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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구로 여겼는데... 성공회대가 이러면 안 되잖아요

청소노동자 요구 '하청업체 소속'이라며 거부... 9년 일한 노동자 월급이 115만원

등록|2024.07.25 15:54 수정|2024.07.25 19:05

▲ 2020년 3월 투쟁 중 인터뷰 하는 박은자 분회장 ⓒ 사회주의를향한전진


2024년 7월 24일 오전, 서울특별시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성공회대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를 만났다.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란 슬로건과 신영복 교수로 알려진 성공회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성공회대학교 9년차 청소노동자이자,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서울지부 성공회대학교분회 박은자 분회장을 만나서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했다.

돈을 벌어야 했다

2014년 3월, 은자씨가 성공회대학교에 입사했다. 당시 은자씨가 구로구 항동에 산  지 20년쯤 되던 시기였다. 친한 언니와 대화 중 성공회대에 청소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니: 은자야, 나 성공회대에서 청소 일해. 자리 있는데 너도 들어와.
은자: 대학에도 청소 노동자가 필요하구나... 생각도 못 해봤어.


마침 은자씨는 일자리가 필요했고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고 있었다. 가끔 아들들 손잡고 축제 구경하러 가던 성공회대에서 일한다는 게 좋았다. 그렇게 은자씨는 성공회대로 출근하게 되었다.

3개월쯤 일했을 어느날 남편의 건강 검진 결과가 나왔다. 암이었다. 경과가 안 좋았다. 옆에서 돌볼 사람이 필요했다. 은자씨는 일을 그만두고 2년간 남편을 돌보았다. 2년 후 남편은 세상을 떠났고 은자씨는 가장이 됐다. 돈을 벌어야 했다. 마침 성공회대 소장에게 전화가 왔다.

소장: 은자씨, 학교로 다시 청소하러 올 생각 있어요?
은자: 가까워서 좋긴 한데... 자리 있어요?


그렇게 은자씨는 2016년 3월 14일 다시 성공회대로 들어왔다. 계약서를 쓰려던 중, 청소 노동자들 계약 기간이 조금씩 다른 걸 알았다. 은자씨는 1년짜리 계약서를 쓰는데 나이가 많은 언니들은 3개월짜리 계약서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정년이 지난 후 촉탁 대상자는 3개월씩 끊어서 계약하고 있었다. 은자씨는 하청업체 과장을 만났다.

은자: 과장님, 이건 아닌 거 같아요. 법적으론 문제가 없어도요. 우리 다 같은 일 하는데 언니들도 1년씩 계약서 쓰게 해주세요.

다행히 과장은 그러겠다고 했다. 은자씨는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 어리둥절하면서도 좋았다.

지고 또 졌지만 다시 투쟁

소장은 뭔가 이상했다. 소장과 면담만 하고 오면 그 사람은 꼭 퇴사했다. 그 외에도 어떤 노동자에게는 청소 물품도 제대로 주지 않아 그는 사비로 락스, 걸레 등을 사야 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렇게 노동조합이 생겼다. 학내 청소, 경비노동자 전원이 함께였고 은자씨가 분회장이 되었다. 노동조합이 생기던 날, 소장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그걸 본 소장은 화가 나서 대자보를 찢어버렸다. 며칠 후, 하청업체가 소장에게 '잠시 쉬라' 말했고 소장은 퇴사했다.

곧 새로운 소장이 왔다. 새로 온 소장은 노동조합을 깨기 시작했다. 온 캠퍼스를 휘저으며 청소 상태를 지적했다. 조합원을 한 명씩 만나 노동조합 탈퇴를 권했다. 조합원들은 탈퇴하지 않으면 혹여나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했다. 그렇게 절반 이상이 노동조합을 탈퇴했다. 그 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두 번의 투쟁도 있었으나 모두 졌다.

2020년 2월 은자씨와 노동조합은 세 번째 투쟁을 결의했다. 6년 일한 이창도 조합원이 갑자기 해고되었다. 소장의 갑질도 문제가 됐다. '원직 복직'과 '소장 교체'를 요구사항으로 걸고 은자씨는 싸웠다. 학생, 지역사회, 여러 노동조합이 연대해주었고 약 9주 만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은자씨는 자신감을 느꼈다. '이길 수 있다. 이기는 투쟁을 할 수 있다.'

청소노동자만 임금 삭감, 대화도 거부
 

▲ 성공회대학교 홈페이지에 에코집중휴무가 설명되어 있다. ⓒ 성공회대학교



2023년, 성공회대는 '에코집중휴무'를 꺼냈다. 에코집중휴무는 방학 중 약 4주간 학교를 아예 닫는 것이었다(하계방학 2주, 동계방학 2주). 그 기간 만큼 전기와 물을 아껴서 환경에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해당 기간에는 최소 인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학교를 나오지 않는다. 기숙사 등을 제외한 학교의 모든 공간을 닫는다. '에너지 절감 및 교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학교는 말했다. 청소 노동자는 4주간 일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에코집중휴무 외에도 학교는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며, 청소 노동자 노동 시간을 더 줄여서 임금을 더 줄이자고 했다. 주5일제에서 주4일제로, 8시간 근무에서 7.5시간 근무로 시간이 줄었고 그에 맞춰 월급도 줄었다. 월급은 약 173만 원. 그런데 방학 중엔 월급이 약 115만 원이 됐다.

학교는 교수와 직원에게도 비슷한 요구를 했다. 한 달치 임금을 기부금 형식으로 돌려달라고 한 것이다. 은자씨는 월급이 적어지면서 고생이 만만치 않았다. 장바구니는 가벼워졌고 외식은 거의 못하게 되었다. 매달 나가는 보험금이 부담스러워 보험 해약도 고민했다. 그럼에도 은자씨는 '학교가 힘드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성공회대 구성원 전체가 고통 분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24년 은자씨는 소문을 들었다. '교수와 직원의 월급이 원상 복구되었다'고 했다. 제대로 알아보니, 작년과 다르게 학교가 교수, 직원에게 기부금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었다. 은자씨는 '학교 사정이 조금 나아졌구나' 생각했다. 기쁘면서도 의아했다. '그런데 왜 우리 월급은 아무 말이 없지?' 싶었다.

하청업체 소속이시잖아요

노동조합은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1) 무급 에코집중휴무 폐지 2) 금요휴무 폐지 3) 1일 노동시간 단축 원상복구가 요구사항이었다. 세 가지 모두 이루어지면 임금이 원상복구된다. 7월 1일 하청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성공회대 처장단 회의에서 세 가지 안건을 모두 부결했다고 했다.

은자씨를 비롯한 청소 노동자들은 학교와 대화하고 싶었다. 다시 공문을 보내고 전화도 걸었다. 그러나 담당자와 한 통화에서 하청업체 소속이니 하청업체와 얘기하라는 말만 들었다. 청소 노동자와 교섭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했다. 어떠한 대화 자리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7월 17일, 은자씨는 분회 사무장, 학생들과 함께 성공회대 김경문 총장을 찾아갔다.

"총장님, 시간 좀 내주세요. 하고 싶은 얘기가 많습니다."

은자씨는 목이 터져라 총장을 불렀다.

"이 노동자들이 성공회대 청소한 세월이 9년입니다. 총장님과 면담할 자격 충분하지 않습니까?"

학생들도 총장을 불렀다.

그러나 김경문 총장은 마치 안 들리는 것처럼 대했다. 총장실까지 따라간 은자씨에게 김경문 총장이 입을 열었다.

"저는 푸른환경(하청업체)이랑 계약을 맺었어요. 이건 푸른환경 내의 문제예요. 왜 저한테 말하세요?"

은자씨는 억울했다. 성공회대 사정이 힘들어서 임금을 줄이자고 할 때 동의해 주었다. 같은 학교 구성원이니까 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경문 총장은 은자씨에게 '하청업체 소속'이란 말만 반복했다.
 

▲ 2019년 1월 성공회대 청소경비노동조합이 현수막을 걸고 있다. ⓒ 강건



돈보다 차별이 문제

은자씨는 분노했다. 이건 인간적인 차별이었다. 일의 종류만 다를 뿐 교수, 직원, 청소 노동자 모두 성공회대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학교는 청소 노동자만 차별하고 있었다. 참을 수 없었다.

은자씨는 젊었을 때를 떠올렸다.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공장을 다녔다. 공장 내 공부 모임에서 노동은 존중받아야 함을 배웠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시간이 흘러 60대가 되었지만, 그 배움은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노동조합은 투쟁을 결의했다. 은자씨는 현재 마음이 어떠냐는 질문에 '편안하다'고 답했다. 조합원들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고 이길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단결된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노동판의 다소 진부한 문장이 현실이 될까. 이번 투쟁의 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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