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과 급경사, 대륙의 기상 뽐내는 '대흑산'에 올랐다
[중국 다롄 여행기-2] 스카이 산악회와 함께한 다롄 여행
▲ 다렌 대흑산. 산의 형상이 뫼산(山 자를 닮았다. 검은 색 수채물감으로 그렸다. ⓒ 오창환
중국 다롄 여행 두 번째 날이다(관련 기사: 중국 다롄에서 '광장무'를 그렸습니다 https://omn.kr/29fsq ).
둘째 날에는 다롄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금주구(金州區) 있는 대흑산(大黑山)에 오르기로 했다. 대흑산은 주봉이 해발 663.1m로 다롄 근처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고. 면적은 20.81 ㎢다. 산의 형세가 글자 '山(산)'과 유사한 모양이다. 산석이 대부분 옅은 검은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대흑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대흑산은 다롄 고대 문화의 발상지이고 중국의 역사와 문명을 전파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북위 39도의 독특한 위치와 사계절이 뚜렷한 해양성 기후로 웅장하고 수려한 자연경관이 만들어졌다.
대흑산에 오르면 양해사만(兩海四灣), 즉 황해, 발해와 진저무만, 다아오만, 사오이오만, 대련만을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독특한 경관지역이 어우러져 '요남제일산'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요녕의 알프스'라고도 불린다.
대흑산은 고구려 시대 비사성이 있던 곳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은 곳이다.
설렁설렁 등산, 쉬운 줄만 알았는데
오전 10시에 대흑산 입구로 산악회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약 30여 명이다. 정식 등산로 출입구 쪽은 입장료를 내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지 않는 반대쪽 도로를 따라 걷다가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나는 오랜만에 하는 중국 여행이라 시내 스케치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산악회 초청이라 등산을 마다할 수는 없었고, '이번 등산은 별로 험하지 않은 곳이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는 말에 산행을 따라나섰다.
처음에는 별로 높지 않은 산을 설렁설렁 걸어가는 것이라 별로 힘든 줄을 몰랐다. 다롄에서 유명한 체리며 복숭아들을 나눠먹느라 너무 자주 쉬어서, 속으로 '등반하다 땀이 식으면 더 힘든데, 여기서는 이렇게 쉬엄쉬엄 가는구나'라고만 생각했다.
▲ 대흑산 중간부터는 가파른 능선이 이어진다. 오른쪽 사진은 정상부근에 있는 통신시설 일부다. ⓒ 오창환
하지만 중간부터는 갑자기 급경사가 나왔다. 더구나 좁고 가파른 암벽을 거의 기다시피 올라가야 했다. 보호 난간이나 밧줄도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등산로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구간이 계속 나온다. 등산가들 말 중에 '이번 등반은 쉬운 코스다'라는 말과 등반도중에 '이제 거의 다 왔다'라는 말은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래도 오르고 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 도착했다. 다만 날이 흐려서 멀리 까지는 볼 수 없었다.
정상 부근에는 거대한 통신 시설이 있는데,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에 나오는 시설처럼 보인다. 정상에 올라가서 사진도 많이 찍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하산 길은 매표소 쪽으로 향했는데, 등산로가 모두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가 올라온 코스가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석고사(石鼓寺)라는 불교 사찰이 있는데 모시는 신들이 도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했다. 삼국지의 제갈공명도 모시고 있었다.
매표소 쪽으로 내려오니 과연 대흑산의 뫼산자(山) 형상을 볼 수 있었다. 오후 3시쯤 하산을 완료했다. 스카이 산악회원들과는 언어 차이로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같이 산을 오르고 내리니 무척 가까워진 것 같았다.
우리는 '이~얼~싼~ 치에즈'를 다같이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해산했다.
▲ 매표소쪽 입구에서 바라본 대흑산 전경. 암벽이 많은 가파른 산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 오창환
뒤풀이로 우리 일행 세 명과 산악회원 등 20여 명이 근처 식당으로 갔다. 중국 식당에서 개인 식기로 접시와 작은 공기 그리고 물컵이 나오는데, 특이하게도 큰 식당이나 작은 식당 모두 개인 식기가 포장된 상태로 나온다.
그러니까, 다롄의 식당 대부분은 설거지를 하지 않고 설거지 공장에서 그릇을 수거해 가서 세척 후에 포장해서 갖다 주는 시스템이다. 그런 시스템이 특이하게 생각돼서 산악회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덕분에 그릇이 많이 깨끗해졌다고 한다.
▲ 다롄 식당에서 포장된 상태로 나오는 개인 식기. 오른쪽 포장 안에도 접시 그릇 컵이 들어있다. ⓒ 오창환
예전에 중국에 오면, 손님에게 술을 얼마나 먹이는지 그 독한 바이주(白酒)를 끝도 없이 마셔야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와보니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술을 즐기기는 하되 강권하는 분위기는 없어져 있었다.
계산도 매우 간편해져서, 식사 자리가 끝나자 총무가 QR코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각자 QR코드 그걸 찍는 것으로 계산을 끝낸다. 아주 심플하고 합리적인 계산 방식이다.
모든 문화가 합리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단지 아쉬운 점은 하나였는데, 중국 문화상 사람에 비해 너무 많은 음식을 시켜서 음식을 많이 남기는 점이 아까웠다.
이번 여행에서는 등산이 위주가 됐고, 안중근 의사가 계셨다는 뤼순 감옥 등 문화적인 장소는 많이 들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런 장소들은 다음 기회로 미룬 채, 이렇게 대련 사람들과의 아쉬운 만남을 마쳤다. 그들이 한국에 오면 우리도 또 그렇게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 다롄을 떠나는 날 아침. 조식을 먹은 뒤 로비에 앉아 호텔 편지지에 호텔 로비를 그렸다. 그 위 나중에 비행기 티켓도 붙였다. 그림 속의 저 여인은 어떤 여행을 하고 호텔을 나서는 걸까?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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