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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지사 앞 일회용컵, 민망해진 '국무총리 훈령'

도청사 플라스틱컵 등 반입제한인데... 사진 올린 공무원 "몰랐다, 도지사는 관련 없다" 해명

등록|2024.07.12 11:59 수정|2024.07.12 11:59

▲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충북도청 공무원이 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각자의 자리에 일회용 테이크아웃 커피잔이 놓여 있다. 충북도는 국무총리 훈령과 자체 조례에 따라 직원들에게 일회용기와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용기에 담긴 음료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 충북인뉴스

▲ 김영환 충북지사 앞에 놓인 종이컵과 음료 페트병. 충북도는 국무총리 훈령과 자체 조례에 따라 도 청사에 해당 물품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 충북인뉴스


두 장의 사진 앞에서 국무총리 훈령(공공기관 일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과 '충청북도 일회용품 사용 저감 조례'가 민망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1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김영환 충북도지사(국민의힘)의 회의 사진에는 다수의 일회용품이 포착됐다.

충북도의 '일회용품 사용 저감 조례'에 따르면 도지사에게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책무가 주어져 있다. 세부적으로 도지사는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실내‧외 행사 및 회의에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안전 및 재난 상황 등으로 도지사가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다.

김영환 도지사는 평소 종이컵 등 일회용품 줄이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4월 8일 충북도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직원들에게 페이퍼리스와 종이컵 줄이기에 솔선수범 해줄 것을 당부했다.

도지사와 직원들 앞에 놓인 종이컵과 일회용 컵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11일 충북도청 한 간부공무원은 소셜미디어에 김영환 도지사가 참여해 회의를 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 공무원은 "충북도청 옥상은 (그동안) 골초 직원들의 아지트로 사용되는 버려진 공간이었다"며 "이런 공간을 옥상정원으로 만들어 도민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주에 개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옥상에는) 아담한 회의공간도 있는데 이 자리에서 도지사, 도청직원들이 혁신을 주제로 함께 토론시간도 가졌다"라고 설명했다.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에는 김영환 지사 앞에 일회용기에 담긴 커피가 놓여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도지사를 포함해 직원들이 앉은 테이블에 종이컵이 각각 놓여 있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린 해당 공무원은 12일 <충북인뉴스>와의 통화에서 "도청사에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커피잔 반입이 제한되는지 전혀 몰랐다"며 "종이컵도 사용이 제한되는 것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직원이 외부에서 커피를 가져온 것으로 김영환 지사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일반 공무원은 테이크아웃잔 반입금지인데...
 

▲ ⓒ 충북인뉴스


충북도에 따르면, 도 청사에는 페트병에 담긴 물과 음료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테이크아웃 커피잔 등의 반입이 제한되고 있다. 직원들이 외부에서 커피를 구매해 청사에 들어오려면 다회용기에 담아 들어와야 한다.

이는 2021년 정부가 발표한 국무총리 훈령 (제829호) '공공기관 일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과 충북도 자체 조례에 따른 것이다.

충북도는 일회용품 반입제한 및 저감 계획에 따라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부서별 평가까지 시행하고 있다. 국무총리 훈령은 행정규칙의 성격을 갖고 이를 위반하면 징계도 가능하다.

간부 공무원이 무심코 올린 사진들. 김영환 지사 앞에 놓여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잔과 종이컵 앞에 충북도 자체 조례도, 국무총리 훈령도 민망하게 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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