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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가 방출한 유망주, '선두'가 품었다

[KBO리그] 17일 키움서 방출된 좌타 외야수 예진원 영입한 KIA

등록|2024.07.18 09:48 수정|2024.07.18 09:48

▲ 예진원 선수(자료사진) ⓒ 키움히어로즈


선두 KIA 타이거즈가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에서 방출된 젊은 외야수를 영입했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9일 키움으로부터 웨이버 공시된 외야수 예진원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예진원은 소속팀 키움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새 소속팀을 찾게 됐다.

KIA 관계자는 "예진원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번 영입을 결정했다"며 "외야수 선수층 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한 예진원은 통산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174 2홈런13타점23득점을 기록했다. 예진원은 1군에서 52경기에 출전하며 가장 많은 기회를 얻었던 2021년 타율 .158 1홈런8타점16득점에 그친 후 1군보다는 퓨처스리그에서 주로 활약했다. 하지만 만25세의 젊은 군필 외야수 예진원은 올해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에서 또 한 번 기회를 얻게 됐다.

새 팀 자리잡은 방출 선수들

매년 가을, 시즌이 끝날 무렵이 되면 구단은 선수단 정리에 돌입한다. 매년 10여 명에 달하는 신인선수가 입단하고 육성선수와 방출선수 영입까지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선수를 어쩔 수 없이 방출해야 한다. 주로 전성기가 지나 활용도가 떨어진 노장선수나 입단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발전이 더딘 신예선수들이 방출 대상이 된다.

하지만 방출선수 중 일부는 다른 구단으로 이적해 선수생활의 새로운 기회를 맞기도 한다. 키움에서 활약하던 2014년 KBO리그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한 시즌 200안타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서교수' 서건창은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소속팀 LG 트윈스에서 방출됐다. LG로서는 2루 포지션에 신민재라는 대안을 찾았기 때문에 영입 후 2년 반 동안 실망스런 활약에 그쳤던 서건창에게 미련을 둘 이유가 없었다. 결국 서건창은 올 시즌을 앞두고 5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고향팀 KIA로 이적했다.

KIA는 이미 김선빈이라는 뛰어난 2루수를 보유하고 있어 서건창은 KIA에서 1루와 2루를 오가며 백업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키움 시절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하고 있지만 서건창은 올 시즌 65경기에 출전해 타율 .273 1홈런15타점28득점으로 베테랑으로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서건창의 올 시즌 연봉이 500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KIA로서는 결코 나쁘지 않은 영입이었다.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에서 활약하며 통산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경력을 가진 베테랑 포수 이재원을 영입했다. 2022년 타율 .201, 지난해 .091로 극도로 부진했던 이재원의 영입을 반대하는 팬들이 많았지만 이재원은 올 시즌 36경기에서 타율 .309 8타점으로 백업포수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젊은 포수의 성장이 더딘 한화에서 이재원의 영입은 분명 성공적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진해수와 함께 지난해 SSG에서 방출된 베테랑 좌완 임준섭을 영입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왼쪽 허리를 보강했다. 임준섭은 올 시즌 23경기에 등판해 2홀드 평균자책점6.35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지만 김진욱의 선발전환으로 좌완 불펜자원이 더욱 부족해진 롯데 마운드의 사정을 고려하면 임준섭의 존재는 롯데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꽃범호'가 눈 여겨 본 만25세 유망주

예진원은 경남고 시절 청소년대표로 선발됐을 정도로 학창시절부터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흔히 체구가 작은 외야수들은 고교 시절 성적이 좋아도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지명순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신장 172cm의 예진원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8순위의 높은 순번으로 넥센의 지명을 받았다. 그만큼 키움 구단으로부터 높은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는 뜻이다.

예진원은 키움 입단 후에도 뛰어난 야구 센스를 선보였고 신인시절부터 예진원을 지켜본 허문회 전 수석코치로부터 '야구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3번의 준우승을 비롯해 8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키움에서 예진원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예진원은 올해도 1군에서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211(19타수4안타)2득점을 기록한 후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올 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가 최하위 키움에서 방출된 예진원을 영입한 것은 예진원의 잠재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조금 오래된 이야기지만 KIA는 지난 2005년에도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170cm의 단신외야수 이용규(키움)를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이용규는 KIA에서 잠재력이 폭발하며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 성장한 바 있다. KIA는 만25세의 군필외야수 예진원 역시 충분히 '긁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복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예진원이 당장 올해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낼 확률은 높지 않다. KIA는 올 시즌 우익수 나성범과 중견수 최원준, 좌익수 소크라테스 브리또로 이어지는 10개 구단 최고 수준의 외야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전 외야수 중에서 부상 등의 이유로 결원이 생기더라도 이창진, 김호령 등이 얼마든지 빈자리를 메울 수 있고 비상 시엔 최고령 선수 최형우나 올해 1루수로 변신한 이우성도 외야수비를 소화할 수 있다.

물론 KBO리그에서는 한 구단이 보유할 수 있는 선수가 한정돼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유망주는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구단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KIA의 이범호 감독은 루키 시즌부터 예진원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고 감독을 맡은 첫 해 그 어떤 출혈도 없이 원했던 유망주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키움에서 통산 타율 .174에 그쳤던 예진원은 과연 KIA에서 잠재력을 폭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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