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출신 이주민 자녀는 한국과 몽골 이어줄 희망"
[인터뷰] 몽골나무아동가족센터 우레 설립자
▲ 지난 4월 고양시에 몽골나무아동가족센터를 개원한 우레 설립자는 한국인과 몽골 미등록 이주민 사이의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김영의
"몽골 출신 아동.청소년이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맞벌이와 미등록 이주민으로 살며 발생하는 다양한 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몽골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믿어요."
몽골나무아동가족센터 우레(41) 설립자는 가족이 있는 몽골 대신 한국 사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놓여 있는 몽골 이주민을 위해 한국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연세대 박사과정 중 몽골 출신 유학생들과 NGO 활동
우레 설립자는 2015년 한국 정부 장학생으로 들어와 연세대학원 심리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몽골국립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싸워주는 것을 좋아했는데 심리학과 맞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녀는 "'죽을 만큼 힘들다'는 한국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박사 과정 중에도 한국에서 IT, 교육, 심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몽골 출신 유학생들이 함께하는 비정부단체(NGO) 'Z몽골이주연구협회'를 2019년 3월 설립하는 등 몽골인 이주민을 위한 활동은 쉼 없이 이어졌다.
"몽골 유학생들의 논문을 모아 몽골에 보내기도 하고, 한국 내 몽골 친구들과 학술대회, 봉사활동 등 여러 활동을 했어요. 저 역시 커뮤니티 안에서 박사 과정을 준비하며 겪는 정신적인 어려움 등에 도움을 받았죠."
몽골 미등록 이주민 격차 해소 위해 노력
우레 설립자는 2023년 졸업 후 아이들과 가족이 있는 몽골로 바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미등록 이주아동과 부모의 심리상담 등을 하며 한국에서 자녀 교육, 가족문제 등에 어려움을 겪는 몽골 출신 이주민들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양대학교 이창호 교수의 제안으로 연구에 참여한 것도 한국에 머물게 된 이유다.
"몽골인은 1990년대부터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살고,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등 우리만의 역사는 연구되지 못한 채 사라져가고 있어요."
우레 설립자는 "몽골 출신 미등록 이주민이 공적 영역에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거주국 사회인 한국의 인정이 우선돼야 한다. 몽골 역시 해외 이주 국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를 비롯한 한국에서 교육받은 몽골 출신 지식인들이 미등록 이주민을 도우며 한국과 몽골 미등록 이주민 사이에 놓인 다양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4월 고양시에 몽골나무아동가족센터 개원
우레 설립자는 지난 4월 고양시에서 몽골나무아동가족센터를 개원했다. 센터에서는 현재 몽골 출신 이주민과 자녀를 대상으로 어학교육, 상호문화교육, 문화체험 프로그램, 부모교육, 개인 발달교육, 심리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 등 한국 사회 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몽골에서 10여 년간 비영리단체를 운영한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다.
"지난해 12월 공간을 얻어 겨울방학 때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몽골어 수업에 23명이 신청할 만큼 관심이 높았어요. 올해는 영어 교실과 한국어 교실도 시작했어요."
한국어 교실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 학습을 통해 한국 사회 통합을 끌어내기 위해 아동·성인, 이주 배경 중도 입국 자녀 대상으로 운영된다. 모국 문화의 자긍심을 갖도록 아동 대상 몽골어와 몽골문화 교육도 진행된다. 글로벌 사회에 맞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영어 교육도 마련했으며, 부모·아동 대상 심리 상담도 이뤄진다.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 집에서 한국어만 사용하게 하는 가정도 있고, 맞벌이하다 보니 자녀 교육 등에 어려움이 있어 방황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래서 센터에서 몽골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소통하는 과정은 중요해요."
아동·청소년 중심으로 미등록 이주민의 가족 문제 해결
▲ 몽골나무아동가족센터는 아동.청소년 중심으로 미등록 이주민의 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김영의 기자
우레 설립자는 "몽골 출신 미등록 이주민들과 아동·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몽골나무아동가족센터는 NGO 단체, 몽골의 기관과 대학 등의 지원을 받아 개원했지만, 우레 설립자 자비로 혼자 운영하다 보니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도, 어려움도 많다.
우레 설립자는 "주위에서 지원·지지해 주시는 이들이 있고,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님이 관심을 갖고 한국어 기초학습반을 지원해 주시는 등 큰 도움을 주시고 있다. 아직은 운영부터 경제적인 부분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힘들지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지금 한국 사회에 있는 몽골 출신 아동·청소년들이 몽골과 한국의 미래를 이어줄 희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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