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가득 찬 골프장, 새들에겐 목욕탕이었다
[세종보 천막 소식 72일차] 빼앗긴 '야생의 땅'에 찾아온 봄
"이곳은 야생의 땅이었다."
지난밤에 폭우가 쏟아지고 둔치에 순식간에 차오르는 물을 피해 대피하는 손톱 만 한 작은 곤충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그라운드 골프장으로 이용되던 곳에 물이 찼다 빠지자, 초록의 인조잔디 위에 있는 새들이 종종 거리며 자신의 땅인양 먹이를 찾고 목욕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느꼈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는 생각보다 순식간이었다. 사람은 절대로 채울 수 없는 금강의 물을 자연은 정말이지 찰나에 채워냈다. 천막농성장에서 나는 자연의 두려움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여러 가지로 준비를 해놓은 탓에 농성장의 재난안전본부는 좀 더 높은 곳으로 옮겼다. 충분히 현장을 지킬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연의 생물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미물로 여기는 곤충은 담수를 피해 육지로 대이동을 벌였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쏟아져 나오는 곤충들은 물불을 가릴 틈이 없어 보였다. 같은 이재민 신세가 된 곤충들은 심지어 옮기고 있는 우리들의 몸에 수십마리가 함께 붙어 이동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곤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홍수에 대피하는 곤충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 침수를 피하지 못하고 수장된 동물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자연과 사람의 공존의 땅
지난밤 세종, 금산, 대전지역에 온 폭으로 천막농성장은 그야말로 물바다가 돼 갔다. 10시께가 되자 재난안전본부를 차렸던 곳까지 물이 차올랐고 긴급하게 대피했다. 빠르게 차오른 물은 농성장의 옆집 그라운드 골프장을 가득 채웠다.
9일 같은 이재민 신세로 함께 이사를 했던 어르신들도 함께 걱정하며 물을 지켜봤다. 골프장을 지켜내신 어르신들은 어제 함께 옮긴 집기들이 떠내려 가지 않도록 밧줄을 이용해 묶어 내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생물의 신세가 다르지 않았다. 이미 이곳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존의 땅이 돼 있었다.
세종시에서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2시에 대청호 방류량을 1300cms에서 2000cms로 상향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라운드 골프장을 가득 채운 상황에서 추가 방류는 수위를 더 높일 수도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 어르신들과 물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폈다.
다행이 대청호를 방류한다는 2시경부터 수위는 천천히 내려갔다. 물이 불어나는 속도보다 느린 것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6시께가 되자 그라운드 골프장 모두가 다시 초록색을 드러냈다.
물이 빠지자 2단계 재난안전본부가 있던 자리에 흰뺨검둥오리가 찾아왔다. 새끼 3마리를 대동하고 나타나 뒤뚱뒤뚱 걸으며 이동했다.
재난안전본부가 있던 땅은 누구의 것이 되지 않고, 이용하는 생물이 땅이었다. 생명의 땅을 우리가 잠시 빌려 쓴 것뿐이었다.
그라운드 골프장도 구석에 고인 물에는 새들이 찾아왔다. 알락할미새와 까치는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매일 목욕하는 새들에게 그라운드 골프장에 고인 물은 갑작스럽게 생긴 노천탕이 됐다.
그라운드 골프장 옆에 자리 잡은 3단계 재난안전본부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 목욕을 즐기는 것이다. 불어난 물 때문인지 자연은 더 가깝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70여 일 간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인조잔디에 작게 고여 빠져 나가지 못한 물에는 미꾸라지 어린 개체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물길을 잘 찾아 다시 강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혹시나 종개는 아닌지 동정을 요청했지만 역시 미꾸라지라는 답을 받았다. 어릴 적 비가 오면 작은 도랑으로 나가 족대질하며 미꾸라지를 잡던 생각이 났다. 30년이 지났지만 자연의 페턴은 변하지 않았다.
미처 대비에 실패한 곤충들이 물에 떠다니며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무사히 대피한 곤충들은 사람의 머리와 팔과 다리에 붙어 다니며 존재를 입증하고 있었지만, 대피에 실패한 곤충들은 죽음의 문턱에 있는 것이다. 야생의 땅에서는 삶과 죽음의 문턱이 매일 같이 일어나는 일인 것을 실감하게 한다. 자연의 위험 앞에 생물들의 처절한 삶이 이어지는 것이다.
세종보 담수는 '죽음의 땅'
세종보의 담수는 야생의 땅의 절반을 죽음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장맛비로 가득들어온 거센 물결을 보며 느꼈다. 물에 잠기자 대피해온 새와 곤충, 그리고 미꾸라지, 그리고 미처 관찰하지 못한 많은 생명들의 땅에도 홍수는 심각한 위험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물들에게 담수는 죽음의 공간이 늘어나고 생명의 공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세종보와 공주보가 개방되고 다시 돌아왔던 많은 생물들을 확인 했다. 생명의 땅이 넓어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잠깐의 홍수에도 혼비백산한 곤충과 물에 가두어진 미꾸리자, 불안함을 가지고 사람과 가까워진 새들이 있었다. 담수는 이 모든 것을 일상화하는 일이다. 생명의 땅을 빼앗긴 모습이 담수된 금강의 모습인 것이다.
강이 호수가 되면 강이 생명은 사라지는 것이다. 세종보 담수로 빼앗긴 들이 완전개방으로 봄이 왔던 것이다. 다시 들을 빼앗아 가는 일을 더는 지켜보지 않을 작정이다.
탄력운영이라는 말은 생명들에게는 더 끔찍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담수와 개방을 통해 생명의 땅을 빼앗았다가, 돌려주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담수 때마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 될 뿐이다. 탄력운영은 생명경시의 다른 이름이며 죽음을 의미한다.
홍수만을 가중시키는 세종보와 공주보의 담수는 생명을 땅을 빼앗는 일일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목적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탄력운영의 자신감을 가졌다는 환경부는 이런 사실을 더 직시해야 하는 부서이지만, 생명에 대한 배려는 없다. 담수로 사라질 멸종위기종에 대한 대책들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빼앗긴 생명의 들에 찾아온 봄을 우리는 농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지킬 것이며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밤에 폭우가 쏟아지고 둔치에 순식간에 차오르는 물을 피해 대피하는 손톱 만 한 작은 곤충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그라운드 골프장으로 이용되던 곳에 물이 찼다 빠지자, 초록의 인조잔디 위에 있는 새들이 종종 거리며 자신의 땅인양 먹이를 찾고 목욕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느꼈다.
자연의 생물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미물로 여기는 곤충은 담수를 피해 육지로 대이동을 벌였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쏟아져 나오는 곤충들은 물불을 가릴 틈이 없어 보였다. 같은 이재민 신세가 된 곤충들은 심지어 옮기고 있는 우리들의 몸에 수십마리가 함께 붙어 이동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곤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홍수에 대피하는 곤충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 침수를 피하지 못하고 수장된 동물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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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충들이 이동하는 모습물이차오르자 곤충들이 대피중이다 ⓒ 이경호
자연과 사람의 공존의 땅
지난밤 세종, 금산, 대전지역에 온 폭으로 천막농성장은 그야말로 물바다가 돼 갔다. 10시께가 되자 재난안전본부를 차렸던 곳까지 물이 차올랐고 긴급하게 대피했다. 빠르게 차오른 물은 농성장의 옆집 그라운드 골프장을 가득 채웠다.
9일 같은 이재민 신세로 함께 이사를 했던 어르신들도 함께 걱정하며 물을 지켜봤다. 골프장을 지켜내신 어르신들은 어제 함께 옮긴 집기들이 떠내려 가지 않도록 밧줄을 이용해 묶어 내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생물의 신세가 다르지 않았다. 이미 이곳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존의 땅이 돼 있었다.
▲ 그라운드골프장의 이사물품인 깃발과 멸종위기종 서식처 현수막의 공존 ⓒ 이경호
세종시에서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2시에 대청호 방류량을 1300cms에서 2000cms로 상향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라운드 골프장을 가득 채운 상황에서 추가 방류는 수위를 더 높일 수도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 어르신들과 물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폈다.
다행이 대청호를 방류한다는 2시경부터 수위는 천천히 내려갔다. 물이 불어나는 속도보다 느린 것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6시께가 되자 그라운드 골프장 모두가 다시 초록색을 드러냈다.
▲ 물이 빠저나간 그라운드골프장의 펄과 웅덩이 모습 ⓒ 이경호
물이 빠지자 2단계 재난안전본부가 있던 자리에 흰뺨검둥오리가 찾아왔다. 새끼 3마리를 대동하고 나타나 뒤뚱뒤뚱 걸으며 이동했다.
재난안전본부가 있던 땅은 누구의 것이 되지 않고, 이용하는 생물이 땅이었다. 생명의 땅을 우리가 잠시 빌려 쓴 것뿐이었다.
▲ 2단계 긴금재안안전본부에 찾아온 흰뺨검둥오리와 새끼들 ⓒ 이경호
그라운드 골프장도 구석에 고인 물에는 새들이 찾아왔다. 알락할미새와 까치는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매일 목욕하는 새들에게 그라운드 골프장에 고인 물은 갑작스럽게 생긴 노천탕이 됐다.
그라운드 골프장 옆에 자리 잡은 3단계 재난안전본부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 목욕을 즐기는 것이다. 불어난 물 때문인지 자연은 더 가깝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70여 일 간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 할미새가 가까이 까지 접근해오고 있다. ⓒ 이경호
▲ 목욕하는 까치이 모습 ⓒ 이경호
인조잔디에 작게 고여 빠져 나가지 못한 물에는 미꾸라지 어린 개체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물길을 잘 찾아 다시 강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혹시나 종개는 아닌지 동정을 요청했지만 역시 미꾸라지라는 답을 받았다. 어릴 적 비가 오면 작은 도랑으로 나가 족대질하며 미꾸라지를 잡던 생각이 났다. 30년이 지났지만 자연의 페턴은 변하지 않았다.
미처 대비에 실패한 곤충들이 물에 떠다니며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무사히 대피한 곤충들은 사람의 머리와 팔과 다리에 붙어 다니며 존재를 입증하고 있었지만, 대피에 실패한 곤충들은 죽음의 문턱에 있는 것이다. 야생의 땅에서는 삶과 죽음의 문턱이 매일 같이 일어나는 일인 것을 실감하게 한다. 자연의 위험 앞에 생물들의 처절한 삶이 이어지는 것이다.
세종보 담수는 '죽음의 땅'
세종보의 담수는 야생의 땅의 절반을 죽음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장맛비로 가득들어온 거센 물결을 보며 느꼈다. 물에 잠기자 대피해온 새와 곤충, 그리고 미꾸라지, 그리고 미처 관찰하지 못한 많은 생명들의 땅에도 홍수는 심각한 위험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물들에게 담수는 죽음의 공간이 늘어나고 생명의 공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세종보와 공주보가 개방되고 다시 돌아왔던 많은 생물들을 확인 했다. 생명의 땅이 넓어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잠깐의 홍수에도 혼비백산한 곤충과 물에 가두어진 미꾸리자, 불안함을 가지고 사람과 가까워진 새들이 있었다. 담수는 이 모든 것을 일상화하는 일이다. 생명의 땅을 빼앗긴 모습이 담수된 금강의 모습인 것이다.
강이 호수가 되면 강이 생명은 사라지는 것이다. 세종보 담수로 빼앗긴 들이 완전개방으로 봄이 왔던 것이다. 다시 들을 빼앗아 가는 일을 더는 지켜보지 않을 작정이다.
▲ 골프장에서 대피에 실패한 곤충의 모습 ⓒ 이경호
▲ 그라운드 골프자에 갇힌 미꾸라지 ⓒ 이경호
탄력운영이라는 말은 생명들에게는 더 끔찍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담수와 개방을 통해 생명의 땅을 빼앗았다가, 돌려주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담수 때마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 될 뿐이다. 탄력운영은 생명경시의 다른 이름이며 죽음을 의미한다.
홍수만을 가중시키는 세종보와 공주보의 담수는 생명을 땅을 빼앗는 일일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목적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탄력운영의 자신감을 가졌다는 환경부는 이런 사실을 더 직시해야 하는 부서이지만, 생명에 대한 배려는 없다. 담수로 사라질 멸종위기종에 대한 대책들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빼앗긴 생명의 들에 찾아온 봄을 우리는 농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지킬 것이며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 야구장에 찾아온 꿩 장끼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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