문트, 독일 도르트문트 - 2024년 7월 11일)
네덜란드 1 - 시몬스 7'
잉글랜드 2 - 케인 (PK) 18' 왓킨스(도움:파머)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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