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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양대산맥의 디스전, 승자가 가려졌다

드레이크 반격에도 켄드릭 라마 '완승'... 힙합팬에겐 잊을 수 없는 한 달

등록|2024.07.18 11:44 수정|2024.07.18 11:44

▲ 켄드릭 라마가 드레이크를 향해 발표한 네 번째 디스곡 'Not Like Us'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2024년 5월은 전 세계 힙합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한 달로 기록될 것이다. 래퍼로서는 최초로 퓰리쳐상을 수상하는 등 이 시대 힙합에서 가장 높은 예술적 성취를 거둔 래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그리고 빌보드 핫 100 차트에 300번 이상 이름을 올리며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래퍼가 된 드레이크(Drake) 간에 벌어진 디스전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202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켄드릭 라마가 퓨쳐와 메트로 부민의 노래 'Like That'에 깜짝 피처링진으로 참여했다. 늘 그렇듯 현란한 랩을 선보이던 그는 드레이크와 제이콜을 디스하면서 음악 팬들을 놀라게 했다. 드레이크와 제이콜이 켄드릭 라마와 더불어 현 세대 힙합의 '빅 3'로 불리고 있기에 팬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켄드릭 라마는 '자신을 빅 3로 묶지 말라, 최고는 오직 자신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제이콜이 켄드릭 라마에 대응하는 노래 '7 Minute D rill'을 발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콜은 자신의 디스를 사과하고 노래를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지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레이크의 반격이 시작됐다. 4월 14일 'Push Ups'를 발표한 드레이크는 자신의 압도적인 상업성을 과시했다. 4월 20일 드레이크는 쉬지 않고 자신의 두번째 디스 곡 'Taylor Made Freestyle'을 발표했다. 자신이 만든 랩에 AI를 통해 세상을 떠난 투팍(2Pac), 그리고 스눕 독의 목소리를 입혀 눈길을 끌었다.

긴 시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켄드릭 라마가 5월 1일 맞디스 곡 'euphoria'를 발표했다. 켄드릭 라마는 이 곡에서 "네가 걷는 방식도, 말하는 방식도, 입는 방식도 싫다"며 노골적인 경멸을 드러낸다. 드레이크에게 힙합에 대한 진정성이 없으며, 흑인이라 부를 수도 없다며 그를 깎아내렸다. 복잡한 가족 관계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 AI를 통해 서부 힙합의 전설들을 재현한 것에 대한 불쾌함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드레이크가 AI를 활용한 디스 곡을 발표했을 당시, 당사자 스눕독을 비롯한 서부 힙합 팬들과 투팍의 유가족 사이에서는 불편함을 드러내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 드레이크가 켄드릭 라마를 향해 발표한 맞디스곡 'Family Matters'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이후로도 켄드릭 라마와 드레이크는 같은 날 서로 세 곡을 발표하는 등 맹렬한 디스전을 이어갔다. 5월 4일 드레이크가 'FAMILY MATTERS'에서 켄드릭 라마를 향해 불륜과 가정 폭력 의혹을 제기했고, 이 곡의 발표 1시간 후 켄드릭 라마가 'meet the grahams'를 발표했다. 알케미스트가 프로듀싱한 서늘한 비트 위에서, 켄드릭 라마는 드레이크의 가족들에게 쓰는 편지의 형식을 빌려, 드레이크의 미성년자 성착취, 약물 중독, 숨겨진 딸 등 수많은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켄드릭 라마는 자신의 네 번째 디스 곡 'Not Like Us'를 발표했다. 이 곡은 두 사람의 디스전을 사실상 끝낸 곡이다. 디제이 머스타드가 만든 흥겨운 래칫 스타일의 비트 위에서, 켄드릭 라마는 드레이크를 '공인된 소아성애자'로 표현했다.

이 곡은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이례적일만큼 성과를 거뒀다. 이 곡은 7월 중순 기준 스포티파이에서 5억 건의 스트리밍을 돌파했는데, 이는 힙합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이기도 하다. 상업적인 성과는 물론 디스전의 승자 역시 켄드릭 라마로 결정지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이로부터 한달이 지난 6월, 켄드릭 라마는 자신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컴튼에서 '팝 아웃 : 켄과 친구들' 콘서트를 열었다. 켄드릭 라마는 닥터 드레(Dr Dre)를 비롯해 스쿨보이 큐(Schoolboy Q), 제이 록(Jay Rock) 등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동료들을 연이어 무대에 세웠다. 그리고 'Not Like Us'를 무려 다섯 번 연속으로 불렀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수만 명의 관객은 드레이크에 대한 조롱이 담긴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불렀다. 디스전에 쐐기를 박는 순간이었다.

켄드릭 라마는 이 공연에 이어 'Not Like Us'의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다. 켄드릭 라마와 오랫동한 협업해온 데이브 프리(Dave Free)가 연출한 뮤직비디오에서, 켄드릭 라마는 노골적으로 드레이크를 자극했다. 드레이크의 레이블 'OVO'를 형상화한 부엉이 형태의 조형물을 부수고, 부엉이를 새장 안에 가둬놓은 연출, 드레이크의 노래 'Push Ups'를 비틀어 자신의 그래미 수상 횟수(17회)만큼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 가정폭력 의혹을 비웃듯 가족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었다. 컴튼의 힙합 팬들은 물론, 수많은 음악 동료들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새로 공개된 뮤직비디오에 힘입어 켄드릭 라마는 다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다. 봄부터 여름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 디스전을, 역사는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켄드릭 라마가 이 디스전의 압도적 승자라는 사실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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