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혜경 '포괄적 진술거부' 보장... 피고인 신문 시작도 못하고 끝
[공판 현장] "진술거부권이 신문권보다 상위"... 검찰 "실체적 진실 드러낼 방법이 없다" 반발
▲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4.22 ⓒ 연합뉴스
15일 열린 김혜경(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씨 공판에서 예정됐던 피고인 신문이 전면적으로 생략됐다. 김씨 측이 포괄적인 진술거부권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보장한 결과다.
과거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검사 등이 준비한 모든 질문을 하고 피고인이 일일이 거부하는 방식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면적인 진술거부권을 재판부가 받아들여 신문 자체가 무산된 건 이례적이다. 김씨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 당시 식사비 10만4000원을 제공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과 변호인 사이 오간 긴 공방을 지켜본 재판부는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형사소송법) 296조 2(피고인신문)에 의거, 검사는 피고인에게 신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항보다 283조 2에서 규정한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에 대한 효력이 상위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개의 조문으로 합쳐져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두 가지 이익이 충돌할 때는 진술거부권이 우선한다. 진술을 포괄적으로 거부할 권리가 피고인에게 있고, 그 경우에는 피고인 신문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재판장인 박 부장판사는 검사들을 향해 "신문 준비하느라 엄청 고생했을 텐데 저희도 오늘 새로운 쟁점이 생겨서 뒤늦게 검토를 하다 보니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양해를 부탁드린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석에 앉은 김씨를 향해 "직접 확인하겠다"면서 물었다.
"개개의 진술뿐 아니라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는가."
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답했다.
검사석에 앉은 검사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검찰은 "앞으로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면 실체적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떤 근거에 의해 부인을 하는지 이를 추궁할 수 없다"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이 부분(검찰의 주장)은 조서상 정리하겠다"라고 답하며 반발을 제지했다.
결국 예고됐던 피고인 신문은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부 "사건 추상적... 검찰 주장 선명해야"
이날 공판은 오전부터 검찰 측이 몰리는 분위기였다. 피고인 신문에 앞서 진행된 서증조사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제시 방식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을 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 사건은 추상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간접사실에 대한 논리적 구조가 입증이 돼야 유죄가 된다. 특히 이 사건은 식당에서 밥값을 결제하는 그런 것이라 거기에 맞는 경험칙과 논리가 제공돼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찰의) 주장이 선명하게 정리됐는지 모르겠다."
이에 검찰은 "다른 카드(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용 건에 있어서 조사를 앞두고 있어서 법정에 있는 피고인 앞에서 말하기 어려움이 있다"며 "재판부에서 궁금한 것은 의견서로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에서) 수사과정이라서 말을 못한다 하는데, 저희도 궁금하니 계속 묻는 것"이라면서 "증거 부분이 아닌 논리와 경험칙 부분이다. 이 부분을 (검찰이) 말해줘야 변호사가 방어를 할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김씨의 혐의와 직접 연관되는 2021년 8월 2일 상황을 언급하며 "경기도 법인카드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이던) 배아무개씨 사이에 카드 사용에 관한 연결 가능성이 있었다는 말인데, (검찰은) 그게 피고인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직접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 않냐"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중인 2021년 8월 2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민주당 관련 인사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수행팀장 등 6명의 식사비 10만 4000원을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가 배씨와 공모해 경기도 법인카드로 이들의 음식값을 결제했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 전직 사무관 배씨는 이미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상황이다. 배씨는 재판 과정에서 관련 공소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배씨는 "10만4천원 식대 결제와 관련해서는 김씨와 논의를 한 적이 없다"라고 법정 진술했다. 김씨는 혐의에 대해 전면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김씨 1심 변론은 25일 종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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