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영정앞 비처럼 눈물쏟은 추모객들
[현장] 시민 발걸음 이어진 순직 1주기 분향소, 19일까지 운영... "책임자 처벌, 힘 보태겠다"
▲ 17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고 채OO 해병 순직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단체 참배하고 있다. ⓒ 권우성
"바닥이 축축한 게 뭐가 문젭니까. (채상병에게)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분향소를 첫 번째로 방문한 시민 A씨는 해병대 고 채상병의 영정 앞에 엎드려 절했다. 아침부터 내린 비로 바닥은 축축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A씨는 "(채상병) 부모님은 1년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을 사셨을 텐데 그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젊은 청춘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통수권자 윤석열, 용서 빌었으면"
▲ 눈물 흘린 노병 "젊은 해병의 죽음, 나도 모르게..."해병대 고 채상병 순직 1주기 추모 분향소가 17일 아침 서울 중구 청계광장 소라탑에 마련됐다. 분향소를 설치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채상병이 숨진 오는 19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 박현광, 소중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은 이날 오전 6시45분부터 분향소에 모였다. 이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추모객들을 위한 임시 천막을 설치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오전 7시 6분, 추모객을 맞기 전 먼저 채상병 영정 앞에 모였다. 월남참전유공자인 이근석 해병대예비역연대 고문(해병대 214기)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빨리 하늘나라에 가서 잠들길 바란다. 고이 잠들어라!"
▲ 해병대 고 채상병 순직 1주기 추모 분향소가 17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 마련됐다. 해병대 출신의 시민들이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박현광
이 고문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며 영정 앞에 향을 피웠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도 헌화를 이어갔다. 이어 "배((拜)"라는 외침에 대열을 갖춘 회원들은 동시에 구호 없이 경례했고, "흥(興)"이라는 말에 손을 내렸다.
이 고문은 "손주 같은 젊은 젊은 해병이 아까운 목숨을 잃은 지 1년 만에 저희들이 정상적으로 추모제를 해준다. 늦었다"며 "채해병이 하늘나라에서 영면할 수 있게끔 국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 사이 빗방울은 굵어졌고 바람이 몰아쳤다. 추모객을 위해 설치한 임시 천막이 뒤집어질 정도였다. 현장에서는 "하늘도 슬퍼하는 것 같네"라는 한탄이 나왔다.
비 내리는 출근길에도 "마음으로 지지하는 사람 많다"
▲ 17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고 채OO 해병 순직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참배하고 있다. ⓒ 권우성
오전 8시 42분부터 출근길에 짬을 낸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50대 남성 B씨는 "출근도 중요하지만, 분향소를 찾아 인사하는 데 긴 시간이 들지 않는다"라며 "(집회 등) 직접 거리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 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시를 받은 대로 일하다가 불운하고 억울하게 떠났는데, 억울한 마음이 남지 않도록 잘못된 지시를 한 사람은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며 "거기에 힘을 보태겠다고 (추모 중 채상병에게) 말했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C씨는 "제대로 된 사실도 안 밝혀지고, 책임 있는 사람이 처벌도 안 받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분향소를 찾았다"며 "조속히 진실규명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분향소 자원봉사자 김부미씨는 "딸만 둘이지만 내 아들 같은 생각이 들어서 왔다"며 "(채상병의 죽음을) 군에서 있는 사망사고 중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경우는 인재라고 생각한다"라며 "게다가 은폐하려는 시도가 명백하게 보이는 작금의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는 마음으로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분향소는 오는 19일까지 사흘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될 계획이다. 위치는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아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분향소 운영 공간 사용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 해병대 고 채상병 순직 1주기 추모 분향소가 17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 마련됐다. 한 시민이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아 채상병 영정 앞에서 절하고 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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