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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태 전 남해군수 "진실의 힘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피디수첩 통해 "부인 제3자뇌물수수 사건은 사업자의 '허위진술' 밝혀져"

등록|2024.07.17 09:47 수정|2024.07.17 10:16

▲ 정현태 전 남해군수. ⓒ 김광석


"진실의 힘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정현태 전 경남 남해군수가 17일 <오마이뉴스>에 밝힌 심정이다. 남해군수 재직 당시 부인이 사업자에게 상품권 이외에 현금 1800만 원을 받았다고 해 (대)법원에서 제3자뇌물수수 혐의로 유죄를 받았지만, 해당 사업자가 문화방송 <PD수첩>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고 양심선언하자 정 전 군수가 이같이 밝힌 것이다.

사건은 2009년 1월부터 벌어졌다. 당시 산림청이 '산지약용 산림소득사업'을 벌였고, 사업자 유아무개(남해)씨가 남해보물섬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보조금사업공모를 신청했던 것이다. 당시 남해군은 유씨가 설립했던 법인이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보조금사업 공모신청 마감이 임박했을 무렵, 당시 기획재정부 소속이던 유씨의 아들이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하고 있었고 남해군을 찾아와 "사업계획서 신청서만 받아달라"고 해서 담당공무원이 접수를 했다는 것이다.

담당공무원은 혹시라도 예산부서인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청와대 파견 근무 중인 유씨 아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남해군이 예산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신청을 받아도 자격미달이라 산림청에서 심의 과정에서 걸러질 것으로 판단해 서류 접수를 했다.

이후 유씨가 설립했던 법인은 국비 보조금 4억 원, 지방비 지원 2억 원, 자부담 4억원 등 총 10억 원의 사업자로 선정되었고, 2010년 7월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창업기업지원자금 명목으로 1억5000만 원을 받았다.

이는 이후 보조금 편취사건으로 밝혀졌다. 유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런데 유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현태 전 군수의 부인한테 10만원  상품권 3장(30만 원)과 함께 현금금 1800만 원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정 전 군수의 부인은 추석을 앞두고 유씨가 찾아와 건넨 상품권 3장은 받았지만 현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씨의 진술 이외에 특별한 증거도 없었지만, 검찰‧법원 모두 정 전 군수의 부인이 현금을 받았다고 판단했고, 1심부터 항소심에 이어 2012년 6월 14일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유죄 선고가 났다.

그런데 대법원 선고 뒤인 같은 해 7월 17일, 구속되어 있던 유씨가 직접 쓴 편지가 정 전 군수에게 우편으로 왔다. 유씨는 직접 수기로 쓴 4장의 편지에서 정 전 군수와 부인에게 사과했다.

편지는 "정현태 군수님과 사모님 일생에 씻을 수 없는 누를 끼친데 대하여 깊이 사죄하며 용서를 구한다", "군청 앞 광장이든, 군수님 집 앞이 되든 군중이 모이는 곳이면 참회하고 반성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을 두려움 없이 행동하겠다", "그 행동이 삼천배가 되든, 군민에게 공개사과가 되든 신문기자회견이 되든 어떤 일이든 부끄럼 없이 행하고자 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16일 저녁 방영된 <PD수첩>에서 유씨는 편지와 같은 내용으로 진술하면서 정 군수와 부인에게 "사죄한다"고 한 것이다. 이날 방송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종결 처리'와 정 전 군수 부인의 사건을 비교한 내용이다.

1~3심까지 담당검사와 판사, 대법관은?

정현태 전 군수의 부인은 2009년 2월부터 제3자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12년 6월 14일 대법원 선고가 났다. 정 전 군수는 2008년 6월부터 2014년 6월까지 두 차례(42‧43대) 군수를 지냈고, 3선 연임에 도전했던 지방선거에서는 실패하고 말았다.

1~3심이 진행되는 동안 검사‧판사‧대법관 모두 유씨의 허위진술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2011년 8월 26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나온 1심 선고는 마훈 검사와 함석천‧유성혜‧박종현 판사, 2012년 2월 1일 나온 창원지방법원 항소심은 홍용화(기소)‧채석현(공판) 검사와 허부열‧한경근‧박원근 판사가 담당했다.

대법원 재판장은 민일영 대법관, 주심은 박일환‧신영철‧박보영 대법관이었고, 2012년 6월 14일 상고 기각 선고했다. 정 전 군수 부인은 징역 2년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것이다.

"희대의 불공정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정현태 전 군수는 "보조금 편취 사건의 배후에는 청와대에 근무했던 유씨 아들이 있었다. 그는 정권의 보호 속에 청와대에서 기획재정부로 소환되고 '해외연수' 명목으로 2선으로 후퇴했다가 1년 뒤에 자진 퇴직함으로써 그 어떤 형사처벌도 받지 않고 지나갔다"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남해군청 공무원 2명은 보조금과 지원금 관리 소홀로, 제 집사람이 제3자뇌물수수죄로 유죄를 받은 사건"이라며 "몸통은 빠져나가고 우리 공무원들과 집사람 등 힘없는 약자와 선량한 사람들만 형사 처벌을 받은 희대의 불공정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상품권 관련해 그는 "한마디로 추석 명절 앞두고 가져온 '선물'로 생각하고 받았는데, 이것이 '대가성을 전제로 한 뇌물사건'이 된 것"이라며 "제가 군수에 당선된 직후에 집사람에게 엄하게 일러둔 것이 있다. 누구든 집으로 돈을 들고 찾아오면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 혹시 모르게 놓고 가더라도 즉시 돌려주어야 한다고 일렀다. 그런데 유씨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집에 왔다가 상품권을 몇 장을 주고 간 모양이다. 그래서 집사람은 '상품권'을 추석 선물로 알고 받았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나중에 이것이 검찰에서 조사하면서 상품권 아래에 현금을 넣어서 주었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며 "민선시대가 시작되면서 관사를 허물어 민원인들이 새벽 일찍 개인 주택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분들을 문 앞에 세워 둘 수가 없어 몇 번 거실로 들여 차를 대접하면서 민원을 듣기도 했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검찰은 유씨가 돈을 주었다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몇번 와서 보았던 우리집 거실 구조를 상세하게 설명하니까 검찰은 '정황상 돈을 받은 것 같다'고 판단했고, 그것을 재판장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집사람의 설명을 듣곤 집사람이 받은 상품권이 추석 명절을 앞둔 '선물'이지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제 업무와 관련된 특별한 부탁도 없어 대가성이 있는 청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라며 "집사람도 약소하지만 지역특산물인 흑마늘로 대접을 했다고 해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해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현금 전달 주장에 대해, 그는 "명백히 거짓 진술이다. 무엇보다도 집사람은 상품권은 받았지만 돈은 받지 않았고, 검찰도 유씨가 집사람에게 돈을 주었다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물론 상품권을 받은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다"라며 "그것이 죄라면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지요. 하지만 받지도 않은 돈까지 받았다고 모함을 하는 것은 하늘 끝까지 한을 품고 갈 일"이라고 했다.

정 전 군수는 "집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자 정치적 반대세력들은 이를 빌미로 군수인 저에게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정치적 압력도 가했다"라며 "그날 이후 집사람은 앞은 보이지 않고 자신의 발끝만 보이는 벙거지 모자를 둘러쓰고 3년 동안 죄인처럼 살았다"라고 했다.

유씨의 옥중 편지에 대해, 그는 "검찰조사와 법정에서 집사람에게 돈을 주었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에 대해 사죄한다는 내용이었다"라며 "검찰 조사에서나 법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은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던 아들을 지키려는 부모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라고 했다.

당시 검찰 조사와 관련해, 정 전 군수는 "제게는 어떤 조사도 없었다. 집사람에게 제3자 뇌물수수죄가 성립되려면 저와의 업무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분명한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그런데 검찰은 제게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았고, 요즘 검찰의 주특기인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은 처음부터 저에 대해 그 어떤 혐의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사람에 대해서도 상품권만으로 공직자의 부인을 처벌하기에는 혐의가 약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상품권과 함께 현금을 주었다는 거짓 진술을 덧붙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전 군수는 "사실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자고 집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다"라며 "그러자 집사람은 '당신조차도 내가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대법원까지 갔지만, 결과는 여전히 유죄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라고 했다.

판결 근거에 대해, 그는 "재판이 끝나고 저는 대법원 위에 상급심이 있다면 다시 한번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재판의 판단근거는 오직 유OO씨의 일방적인 진술밖에 없다"라며 "그래서 현실 재판부에서는 3심제도에 의해 재판이 끝났지만, 양심의 재판소, 나아가 역사의 재판소에선 아직도 이 사건은 진행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정현태 전 군수는 "이제라도 진실의 문이 열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 진실의 힘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라며 "지금 우리 사회는 대전환의 격변기이다. 한마디로 대립과 갈등의 시대에서 상생과 협력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다. 새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는 가해자의 '사죄'와 피해자의 '용서'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진정한 참회와 화해가 이루어져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 정현태 전 남해군수가 사업자 유아무개씨로부터 받은 옥중 자필 편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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