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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의 새로운 트렌드, 올해는 이곳입니다

[2024 공동리포트 - 국민휴가위원회] 1500년 세월 초월한 여행, 문화유산탐방

등록|2024.07.16 11:55 수정|2024.07.16 11:55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친환경 여행, 도시 탐방,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휴가, 오토바이 여행, 숨겨진 명소 등 다양한 형태의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국민휴가위원회'가 나섭니다. 무더위와 고물가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휴가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편집자말]

▲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과 서오층석탑 ⓒ 박배민


올여름, 해변이나 계곡 대신 '문화유산 탐방'이라는 색다른 휴가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유산 탐방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우리 조상의 삶과 지혜가 담긴 유산을 통해 역사 견문을 넓힐 기회이다. 장엄한 사찰과 1500년 세월을 초월한 고분군을 거닐다 보면 도심 문명에서 벗어나 여백의 미도 한껏 느낄 수 있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문화유산 탐방을 장려하고자 무료 혹은 2000~3000원 수준의 저렴한 입장료로 개방되어 있어 경제적 부담도 적다. 여기에 더해 유명 문화유산은 대부분 공공 해설을 무료로 제공하므로 부담 없이 깊이 있는 탐방을 즐길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필자가 직접 다녀온 문화유산 중 시대(삼국시대, 남북국시대, 근대)와 지역(경상, 전라, 충청)의 다양성을 고려해 ▲ 전남 구례 화엄사 ▲ 경남 가야 고분군 ▲ 전북 군산 근대문화역사거리 ▲ 충남 부여 백제 유적지 등 네 곳을 소개한다. 무더운 여름, 가까운 문화유산으로 떠나보자. 역사와 관광이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전남 구례 화엄사] 다양한 사찰 문화유산을 만나고 싶다면 
 
추천 문화유산 : 각황전, 사사자 삼층석탑, 각황전 앞 석등

추천 코스 : 불이문 → 보제루 → 동서 오층석탑 → 각황전 (법당, 석등) → 원통전 앞 사자탑 → 사사자 삼층석탑

추천 대상 : 한 곳에서 다양한 사찰 문화유산을 만나고 싶은 분, 고즈넉함 속에서 사찰의 장엄함을 느끼고 싶은 분

추천 행사 : 화야몽(사전 신청 필요)
 

▲ 보제루에서 바라본 구례 화엄사 각황전과 서오층석탑 ⓒ 박배민


전라남도 순천시 구례구역에서 읍내를 지나 차로 20여 분을 달리면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화엄사를 만날 수 있다. 화엄사는 754년 신라 황룡사 승려 '연기조사'가 지었다고 알려진 사찰이다. 각황전과 대웅전이 서로 직각 축을 이루고 있어 독특한 사찰 배치를 보인다.

화엄사는 2023년부터 국가유산청과 협약을 맺어 탐방객에게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기 때문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층 지붕을 가진 각황전으로 유명한 화엄사에는 석등, 삼층석탑, 불상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국보만 해도 5개이고 보물도 9개에 달한다.

사찰을 찾는 탐방객들이 법당 외부는 많이 둘러보지만 내부에 들어가기는 주저한다. 참배 공간이기에 예의를 지켜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예절을 어떻게 갖춰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법당 출입 시 도움이 될 몇 가지 팁을 전한다.
 

▲ 보제루 처마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탐방객. 반대편에는 내부 불상을 보존 처리 중인 대웅전이 보인다. ⓒ 박배민


[어간문 출입 금지] 각 전각의 정문으로 보이는 가운데 어간문으로 출입하면 안 된다. 스님만 다닐 수 있는 가운데 문으로 출입하는 건 사찰에 큰 실례가 될 수 있다. 사찰의 큰 법당에는 일반 신도가 드나드는 문을 측면에 마련해 두고 있으므로 이 문을 이용한다.

[합장과 반배]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반배까지 하면 완벽하다.

[참배객 존중] 법당 안에 참배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뒤로 다녀야 한다. 절하는 사람 앞으로 지나다니는 것은 실례이다.

[엄숙한 태도] 법당 내부는 엄숙한 공간이므로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이리저리 촬영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법당 내부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참배객이 없는 틈을 타 촬영하는 것이 적절하다.
 

▲ 화엄사 각황전 뒤 언덕에 있는 사사자 삼층석탑 ⓒ 박배민


화엄사에서는 스님과 함께하는 '화야몽(華夜夢)'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 야간 사찰 탐방을 중심으로 스님과의 차담, 스님의 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7월 20일부터 8월 17일까지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총 4회 진행된다.

참고삼아, 화엄사 대웅전은 불상 보존 처리 관계로 올해 11월까지 출입 불가다.

[경남 가야 고분군] 가벼운 트레킹을 곁들이고 싶다면
 
추천 문화유산 : 함안 말이산 13호 고분 및 13호분 별자리가 표기된 뚜껑돌(함안 박물관), 창녕 송현동 15호 고분 및 순장된 '송현이'(창녕박물관)

추천 코스 : [함안] 아라홍련 → 함안박물관 → 말이산 고분전시관 → 말이산 고분군, [창녕] 창녕박물관 → 교동 고분군 → 화왕산 트레킹 → 송현동 고분군

추천 대상 : 가야가 궁금하신 분, 1500년 전 역사를 느끼며 트레킹하고 싶은 분

추천 행사 : 함안 문화유산 야행(8/30 ~ 9/1)
 

▲ 창녕 교동 고분군에서 야외 전시되고 있는 교동2지구 67호분 내부 모습 ⓒ 박배민


유네스코에 등재된 가야 고분군은 총 7개 지역에 걸친 연속 유산이다. 그중 경상남도 함안 말이산 고분군과 창녕의 교동, 송현동 고분군을 추천한다. 함안은 아라가야, 창녕은 비화가야의 중심지였다. 두 고분군은 승용차로 50분 거리에 있어 함께 방문하면 가야 고분군을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고분군은 모두 박물관이 고분군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두 박물관 가야에 대한 역사는 물론 야외 전시를 통해 무덤 내부를 보여주어 고분군 탐방에 시각적 효과를 더한다.

함안 박물관 앞 마당에는 '아라홍련'이라 불리는 연꽃이 자리하고 있다. 이 연꽃은 함안 성산산성 연못에서 발견된 700여 년 전 고려시대 연못 씨앗의 싹을 틔운 것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아라홍련'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고려시대에도 과거 아라가야(함안) 지역을 홍련으로 기억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라홍련은 7~8월에 꽃을 피우며 해가 본격적으로 뜨기 전인 오전 6~11시 사이에 가장 활짝 핀다.
 

▲ 창녕 교동 고분군 2지구에서 바라본 모습. 소백산맥이 겹겹이 보인다. ⓒ 박배민


창녕 교동, 송현동 고분은 산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눈을 즐겁게 하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고분군 입구에서 화왕산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고분과 함께 뒤로 보이는 소백산맥이 장관을 이룬다. 더위를 이겨내고 언덕 안쪽까지 올라보길 추천한다.

[전북 군산 근대문화역사거리] 근대 건축에 관심이 많다면
 
추천 문화유산 : 군산근대건축관(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추천 코스 : 군산근대건축관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 군산근대미술관 → 군산 히로쓰 가옥

추천 대상 : 근대 건축에 관심 있는 분, 문화유산 야행을 즐기고 싶은 분

추천 행사 : 군산 문화유산 야행(8월 16~17일, 23~24일)
 

▲ 군산근대건축관 2층 내부 파노마라 ⓒ 박배민


근대 유산을 만나고 싶다면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을 추천한다. 군산은 1899년 개항 이후 조선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항구로 활용되어 근대와 일제강점기 관련 근대 유산이 다양하게 남아 있다.

군산 내항과 동백대교 사이에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군산근대건축관, 군산근대미술관이 군집해 있다. 그 가운데 군산근대건축관 관람을 강력히 추천한다. 군산근대건축관은 1923년에 세워진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을 활용하고 있다.
 

▲ ‘군산세관’ 미니어처를 가까이서 본 모습 ⓒ 박배민


건축관 내부의 다양한 미니어처가 군산의 근대 시기 대표 건물들을 재현하고 있다. 2차원 사진 자료와 함께 3차원 미니어처를 통해 당시의 건축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입장료 500원으로 근대 건축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근대 유산을 가까이서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군산은 최고의 여행지가 될 것이다.
 
[충남 부여 백제 유적지] 백제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 문화유산 : 백제금동대향로, 백제무늬벽돌, 부여 능산리사지 석조사리감(이상 국립부여박물관),정림사지 5층석탑(정림사지)

추천 코스 : [시티투어] 부소산성 → 궁남지 → 정림사지 → 점심 식사 → 국립부여박물관 → 백제문화단지

추천 대상 : 백제 문화의 정수를 만나고 싶은 분, 여러 유적지를 편안하게 탐방하고 싶은 분
 

▲ 전시 중인 백제금동대향로의 모습 ⓒ 이인희


무더운 여름, 다양한 문화유산을 편안하게 탐방하고 싶은 분에게는 충청남도 부여군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버스 '여기가 부여다'를 추천한다. 전용 버스를 타고 부여의 주요 유적지인 궁남지, 부소산성, 국립부여박물관, 정림사지, 백제문화단지를 모두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다.

시티투어버스 코스 중 한 곳인 국립백제부여박물관에서는 아무리 바빠도 백제금동대향로, 규암리 금동관음보살입상, 무늬벽돌만큼은 직접 실물을 확인해 보기 바란다. 부여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백제금동대향로는 외부 반출이 극도로 조심스러워 타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오직 국립부여박물관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 박물관 홀에서 천장을 닫고 실감 상영회를 진행 중인 모습 ⓒ 박배민


부여박물관에서는 매일 오전 10시 15분과 오후 1시 15분에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설과 함께하면 박물관 관람이 더욱 풍부해지므로 꼭 참여해 보길 바란다. 또한, 부여박물관에서는 매시 정각 로비에서 실감 상영회를 진행한다. 박물관 천장을 닫아 천장 전체를 활용해 진행되기 때문에 시야 가득히 들어오는 입체영상이 장관이다.

실감 상영회는 '백제금동대향로와 백제문양'이 주제이며 백제금동대향로는 오전 10시, 오후 1시, 3시, 5시에 백제 문양은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에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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