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숙소 에어컨에 대한 껄끄러운 진실
[2024 공동리포트 - 국민휴가위원회] '불편한' 친환경 여행을 하는 법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친환경 여행, 도시 탐방,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휴가, 오토바이 여행, 숨겨진 명소 등 다양한 형태의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국민휴가위원회'가 나섭니다. 무더위와 고물가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휴가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편집자말]
▲ 휴가철 숙소에 있는 에어컨, 펑펑 써도 괜찮을까? ⓒ freebie.photography
'불편해지자'는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친환경 여행이라니! 기후를 생각할 줄 아는 성찰적 트렌드 같지만, 결국엔 불편하고 번거롭게 지내자는 거 아니냐는 대꾸를 들을 것만 같다.
녹색연합 활동가가 된 이후 달라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글쎄, 진짜 달라진 것인지, 여전히 다짐에 불과한 것인지, 수입이 그것밖에 용인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욕망 억제는 그것만으로는 어림없다. 미니멀리즘의 좋은점과 필요성을 '주지시키자주의', '가지지 않았음을 칭찬하자주의', 물질과 화폐의 유혹을 떨쳐내는 스스로를 격하게 격려하는 '급 모드전환'까지. 다 불러와야 한다.
그러나 '나의 선택과 소비가 과도한 것이다, 아니다'의 갈림길에서 늘 헤맨다. 그렇게 헤매는 나를 붙잡아 끌며, 또 이 덥고 습한 여름에 환경을 생각하는 휴가는 무엇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나를 향한, 나도 불편한 이야기. 그러나 만년설이 녹고, 아름다운 섬이 잠기고, 그대로던 자연이 모습을 잃어 결국은 쉬어가고, 돌아보고 깃들어 볼 그곳을 잃기 전에, 각자 그곳을 작게나마 지키기 위한 작은 것 하나를 해보자. 불편하지만 내 기억과 다음을 위해 말이다.
떠나기 전 집안 점검
한국전기연구원이 '2011년 전국 대기전력 실측조사'라는 걸 발표한 적이 있다. 대기전력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소비되는 전력이라 전기 흡혈귀(power vampire)라고도 부르는데, 전기사용량의 6%가 대기전력으로 버려지고 있었다. 실측 조사 결과 가정 내 대기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기는 셋톱박스였고 그 다음은 에어컨, 오디오스피커,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등이었다.
새로 출시되는 전기제품의 대기전력 소모량은 좀 다를 수도 있지만, 며칠간 집을 비우는 휴가라면 냉장고를 제외한 코드는 뽑고 가는게 좋겠다. 그리고 호스가 빠져버리는 비극에 대비해서 세탁기에 연결된 냉·온수의 수도꼭지도 꼭 잠그자!
무엇을 타고 갈 것인가?
▲ KTX 개통 20주년을 맞은 1일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 열차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탈 것을 정할 때, 이산화 탄소 배출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겠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이란 책을 쓴 작가 알렉산더 폰 쉔부르크는 분리수거에 열심이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에 호감을 갖고 있는 독일인들 절반 이상(4700만 명)이 2019년 국내 항공 여행을 택했다고 한탄했다. 베를린과 뮌헨 간 (약 600km) 한차례의 비행은 122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기차의 20배)하는 셈인데, 이는 열심히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자전거를 타고, LED전구를 사용하고, 로컬 푸드를 이용하며 이룩한 탄소 감축을 한 방에 날려버린 셈이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자동차보다 대중교통을 시도해 보자.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국내 수송 분야 온실가스의 96.5%가 도로에서 배출된다며, 1년간 승용차 한 대 이용을 줄이고 버스나, 지하철, 기차 등의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면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285.4kg를 감축하는 효과를 얻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휴가철 대중교통 이용 티켓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운전습관을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다. 운행 중 엔진 예열을 최소화하고, 정속주행을 유지하고, 관성 주행을 활용하고, 공회전을 최소화하며, 운행 전 최적 경로를 파악하는 것도 좋다. 1/3가량의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다니 말이다. 트렁크 안에 쌓아 둔 짐이 있다면 덜어내자.
챙겨야 할 것과 거절할 것
▲ 2023년 3월 7일 오전 서울 은평구청 청사 내 카페에서 구청 직원들이 개인 다회용컵에 음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텀블러가 세상을 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말이 일회용 컵을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하나만의 행동으로 파국으로 향해가는 기후위기나 생물다양성 훼손을 막을 수 없으며, 그 행위 하나만으로 환경을 위태롭게 하는 여타의 행위와 그 결괏값을 상쇄시킬 수는 없다는 의미일뿐이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와 개인수저까지 챙기면 여행지에서, 식당에서 일회용품을 쓰지 않아도 된다. 특히 요즘 식당에 들어가면 종이컵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회용컵 규제에 대해 거꾸로 가는 정부 정책 탓이다. 텀블러를 챙기면 테이크아웃 뿐만 아니라 식당 내에서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종이컵 사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여기에 작은 도시락용 다회용기도 챙긴다면 이동할 때 간편식도 담을 수 있어서 일회용 포장용기 사용도 거절할 수 있다. 여분의 장바구니도 잊지 말자. 한번 쓰고 버리는 물티슈는 이름이 티슈(얇은 종이)일 뿐 사실 플라스틱이다. 물티슈를 변기에 버리면 막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물티슈에는 합성섬유 '폴리에스테르'가 들어있고, 물기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화학성분도 있다는 점도 기억하자.
숙소 에어컨의 온도도 조절 대상이다. 어차피 지불한 숙박비, 에어컨 세게 튼다고 전력 사용비를 추가로 내지 않는다고 에어컨 온도를 낮게 설정하고 살포시 이불까지 덮는 일은 마다하자. 그 순간 쾌적함을 느낄지는 몰라도, 냉방병 등이 발생해 몸에도 좋지 않고, 지나친 전력 사용으로 인한 후폭풍(에너지사용이 기후위기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이다)은 우리의 몫이란 점도 잊지 말자.
흔적보다 충전
▲ 인도 서벵골의 한 해변에서 비치코밍을 하는 사람들 ⓒ 위키미디어 공용
여행지가 어디든 그곳은 누군가의 터전이며, 내가 선택한 이유 또한 그곳의 각별한 소중함을 발견했기 때문일 거다. 잠시 머물다 오는 우리가 다녀간 흔적을 남기기 보다는 잠시 짬을 내서 자연과 몸의 동시 충전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자연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작은 행동은 내 몸도 회복시켜 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비치코밍 (해변 'beach'와 빗질 'combing'의 합성어로 해변에 떠밀려 온 쓰레기를 거두는 행위), 플로깅 (줍다를 뜻하는 스웨덴어 'plocka upp' 와 달리다 'jogga' 의 합성어)에 이어 플로빙 (줍다 'plocka upp'에 'freediving'의 합성어)까지, 조금은 고생스럽지만 폐그물과 페통발, 비닐, 플라스틱 등을 들고 수거활동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해 전부터 제주 범섬과 문섬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신호들을 추적 관찰하는 에코핀(생태를 뜻하는 에코와 오리발인 핀과의 합성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즐기는 '펀 다이빙'을 넘어 생태적 다이빙을 추구하며, 해양생태계 변화를 기록하고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시민과학 활동을 겸하며 제주 바다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다. 다이빙 실력이 어드밴스(중급) 이상이고 경험과 스킬이 뛰어나며, 수중사진이나 영상 촬영기기 등을 준비할 수 있는 다이버라면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산에서의 예의
▲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 등산로. ⓒ 연합뉴스
녹색연합이 제안하는 아름다운 산행법 10가지이다.
1. 산의 주인은 나무와 풀, 곤충과 야생동물, 흐르는 물과 쌓인 흙임을 기억할 것 우리는 손님이다. 2. 쓰레기는 물론이고, 과일껍질도 반드시 챙겨서 가져온다. 작은 새나 곤충은 껍질에 배어있는 아주 적은 농약을 먹고도 목숨을 잃는다. 3. 내 물건을 산에 두고 오지 않듯 가져오지도 말 것! 도토리, 밤, 잣 등 무단 채집은 동물들의 먹이를 빼앗고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다. 4. 무심코 소음을 내지는 않는지 주의할 것! 동물들은 소리에 민감하다. 배낭에 컵을 매달아 나는 쇠 부딪히는 소리, 휴대전화, 라디오 등 우리의 작은 소음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5. 나뭇가지에 표식기를 달거나 'OO 다녀감' 같은 낙서를 하지 않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내가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말자. 6. 내 향기 보단 자연의 향기를 맡는 시간을 가져볼 것! 야생동물은 냄새에도 아주 민감해서 진한 화장이나 향수 냄새 역시 좋지 않다. 산에서만큼은 자연의 향기를 느껴보자. 7. 산불은 식물뿐 아니라 산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물을 죽이는 일! 라이터 등 불씨는 아예 가져가지 않는게 좋다. 8. 정해진 탐방로가 아닌 곳은 가지말 것. 9. 음주산행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된다. 산악 사고의 30퍼센트는 음주로 인한 사고로,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10. 아름다운 경관, 상쾌한 바람, 나무 냄새, 새의 지저귐…. 오감을 열어 대자연을 온몸으로 만나자.
불편하리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사실 엄살을 떤 것 같은 느낌이다. 교양서로 환경 관련 책을 가방에 챙겨넣고 이 여름 불편한 여행속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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