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와 함께 만들어 먹은 수제비, 환상입니다
비 쏟아지는 날 아내와 직접 만드니 더 꿀맛... 어릴 적 추억이 되살아났습니다
▲ 비 오는 날 해먹으면 제격인 수제미.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전갑남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사람을 지치게 하고 지겹게 합니다. 그래도 지나갈 일이라 믿습니다.
아침에 잠깐 비가 내리다 그쳤습니다. 하늘을 보니 잔뜩 찌푸린 날씨입니다.
"빈대떡에 막걸리나."
"그거 말고 수제비 어때요?"
"수제비? 좋지!"
체육센터에서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 속에서 아내가 수제비 얘기를 꺼냅니다.
"그거 번거롭지 않아? 그냥 국수나 삶지."
"에이, 수제비 정도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내가 팔을 걷어붙이며 감자 몇 개 껍질을 벗기고, 양파 손질하라 합니다. 단호박은 나박나박 썰라고 하구요.
아내는 밀가루에 달걀을 풀어 반죽합니다. 반죽이 걸쭉하고 빛깔이 좋습니다.
며칠 전 끓여놓은 사골육수에 야채와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어오르자 반죽을 띄울 차례. 치댄 반죽을 얇게 잡아 빼면서 뚝뚝 떼어냅니다. 많이 해본 솜씨입니다.
"당신, 제법인데!"
"우리 어머니는 얼마나 잘 하셨는데요."
"그래? 솜씨도 내림이라는 거네."
▲ 집에서 거둔 수제비 재료입니다. 단호박, 감자. 양파 등 간단합니다. ⓒ 전갑남
▲ 밀가루에 달걀을 풀어 만든 수제비 반죽.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 전갑남
▲ 육수가 끓어오르면 잘 치댄 반죽을 얇게 띁어내면서 똑똑 떼어냅니다. ⓒ 전갑남
어느새 수제비가 부르르 끓어오릅니다. 건더기가 동동 떠오르고 뒤집히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송송 썬 파를 넣으니 완성입니다.
쏟아지는 빗소리와 함께 먹는 수제비가 딱입니다. 참 맛있습니다.
사실, 수제비는 그 옛날 추억이 깃든 음식입니다. 장마철에 입이 궁금하던 참에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맛나게 먹었습니다. 어머니의 손맛과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추억의 맛입니다.
쫀득한 수제비가 감자와 호박과 함께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묵은김치와 수제비는 환상의 궁합. 오랜만에 먹는 색다를 게 없는 맛인데도, 추억을 부르며 맛난 한 끼를 장식합니다.
덧붙이는 글
<인천in>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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