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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국립대 방지법'이 필요하다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11] 국립대 통폐합, 지역 주민 의견 듣는 고등교육법 개정 필요

등록|2024.07.13 15:03 수정|2024.07.13 15:03
현 정부의 글로컬 대학 정책으로 지난해에만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충북대와 교통대, 안동대와 경북도립대, 부산대와 부산교대 등 8개 국공립대학이 통합을 확정했다.

올해에도 춘천교대가 강원대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고 충남대와 한밭대, 창원대와 경남도립대 2곳(도립 남해대, 도립 거창대), 목포대와 전남도립대가 대학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대는 대학 구성원의 거센 반발로 금오공대와 통합 추진이 멈췄고,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도 글로컬 대학 탈락으로 통합 움직임이 멈췄지만, 이들 대학도 언제든 통합 재추진이 가능하다.

역대 정부의 국립대 통폐합 유도 결과 2000년 이후 지난 24년간 18개(4개 대학은 통합 진행 중)의 국공립대가 흡수 통합되어 사라졌고, 이 중 거점국립대에 흡수된 국립대는 7개나 된다. 지난해에도 8개 국립대가 통합을 확정했고 이 중 3개 대학이 거점대와 통합된다.
 

▲ [표] 2000년 이후 국공립대 통폐합 현황(통합 예정 대학 포함) ⓒ 김일곤


글로컬 정책은 재정이 열악한 대학 입장에서 정부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정부 정책에 맞게 줄 세우기하는 나쁜 대학 정책이자 지방대 구조조정 정책이지만, 5년간 대학에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유혹에 올해도 여러 국공립대학이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국립대를 세금을 들여 지역 곳곳에 세운 이유는 지역 인재를 양성·배출하고 해당 지역, 지역민과 대학이 함께 성장해서 국토의 고른 발전을 유도하는 지역 균형 발전의 숨은 뜻도 있다. 현재는 정부 정책으로 대학들이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해당 대학 구성원의 의견만 묻고 대학이 소재한 지역 시민의 의견은 전혀 듣지 않고 있다.

글로컬 사업 반대 범시민 규탄 대회도

지난해 대학 통합을 확정한 8개 국립대의 경우 교수, 직원, 학생을 대상으로 통합 찬반을 물어 압도적인 찬성을 보였지만 지역의 민심은 달랐다.

지난해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어 2026년 강릉원주대와 통합을 앞둔 강원대는 이 대학 삼척캠퍼스 총동문회를 중심으로 통합 반대 움직임이 있다. 강원대 삼척캠퍼스 총동문회는 지난해 9월 "강원대 글로컬 사업 반대 범시민 규탄 대회"를 열기도 했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지난해 통합을 확정하고 2025년 '국립경국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해 새롭게 출범한다. 하지만 안동시의회는 지난 5월 안동의 정체성을 담은 통합 대학 교명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안동대 총동문회도 같은 이유로 교육부에 경북도립대와의 통합 반대 의견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2027년 충북대와 통합을 확정한 한국교통대는 올해 초 충주시 의회 의장, 총선 출마 예비 후보 등 지역 정가를 중심으로 교통대가 충북대에 흡수 통합되어 사라질 거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조길형 충주시장도 지난 4월 교통대로부터 충북대와의 통합 추진 경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교통대의 흡수 통폐합 우려를 전달했다.

지역 정가와 충주 시민의 우려가 커지자 교통대는 지난 6월 충주, 의왕, 증평 캠퍼스별 지역주민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사후 약방문이다. 설명회 개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대학 통합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대학 통합 지원을 호소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렇듯 통합을 확정한 일부 대학이 지역주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여는 등 대학 통합 설명회를 하고 있지만, 공청회 시민 참여는 저조하다.

학령인구(대학 입학자원) 감소에 따라 16년 뒤인 2040년 지역별 대학 생존율은 서울, 경기, 인천만 생존율이 70%를 넘고 나머지 지역은 절반 이상 대학이 없어진다는 통계가 있다. 국가의 고등교육재정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 더 많은 국립대가 통폐합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시민 의견 반영되지 않는 대학 통폐합

국립대는 국가가 설립한 대학이고 흔히 대학의 3주체를 교수, 직원, 학생이라고 하지만, 지역 균형 발전 개념으로 지역 중소도시 곳곳에 국립대학을 설치한 의미로 보면 지역주민도 대학의 주체에 포함된다.

대학은 교수, 직원, 학생의 소유가 아니다.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는 시민의 것이자, 해당 지역과 지역 시민이 대학 구성원과 함께 운영하는 공공재이다. 최근 들어 국립대 통폐합 추진이 한창이지만, 국가의 세금과 지역주민의 관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립대 통폐합 논의에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는 대학은 없다.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진 요즘, 지역에서 대학의 존재는 지역 인구 구성과 지역 경제적 측면에서도 절대적이다. 지역에서 국립대의 존재는 지역의 흥망성쇠까지 가를 수 있지만, 국립대 통폐합 논의에 지역주민은 철저히 소외된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많은 국립대가 통폐합을 했지만, 지역 시민의 의견을 제대로 들은 때는 없었다. 대학 통폐합 확정 후 형식적인 의견 청취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통폐합을 확정한 부산대와 부산교대, 충북대와 교통대,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를 비롯해 올해 통폐합을 추진 중인 많은 대학 역시 지역 시민의 의견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국립대는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국가 주도로 안동, 충주, 삼척, 강릉, 원주, 군산, 춘천, 청주 등 지역 곳곳의 중소도시에 설립한 대학이다. 그동안 국립대학 운영과 발전에 해당 지역과 시민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위치에 도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이 없어질 수도 있는 대학 통폐합이라는 중차대한 일에 지역 시민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 지역에서 대학이 사라진다면 지역 공동체가 커다란 타격을 받기에 국립대를 통폐합할 경우 반드시 지역 시민의 의견을 듣도록 고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

고등교육법 4조(학교의 설립 등)에 4항을 신설해 국공립대 통폐합 때 해당 지역 지자체와 시군구 의회, 대학이 공동 주관해 공청회를 꼭 열어 시민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지자체와 시군구 의회의 대학 통폐합 의견서를 반드시 첨부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민(지역주민)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는 지금의 국립대 통합 논의는 첫걸음부터 잘못됐다. 22대 국회 교육위는 국립대 통폐합 확정 전에 반드시 해당 지역 시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도록 관련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만 지역과 지역 시민을 찾고, 정작 대학 통폐합 과정에서는 지역 시민의 의견을 묻지 않는 '먹튀 국립대 방지법'이 필요하다.

[기획 /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① 기형적인 국공립대와 사립대 비율 http://omn.kr/1nzkj
② 고등교육 공교육비 84% 민간 재원, 정부 재원은 16%에 불과http://omn.kr/1o2ia
③ 국립대 운영, 국가 아닌 '학부모 주머니'에서 시작된다 http://omn.kr/1o7pn
④ 왜 대학에 추가로 지원하냐고요? 이 법이 말합니다 http://omn.kr/1oa36
⑤ 국립대 역할과 사회적 책임,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http://omn.kr/1ocpj
⑥ 대학이 많아 학생이 없다? 사실이 아닙니다 http://omn.kr/1ofes
⑦ 비민주적 국립대 총장 선거... 1인1표제가 진정한 직선제 http://omn.kr/1ohox
⑧ 사학 비리 몰아내려면 '들러리' 대학평의원회 바꿔야 http://omn.kr/1ol42
⑨ 사립대 이사회 '대학 구성원 이사' 의무 포함 필요 https://omn.kr/1zou8
⑩ 사립대 감사제도 바꿔야 한다. https://omn.kr/294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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