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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음' 속에 가려져 있던 천만 유튜버의 '멍'

수년간 협박·폭행 당해온 쯔양, 우리 모두의 문제... 또다른 피해 막아야

등록|2024.07.18 14:34 수정|2024.07.18 14:34

▲ 유튜버 쯔양 ⓒ 쯔양 유튜브 캡처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은 키 161cm의 작은 체구임에도 방송 때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을 먹어치웠다. 불가사의에 가까운 먹방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해맑게 웃으며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그의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고, 어느덧 구독자 천만 명을 넘어섰다.

그래서 더 상상조차 못했던 것 같다. 화면 속 쯔양의 환한 미소 뒤에 이렇게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뉴스를 접하고 너무나 비통했다. 우리 모두는 그저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에만 집중했지, 화면 뒤 현실에서 그가 어떤 지옥에서 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그는 전 연인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사람에게 갖은 협박과 갈취뿐만 아니라 매우 심각한 폭행을 당해오고 있었다. 무려 4년간 몸과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멍을 가진 채 방송을 해왔던 것이다. 이후 그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대응에 나섰으나 가해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고 한다.

사이버 렉카, 우리 모두의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몇몇 유튜버들이 과거 사생활 등을 빌미로 쯔양을 협박하고 돈을 받았거나 시도했던 정황이 드러났다는 데 있다. 1차 가해의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2차 가해로 더 크게 상처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쯔양에게 2차 피해를 가한 자들은 '사이버 렉카(레커)'로 불리는 유튜버들이다. 각종 사건 사고들을 콘텐츠로 만들어 이슈화하는 일을 주로 하는데, 주로 공권력이 닿지 않거나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사건들을 다뤄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법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응징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기에 일종의 사이다와 같은 대리만족을 주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많은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고 말았다.

쯔양은 무려 천만 명의 구독자를 가졌음에도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쉽게 드러낼 수 없었다. 많은 구독자의 지지를 받는 국내 톱 유튜버조차 오랜 시간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참담하게 다가온다. 문제는 그녀 말고도 이미 과거부터 사이버 렉카들로 인한 여러 피해자들이 존재해 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한 유튜버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의 문제로 봐야 한다. 부끄러운 민낯을 마주했으니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하니 모든 사안에 대해 명백하게 밝혀졌으면 한다.

더 나아가 무분별했던 사이버 렉카들의 운행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폭로에만 몰입할 뿐, 뒷수습은 나 몰라라 하거나 사적 제재를 가하는 자들을 향한 제재 역시 필요한 때다. 정의를 추구한다면서 정작 자신들은 정의를 저버리는 이중성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디 쯔양이 심신을 잘 회복해 다시 활동해주면 좋겠다. 그의 곁에서 많은 팬들이 응원하고 있음을 잊지 않기를. 나 역시 한 명의 팬으로서 응원의 마음을 보탠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 페이스북, 브런치, 얼룩소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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